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압박에 물러선 크래프톤, 결국 공모가 낮췄다 [마켓인사이트]

공모가 조정 등 담은
정정 증권신고서 제출
≪이 기사는 07월01일(16:1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경기도 성남 분당구 백현동 크래프톤타워 로비 / 신경훈 기자
국내 대표 게임기업인 크래프톤이 상장 공모가격을 낮추기로 했다. 고평가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정정 요구까지 받자 한 발 물러섰다는 평가다. 조정한 가격을 내세워 흥행에 성공할지 주목된다.크래프톤은 1일 수정한 상장 계획을 담은 증권신고서를 금감원에 제출했다. 이 회사는 당초 45만8000~55만7000원로 제시했던 희망 공모가격 범위를 40만~49만8000원으로 변경했다. 상장 직후 시가총액은 19조5590억~24조3510억원이 될 전망이다. 맨 처음 제시한 예상 몸값(최대 28조8337억원)보다 4조5000억원가량 낮은 수준이다. 크래프톤은 고심 끝에 높은 몸값 대신 상장 이후 주가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신고서 정정문제로 증시 입성시기가 한참 밀릴 수 있다는 부담도 공모가 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해외 투자자에 제공하는 증권신고서에 포함된 재무제표를 작성한 날로부터 135일 안에 상장절차를 마쳐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135일 룰(Rule)’로 불리는 이 규정상 크래프톤은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3월31일로부터 135일이 지난 다음달 12일까지는 상장을 마무리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상반기 재무제표를 다시 제출하고 상장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달 말로 예상했던 상장시점이 9월 이후로 밀릴 수 있다.

바이오기업 SD바이오센서가 금감원 정정 요구를 받고 희망 공모가격을 당초보다 40%나 낮춘 데도 135일 룰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SD바이오센서는 지난달 금감원이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한 직후 희망 공모가격 범위를 6만6000~8만5000원에서 4만5000~5만2000원으로 조정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중복청약 금지제도가 시행되는 6월20일 이전에 증권신고서 효력을 발생시키느냐도 중요했겠지만 135일 룰로 인한 상장 일정 연기 가능성이 더 신경이 쓰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모주시장에선 당분간 상장을 코앞에 둔 기업들이 깐깐해진 금감원 눈치를 더욱 보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증권신고서를 고치느라 상장 일정이 미뤄지면 자칫 시장 분위기가 나빠졌을 때 투자자를 모집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4분기 이후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 유출로 증시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크래프톤과 SD바이오센서 외에도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HK이노엔, 한컴라이프케어, 바이젠셀 등이 늦어도 8월에는 증시 입성을 마무리하려고 하고 있다.

김진성/전예진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