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군용무인기·레이더 기술 등 해킹 가능성"…수사의뢰

국외 협력기술 많아 자칫 외교문제 발생도 우려
한국형 전투기(KF-21)를 제작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올해 두 차례 해킹으로 많은 자료가 유출된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30일 알려졌다.KAI는 해킹 세력 등의 파악을 위해 지난 28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올해 들어 두 차례 KAI에서 해킹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다량의 문서가 유출된 정황이 있다"고 전했다.

해커는 KAI의 일부 내부 시스템까지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도 이날 보도자료에서 "방위사업청이 KAI가 해킹당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며 최신 국산 전투기인 KF-21(보라매)의 설계도면이 탈취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군 일각에서는 KF-21을 비롯해 차기 군단급 무인기, FA-50 경공격기, 전자전(EW), 레이더, 헬기 등과 관련한 자료도 유출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KAI는 미국과 유럽 등 국외 대형 업체들과 '협력기술'이 많아 만약 이런 기술 유출이 확인되면 자칫 외교 문제로까지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한 소식통은 "전투기 도면이 유출됐다면 그 도면으로 당장 전투기를 만들 여건은 못 된다"면서 "무인기나 경공격기, 전자전, 레이더 관련 자료가 유출됐다면 그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KAI는 이날 '입장'을 통해 경찰 수사 의뢰 사실을 밝히면서 "수사기관에 적극 협조하여 사실관계를 철저히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로 국민들께 우려를 안겨드린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향후 보안 강화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앞서 KAI는 지난 5월 초 '이메일 사기'에 당해 영국 업체가 아닌 범행에 이용된 엉뚱한 계좌번호로 약 16억 원을 송금한 사례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