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낮춘 크래프톤…배틀그라운드·중국 시장 의존 위험성 인정

1분기 '배그' 관련 매출이 96.7%…중국 텐센트 추정 업체에서 매출 71.8% 발생
공모가 거품 논란에 하향 조정…기업가치 1위 국내 게임사 가능성은 여전
상장 추진 과정에서 공모가 거품 논란에 휩싸인 크래프톤이 주력 게임 '배틀그라운드'와 중국 시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인정하며 결국 몸을 낮췄다.크래프톤은 1일 제출한 정정 증권신고서에서 "2021년 1분기 영업수익(매출) 중 96.7%가 '배틀그라운드'와 관련해 발생하고 있다"며 "'배틀그라운드' 영업수익이 감소할 경우 당사의 사업, 재무 상태 및 영업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기재했다.

자사의 확실한 수입원이 '배틀그라운드' 하나뿐인 '원히트원더'라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매출처로 보면 퍼블리셔(배급·서비스)인 A사의 매출 비중이 지난해 68.1%, 올해 1분기에는 71.8%를 차지했다.A사는 중국 텐센트로 추정되는데, 이 회사는 '배틀그라운드'와 흡사한 '화평정영'을 현지에 서비스하면서 크래프톤에 수수료를 주고 있다.

크래프톤은 "향후 중국 내에서 게임 관련 규제가 확대되거나 중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등의 경우 당사가 이로 인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당사 사업, 재무상태 및 영업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정 증권신고서에는 공모가액 산정 기준으로 엔씨소프트·넷마블·카카오게임즈·펄어비스 등 4곳이 비교 기업으로 선정됐다.애초 지난달 16일 첫 증권신고서 제출 당시 크래프톤은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그룹 등을 비교 기업으로 제시했다.

게임을 배경으로 한 단편영화를 만들거나 캐릭터 사업을 하는 등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콘텐츠 사업을 하기에 이들 기업과 비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히트작이 '배틀그라운드' 1개에 불과한 회사를 세계 IP 시장을 주름잡는 디즈니와 워너뮤직에 비교한 것 자체가 무리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이에 정정 신고서에서는 디즈니와 워너뮤직은 물론 액티비전 블리자드, 일레트로닉 아츠 등 굴지의 글로벌 게임 기업이 비교 대상에서 빠지고 기존에 있던 엔씨소프트·넷마블에 카카오게임즈와 펄어비스가 추가됐다.

크래프톤은 이런 점들을 고려해 공모 희망가를 애초 제시한 45만8천∼55만7천원에서 40만∼49만8천원으로 내렸고, 이에 따라 희망 공모가액 기준 시가총액도 19조5천590억~24조3천510억원으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국내 게임사 중 기업 가치 1위에 오를 가능성은 여전하다.대개 대형 공모주의 공모가가 밴드 상단에서 결정된 점에 미뤄보면 크래프톤이 상장 후 국내 게임 대장주 엔씨소프트(18조원)는 물론이고 일본 도쿄 증시에 상장한 넥슨(약 22조원)의 시가총액을 넘어설 여지는 충분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