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올림픽 출전 박인비 "골프 인생 전환점 된 올림픽…2연패 이룰 것"

"국가대표로 막중한 책임감
올림픽이 골프 의욕 찾게 해줘
리우 이후 제2의 전성기 맞아
이번엔 좀 더 즐기며 경기할 것

남은 기간 경기감각 키워
다시 한번 애국가 듣고 싶어"
박인비가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도쿄올림픽에서 반드시 올림픽 2연패를 이루겠다”고 밝히고 있다. /던롭스포츠코리아 제공
‘골프 여제’ 박인비(33)가 그리는 골프 인생 뒤페이지에는 올림픽 2연패가 있다. 5대 메이저 중 4개 대회 타이틀을 보유하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 골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래머’다. 이달 하순 개막하는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박인비는 최근 인터뷰에서 “2024년은 너무 먼 미래다. 도쿄가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이지 않을까”라며 “최선을 다해 2연패를 달성해 국위를 선양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인비는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1900년 이후 116년 만에 정식 종목으로 부활한 여자 골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손가락 부상으로 고전해 ‘제2의 슬럼프’가 아니냐는 주변의 우려도 있었지만 투혼으로 이겨냈다.올림픽은 박인비의 골프 인생에서 전환점이 됐다. 잠시 잃었던 골프에 대한 의욕을 되찾아줬다.

‘박인비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올림픽이 끝난 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4승을 더해 투어 통산 21승을 기록했다. 올시즌 10개 대회에 나와 커트 탈락 한 번 없이 우승 1회를 포함해 톱10에만 일곱 번 들었다. 10위 밖으로 밀려났던 세계랭킹은 3위까지 끌어올렸다. 쟁쟁한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고진영(26·세계랭킹 2위) 다음 순번으로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김세영(28)과 김효주(26)가 그와 함께 국가대표로 나선다.

박인비는 “선발되기 어려운 자리인 만큼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첫 올림픽 때는 경험도 없었고 컨디션도 좋은 편이 아니었지만 이번엔 다르다. 조금 더 올림픽을 즐기며 경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림픽의 힘을 깨달은 일화를 들려줬다.“금메달을 딴 뒤 귀국해 한적한 시골에 있는 식당에 갔는데 나이 드신 식당 주인과 손님들이 저를 알아보고 사인을 요청했어요. LPGA투어에서 우승하거나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고 와서도 겪지 못한 경험이었습니다. 올림픽 금메달이 주는 의미와 파급력을 그때 처음 느낀 것 같아요.”

박인비가 이번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생각하는 건 30대 중반으로 접어든 나이 때문이다. 여자 프로골프 세계에선 30대가 되기 전에 선수 생활을 정리하거나 경쟁에서 밀려나는 사례가 많다. 2024 파리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박인비는 한국 나이로 37세가 된다. LPGA투어 한국 선수 중 ‘맏언니’로 불리는 지은희가 박인비보다 두 살 많다. 박인비는 “나이는 숫자라고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몸이 해주는 이야기가 있다”며 “나이를 핑계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점점 게을러지는 것 같다. 그게 현재로선 내 약점인 것 같은데 도쿄 대회까지 집중해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인비는 도쿄올림픽 전까지 남아 있는 4개 대회 중 3개 대회(마라톤 클래식, 다우 인비테이셔널, 에비앙 챔피언십)에 출전해 경기 감각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그는 “한여름에 열리는 올림픽인 만큼 더운 날씨에 잘 대비해야 할 것 같다. 대회 전까지 컨디션 관리가 중요하다”며 “금메달과 함께 애국가가 울려 퍼진 그 순간에 느꼈던 성취감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이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올림픽에서 좋은 소식을 들려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도쿄올림픽 여자 골프 경기는 일본 사이타마현 가스미가세키CC에서 8월 4일부터 나흘간 열린다.

박인비의 퍼팅 원포인트 팁
"왼손목 각도 끝까지 유지하세요…그립 세기는 최대치 40~50%만"

퍼팅 때 박인비의 왼손목 각도는 어드레스와 테이크어웨이, 피니시까지 흐트러지지 않고 끝까지 유지된다. /조희찬 기자
박인비(33)는 자타공인 ‘퍼팅의 귀재’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올해 평균 퍼팅 1위(28.69타)다. 지난해에는 2위(28.96타)를 기록했다. 지난주 끝난 메이저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1라운드 18번홀(파4)에선 약 23m 장거리 버디 퍼트를 넣는 묘기를 선보였다.박인비는 퍼팅할 때 손목을 가장 많이 신경 쓴다. 운전대 역할을 하는 왼손목이 조금이라도 뒤틀리거나 돌아가면 원하는 방향으로 공을 보내기 어려워서다. 박인비는 “어드레스를 섰을 때 왼손등이 어딜 보고 있는지 미리 파악해야 한다”며 “왼손목 각도를 테이크어웨이, 임팩트, 폴로스루, 피니시까지 유지하는 것을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손목 앵글만 신경 쓰면 방향성은 금방 잡는다”고 했다.

박인비가 이른바 ‘역그립’으로 불리는 ‘레프트 핸드 로(left-hand-low)’ 그립을 고집하는 것도 손목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오른 손바닥이 왼손보다 아래에 자리하는, 가장 대중적인 컨벤셔널 그립(conventional grip)과 달리 박인비가 쓰는 이 그립 방법은 왼손이 오른손 밑으로 간다. 오른손 손바닥이 목표를 향해 그립 윗부분을 잡고 왼손은 오른손 아래를 잡는다. 왼손 손목 사용을 봉쇄해 직진성이 뛰어나다.

손목을 쓰면 안 된다고 해서 왼손으로 그립을 너무 꽉 쥐어도 안 된다. 너무 세게 쥐면 거리감을 잃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너무 약하게 쥐어서 왼손목이 돌아가도 안 된다. 박인비는 “손목 사용을 금지하라고 하면 주말 골퍼들은 왼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며 “전체 힘을 10으로 봤을 때 4~5 정도로 그립을 쥐라고 하지만 연습으로 자신만의 ‘힘의 포인트’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