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관악기 '독주회 바람'

올여름 관악 연주자들의 독주회가 연달아 열린다. 호른, 오보에, 플루트 등 평소 독주로 감상하기 어려운 악기들만의 선율을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호르니스트 김홍박은 오는 1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플루티스트 김유빈도 다음달 2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개최한다. 두 공연 모두 2018년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독주회다. 오보이스트 함경은 다음달 28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짝을 지어 듀오 리사이틀을 펼친다.독주에 쓰이는 악기만큼 레퍼토리도 낯설다. 김홍박은 이번 공연에서 19세기 낭만주의 사조를 대표하는 호른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독일 작곡가 펠릭스 드레제케의 ‘로만체’로 공연을 시작해 독일 현대 작곡가 파울 힌데미트의 ‘호른 소나타 F장조’로 끝맺는다. 김유빈은 바흐, 헨델 등 17세기 바로크 시대를 주름잡았던 작곡가들의 플루트 레퍼토리를 골랐다. 함경은 손열음과 함께 국내에서는 거의 연주된 적이 없는 영국 작곡가 제럴드 핀지, 마들린 드링의 오보에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이들 연주자는 모두 해외 명문 악단에서 활동 중이다. 유럽 오케스트라들이 7월부터 휴가 시즌을 맞아 본국으로 돌아와 자신들의 음악을 들려주는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 김홍박은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에서 수석을 맡고 있고, 김유빈은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의 최연소 종신 수석으로 활동하고 있다. 핀란드 방송교향악단 제2수석인 함경은 시벨리우스 아카데미에서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관악주자들의 독주회가 연이어 열리는 건 이례적이다. 관악기는 클래식계에서 바이올린이나 피아노에 비하면 비주류 악기로 여겨진다. 보통 호른이나 오보에 등 금관악기는 교향곡 공연에서 연주 분량이 짧다.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관악기는 연주자 수가 적어 국내에서 독주를 감상할 기회가 별로 없다”며 “호른, 오보에 등 금관악기는 작품도 많지 않다. 관악기의 새로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공연들”이라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