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문 회장 "성장할수록 손해보는 기업승계 세제…혜택 아닌 징수 유예"

'기업승계' 장수기업을 키우자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인터뷰

매출 3000억 넘으면 대상 제외
까다로운 요건에 자칫 세금 추징
베이비부머 CEO 승계난 '심각'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현행 기업승계 세제는 기업이 성장할수록 손해 보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변 중소기업 창업주들과 얘기해보면 기업을 키울수록 가치만 높아져 상속세를 많이 내게 되는 현 구조를 한탄하는 목소리가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회장은 “연구개발과 투자를 많이 하고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것이 기업 본연의 역할인데, 현 제도는 기업을 키우지 않고 경영해야 세금 부담이 적어 경영자의 의욕을 꺾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해 연매출 3000억원을 넘어서면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세제 혜택을 받더라도 기업을 어떻게 잘 키웠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경영했느냐로 공제액이 달라진다. 예컨대 업력이 10년 이상인 기업의 공제액은 200억원이지만, 30년이면 500억원으로 늘어난다. 또 투자 유치를 받아 최대주주 지분율이 50% 이하(비상장사 기준)로 떨어지거나, 고용을 많이 했다가 나중에 조금이라도 줄이면 사후 요건을 어기게 돼 기존 세제 혜택을 이자와 함께 다시 토해내야 한다.

김 회장은 “청년 실업자가 42만 명이 넘는데 이들이 중소기업으로 오지 않는 것도 이처럼 까다로운 규제 때문”이라며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중소기업은 외면한 채 대기업과 공기업으로만 몰리고 있다”고 한탄했다.

가업상속공제 제도에 대해선 “중기중앙회장직을 지낸 지난 8년간 정부에 계속 건의해 공제 한도를 1억원에서 500억원까지 늘렸다”면서도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가 아니라 수십 개 조건 중 하나라도 어길 경우 추징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상속세를 잠시 유예해주는 제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제도 때문에 자식한테 물려주는 것을 포기하고 다 팔고 외국으로 나간 중소기업인들도 주변에 많다”고 전했다.그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들이 작년부터 2028년까지 매년 60만~70만 명씩 은퇴하고 있는데, 중소기업 창업주는 죽기 전까지 은퇴할 수 없는 구조”라며 “기업승계가 중소기업엔 가장 시급한 문제”고 지적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