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파리를 사랑한 사진가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말쑥한 차림의 사람들이 손에 든 무언가로 눈을 가린 채 하늘을 향하고 있다. 동일한 동작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 흑백 대비가 뚜렷한 도시와 하늘 그리고 살짝 기울어진 가로등이 이질적인 조화를 이룬다. 프랑스 사진가 외젠 아제가 1912년 파리에서 시민들이 일식을 관측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인데, 초현실주의 작가 만 레이의 추천으로 1926년 초현실주의 잡지 표지에도 실렸다.

아제는 19세기 말부터 30여 년 동안 파리를 촬영했다.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파리 구도심 재개발이 추진되자 아제는 파리의 구석구석을 카메라에 담아나갔다. 그는 파리의 옛 모습을 보관하려는 박물관 등에 사진을 판매하며 그 작업을 이어갔다. 특이하게 아제 사진의 대부분은 새벽 풍경이었다. 낮 사진에선 느낄 수 없는 서정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가 담겨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 작품들은 작가 사후에야 미국 뉴욕현대미술관에 소장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