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놓인 미국 '인프라 딜'

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윌리엄 갤스턴 WSJ 칼럼니스트
광범위한 지지를 이유로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계류시키는 걸 많이 봐온 탓에 워싱턴에 대한 평판은 그다지 좋지 않다. 미성년자 신분으로 미국에 들어온 이민자들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하자는 법안은 상·하원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될 것이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어느 정당도 이 법안을 상정하지 않았다.

초당적인 인프라 법안도 비슷한 운명에 직면해 있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초당파 의원들은 최근 조 바이든 행정부의 야심 찬 의제 중 하나인 인프라 투자 법안에 합의했다. 도로와 다리를 놓는 ‘물적 인프라’ 투자 법안과 교육이나 복지를 포함한 소위 ‘휴먼 인프라’ 투자 안건을 다른 입법사항으로 분리했다. 이 법안은 폭넓은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피할 수 있는 ‘예산 조정권’을 발동해 통과시킬 수 있다.

"인프라 법안 국익에 도움"

공화당은 휴먼 인프라 법안을 통과시키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지도부는 휴먼 인프라 법안을 발의하는 조건으로 물적 인프라 투자 법안 통과를 원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의회 협상단과 함께 초당적 합의를 발표하고 몇 시간 뒤 두 법안을 한데 묶는 것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당연히 일부 공화당원은 대통령의 이런 태도를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은 명백히 번복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구심을 불식시키고 인프라 법안을 홍보하기 위해 위스콘신을 방문했다. 노동 조직이나 상공회의소와 같이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와 잘 지내지는 않던 단체들도 이 법안에 동의하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초당적 인프라 법안은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며 법으로 제정돼야 한다. 이를 위해 양당 지도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을 따라야 한다. 또 물적 인프라 법안을 지지하고 휴먼 인프라 법안과 분리해야 한다. 일부 공화당원은 초당적인 합의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실질적인 이득을 얻고 공화당 지지자들이 반대하기 때문이다.휴먼 인프라 법안도 타협이 불가능한 게 아니다. 타협 논의를 시작하는 투표는 백지수표에 서명하는 것과 같지 않다. 보도에 따르면 버니 샌더스 상원 예산위원장은 6조달러를 쓰려고 한다. 그러나 우선 이 정도 규모의 지출을 허용하고 각 위원회에 구체적인 타협 지시를 내리는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미국인 80% 인프라 법안 지지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도 원칙적으로 타협에 반대하지 않는다. 우선 법안을 통과시킨 뒤 추가적인 재원을 마련하려는 다른 온건파 민주당 의원들 생각에 대해선 명확히 반대했다. 일부 온건파 공화당 의원들은 아동과 가정 기반의 노인 돌봄 예산 증액은 수용할 수 있다.

미국인들은 선출 권력이 제안하는 것보다 정당 간 합의를 더 환영할 것이다. 미국인들이 당파적 비타협성보다 타협을 더 선호한다는 점도 수년간 여론조사로 입증됐다. 지난 3월 미국 경제 회복 계획은 공화당원 절반의 지지를 받았지만 이 계획에 찬성하는 공화당 상원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미국인 5명 중 4명이 초당적인 인프라 투자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 상·하원 의원들이 신뢰 회복에 관심이 있다면 가장 큰 목소리만 듣지 말고 모든 유권자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정리=정인설 기자

이 글은 윌리엄 갤스턴 WSJ 칼럼니스트가 쓴 ‘Biden Tries to Save the Infrastructure Bill’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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