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에 금품' 수산업자, 100억대 사기로 재판 중(종합)

특사 출소 6개월만에 재범…재력가 행세에 인맥 과시
현직 중견 검사와 언론인들의 '금품 수수' 혐의 수사는 수산업자 김모(43·수감 중)의 진술에서 시작됐다. 100억원대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는 김씨는 재력가 행세를 하며 유력 인사들과의 인맥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법원 등에 따르면 김씨는 사기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후 복역하다 2017년 12월 특별 사면됐다.

출소 후 그는 약 6개월 만에 또 다른 사기 범행을 저질렀다. 김씨는 자신이 1천억원 상당의 유산을 상속받고 경북 포항에 어선 수십대와 풀빌라, 고가의 외제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꾸며 재력가 흉내를 냈다.

김씨는 이후 '선동 오징어'(선상에서 급랭시킨 오징어) 사업을 벌인다며 투자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받아 가로챈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7명의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이 116억여원에 달했다. 피해자 가운데는 김무성 전 의원의 형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평소 재력 외에 넓은 인맥을 과시하며 주변인들의 신뢰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해 한 생활체육단체 회장으로 취임했는데, 여야 정치권 인사들이 김씨의 취임식에 축사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금품 수수 혐의로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도 당시 취임식 행사에 참석했으며 유명 가수도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주변에선 그의 인맥이 깊이가 없는 '보여주기식' 관계에 가까웠다는 전언도 있다.

김씨와 안면이 있다는 한 정치권 인사는 "기자들과 사업가들이 만나는 자리에 참석했다가 김 회장을 알게 됐다"며 "개인적인 친분은 없고, 의례적인 인사치레를 받은 게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김씨가 각 분야에 아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았다"며 "모임이 끝나면 참석자들에게 메시지도 보내고 여기저기 돈도 주고 하는 사람인 듯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사기 행각이 발각된 후 돈을 돌려달라는 피해자에게 '칼로 찌르겠다'며 위협을 가하거나, 피해자의 차량을 빼앗기 위해 '사생활을 폭로하겠다'며 협박을 한 혐의도 받는다.

검거된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현직 검사 A씨에게 시계와 금품 등을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전 논설위원에게는 고가 골프채 등을 제공하고, 종합편성채널 앵커에게 금품 등을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금품 수수 혐의를 받는 A 검사의 서울남부지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A 검사가 압수수색 전 휴대전화를 교체해 기존 휴대전화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논설위원 등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