"운전자 할 일 별로 없다"…K9 '전방 예측 변속' 이거 물건이네 [신차털기]

신현아의 신차털기 12회
기아 플래그십 세단 K9 시승기
기아 K9./ 사진=신현아 기자
기아 플래그십 세단 K9을 실제로 타보면 운전자가 할 일이 별로 없다. 외관 디자인에 대한 아쉬움은 사라질 정도였다. 특히 기아가 "세계 최초 기능"이라며 자부한 '전방 예측 변속'이 매력적이다. 단순히 앞차만 보는 게 아니라 주변 도로 및 교통상황까지 파악, 분석해 알아서 척척 변속하는 게 포인트다.

지난 29일 K9을 타고 서울 광장동 그랜드 워커힐에서 경기 포천 한 카페까지 왕복 90km 구간을 달려봤다. 시승은 3.8 가솔린 마스터즈 트림에 '베스트셀렉션2' 패키지를 적용한 풀옵션차로 진행했다.
기아 K9 측면./ 사진=신현아 기자
액셀러레이터를 밟자마자 편안함이 느껴졌다. 걸림 없이 부드럽게 가속됐다. 긴 차체가 무색하게 코너링도 제법이다. 엔진 진동이나 소음, 풍절음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전기차에서 느껴질 법한 정숙성을 갖춘 차라 할 만했다.

액셀을 좀 더 밟으니 곧바로 속도를 높이며 반응했다. 다소 무리하게 높여도 거뜬했다. 시속 80~90km 정도에서 150km까지 순식간에 치고 나갔다. 엔진 소리도 들리지 않아 가속이 체감되지 않을 정도다. 다만 저속에서 오르막을 오를 때는 RPM(분당 회전수) 게이지가 솟구치면서 소음이 불가피했다. 물론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자연흡기 모델이지만 몸이 뒤로 살짝 젖혀지는 등 약간의 스포티함도 있다. 달궈진 엔진이 기다렸다는 듯 힘을 뿜어내는 움직임으로 느껴졌다. 이 차의 최고 출력은 315마력, 최대 토크는 40.5kg·m다. 복합연비는 9.0km/L다. 고속도로에서는 연비가 L당 6~7km까지 떨어지기도 했다.승차감은 훌륭하다. 일부러 세게 넘은 과속 방지턱도 부드럽게 넘겼다.

놀라웠던 건 '전방 예측 변속' 기능이다. 기아가 세계 최초 기능이라며 자부할 만했다. 전방 예측 변속 기능은 카메라, 내비게이션, 레이더로 도로, 교통 상황을 파악·분석해 최적의 기어단으로 변속하는 기술이다. 드라이브 모드가 '스마트'일 때,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꺼진 상태에서만 작동한다. 평탄했던 도로 상황 때문에 이 기능을 100% 체감하진 못했으나 2시간가량 주행 동안 운전 피로도가 최소화된다고 느낀 순간들이 꽤 있었다.

기존 크루즈 기능들이 앞차 정도만 인식해 속도 및 거리를 유지했다면 이 차는 과속 방지턱, 과속 단속 카메라, 고속도로 합류구간, 커브길 진입 등 전방 상황을 모조리 파악해 변속한다.
기아 K9 주행./ 영상=기아
가령 속도가 붙는 내리막 구간에서 엔진 브레이크를 작동해 급격히 속도가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고, 과속 방지 카메라와의 거리를 계산해 속도를 조절하는 식이다. 시속 100km 제한 단속 카메라를 100~200m 앞두고 시속 95km로 달리다가 엑셀을 밟았을 때 생각보다 속도가 붙지 않았는데, 이는 전방 예측 변속 기능 때문이었을 것이란 게 기아 측 설명이다.

다만 커브길에서는 다소 민감하게 작동하지 않는 듯했다. 생각보다 속도가 안 줄어 브레이크를 지속적으로 밟아야만 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기아 연구원은 "커브길은 운전자가 대부분 위험을 인지하고 속도를 줄이는 경향이 있어 내리막보다는 예민하게 설정하지 않았다. 굴곡 정도와 운전자 몸의 흔들림도 반영해 정말 필요한 구간에서만 속도를 조절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속보다는 감속에 초점을 맞췄다"고 부연했다. 고속도로 합류구간에서는 스마트 모드에서 스포츠 모드로 자동 전환되기도 했다. 끼어들기가 필요한 상황에서 가속이 필요하다는 점을 차가 미리 파악한 조치다. 다만 엑셀을 40% 밟은 상황에서 작동되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활용도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향후 이 기능을 스포츠 세단 스팅어, 벨로스터에도 확대 적용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 연구원은 "K9은 편안함과 정숙성을 중심으로 변속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전방 예측 변속 기능을 설정했지만 스팅어나 벨로스터 같은 차량들에는 '펀투드라이빙'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오른쪽) 방향지시등을 켰을 때 계기반 모습. 왼쪽(오른쪽) 원 안이 카메라로 바뀌어 옆 차선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영상=신현아 기자
방향 지시등을 켰을 때 계기반을 통해 옆 차선 상황을 볼 수 있는 점도 인상적이다. 좌측 지시등을 켜면 왼쪽 원에, 우측을 켜면 오른쪽 원이 카메라로 바뀐다. 익숙해지면 사이드미러를 보지 않고도 차선 변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승 중 소나기가 쏟아졌을 때 별도 조작 없이 와이퍼가 작동되는 것도 편리했다. 다만 전장이 5m가 넘는 만큼 뒤쪽이 원하는 만큼 빠릿하게 따라오지 못하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차선 변경이나 핸들을 급하게 틀 때 다소 '텅텅' 거리는 듯한 느낌도 전해진다. K9 가격은 개별소비세 인하분 적용 기준 3.3 터보 가솔린 플래티넘이 6342만원, 마스터즈가 7608만원이다. 3.8 가솔린의 경우 플래티넘 5694만원, 마스터즈 7137만원이다. 풀옵션 3.8 가솔린 모델 시승차 가격은 8400만원이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