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클레이즈 "탄소배출보다 물 부족 리스크가 3배 더 높아"

사진=연합뉴스
물 부족 위험으로 인한 전세계 소비재기업들의 손실이 2000억달러(약225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수자원 관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즈가 4일 식음료, 농업, 담배 등 세계 필수소비재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환경적 관심사는 ‘물 부족’이 될 전망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특히 기후위기가 물 부족의 ‘리스크 증폭자(risk multiplier)’에 해당하는 만큼 모든 기업들이 수자원 공급망 붕괴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국제신용평가기관인 S&P글로벌레이팅스의 베스 버크스 지속가능금융 이사도 CNBC에 “물 부족은 정말 심각한 위험”이라면서 “가격이 저렴한 자원이기 때문에 전형적인 외부 위험요소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물은 경제산업 전반에 꼭 필요한 자원이라는 가용성에 비해 공짜거나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고갈이 현실화되기 전까진 자원의 희소성이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CNBC는 “2010년 이후 2019년까지 미국 30대 도시의 평균 물 가격은 60% 올랐으며, ‘캘리포니아 물 선물’은 최근 300%까지 상승세를 기록 중”이라고 전했다. 바클레이즈는 물 부족 등 직간접적인 비용까지 포함하면 물의 진짜 원가는 현재 기업들이 지불하고 있는 가격보다 3~5배 높은 것으로 추산했다. 이같은 위기감은 이미 기업들 사이에서 공유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 보고서에서 수자원 관련 언급량이 2019년 대비 43%나 급증했다.

바클레이즈는 “기업에 ESG 경영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은 탄소배출량 축소 등 다른 환경적 요인에 더 중점을 두고 있지만, 수자원 위기로 인한 재정적 손실은 탄소배출 위기로 인한 손실보다 3배 더 높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수자원 위기로 인해 필수소비재 기업들이 겪고 있는 손실 규모가 이미 2000억달러에 달한다는 추산도 내놨다. 또 해당 기업들이 사전적으로 수자원 보호 조치에 나설 경우 소요되는 비용은 110억달러로 예상되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엔 18배 이상의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고 전망했다.구체적으로 영국 농업기업 ABF, 미국 육가공 업체 타이슨푸드 등이 물 부족 위험으로 인해 22%에 달하는 EBITDA(상각전영업이익) 손실을 기록하고 있고 글로벌 생활용품기업 유니레버와 구강케어 브랜드 콜게이트, 영국 생활용품업체 레킷벤키저 등도 40~50%의 EBITDA 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S&P글로벌레이팅스는 “물 부족이 기업 신용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현재까지 드문 편이지만, 더 미묘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로 독일의 2018년 가뭄 사태를 들었다. 당시 독일에서는 가뭄으로 중요 운송경로 중 하나인 라인강의 수심이 낮아지면서 화물 운임비가 대폭 오르고 공급망 차질이 빚어졌다. 또 최근 인도에서는 코카콜라가 신규 생산설비를 세우려다 해당 시설에 소요되는 막대한 수자원 양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면서 사업이 중단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