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청소부 입사하면 보너스 170만원 준다"…美의 기현상 [조재길의 지금 뉴욕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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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운동선수에 주던 계약 보너스미국의 구인난이 심각합니다. 일자리는 넘치고, 일할 사람은 없습니다.
청소부·운전사·식당 점원 등에 지급
구인광고의 20%…3개월 전보다 10배
델타 변이 美 확산 가능성 '주목'
FOMC 의사록 내용도 지켜볼 만
광범위한 백신 배포 덕분에 경제 재개 속도가 갑자기 빨라졌는데, 작년 3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장기간 쉬면서 후한 실업급여를 받아온 잠재 근로자 중 상당수가 구직 전선에 나설 뜻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와중에 남미 등지에서 유입되던 인력들도 방역 문제로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습니다.미국의 연방 최저시급은 7.25달러로 한국(8720원)보다 낮은데, 실제 현장에선 이보다 두 배 가까이 주는 곳이 많습니다. 특히 화이트칼라 전문직종이나 프로 운동선수들에게 주던 ‘계약 보너스’가 트럭 운전사와 호텔 청소부, 창고 근로자 등 서비스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전했습니다.
지난달 구직 사이트인 집리크루터에 올라온 전체 일자리의 20%에서 “입사 보너스를 지급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올해 3월엔 이 비중이 2%에 불과했습니다. 3개월 사이 열 배 늘어난 겁니다.
예컨대 패스트푸트점 점원으로 일하겠다는 계약서에 서명만 하면 당장 1000달러 넘는 돈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조지아주 닭고기 생산업체인 필그림스 프라이드는 생산직으로 입사하면 1500달러를 보너스로 지급합니다. 물론 이런 곳에선 입사 후 최소 3~6개월 동안 근무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지요.지난 5월 7만5000여 명을 추가 채용하겠다고 밝힌 미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은 신규 창고직을 대상으로 최고 3000달러의 계약 보너스를 주겠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이런 구인 경쟁에 벌어진 데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기존의 실업수당 외에 주당 300달러씩 추가로 지급하는 후한 실업급여(9월 6일까지 지속), 코로나 감염을 우려한 구직 기피 현상, 보육 시설 부족 등이 우선 꼽힙니다.
한 번 높아진 임금은 다시 떨어지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이후 어떻게 될까요. 고용주들은 근로자들의 임금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겁니다.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는 물가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세지면서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 시점을 앞당기고 장기적으로 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아래는 오늘 아침 한국경제TV ‘굿모닝 투자의 아침’과의 생방송 인터뷰 내용입니다.
▶먼저 마감한 미국 증시의 주요 특징을 짚어 주시죠.
다우와 S&P 500, 나스닥 등 3대 지수가 나란히 상승했는데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커진 게 주요 배경으로 꼽힙니다. 각국에서 델타 변이가 급속히 재확산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변종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뉴욕증시는 아직 큰 위협으로 보지 않고 있습니다.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6월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60.6으로, 확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IHS마킷이 발표한 제조업 PMI 역시 62.1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자 수는 일주일 전보다 5만1000명 줄어든 36만4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시장 예상(39만 명)을 밑돌았고, 작년 3월 팬데믹 선언 이후 가장 적었습니다.경기 회복세와 함께 유가는 2년8개월 만의 최고치로 뛰었습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날 대비 2.4% 상승한 배럴당 75.23달러로 마감했습니다. 올 들어서만 50% 넘게 올랐습니다.
경제 재개 속도가 빨라지면서 원유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원인입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 OPEC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는 다음달부터 연말까지 5개월동안 하루 50만 배럴 안팎 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급등하는 유가를 안정시키기엔 충분하지 않은 수준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최근 들어 달러 움직임이 예상과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유로와 엔 등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한달간 2.7% 올랐습니다. 2016년 11월(3.0%) 이후 4년7개월 만에 가장 큰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통화 당국이 작년 팬데믹 이후부터 5조달러에 달하는 돈 풀기에 나선 탓에 달러 약세 전망이 많았는데, 올 3월에 이어 또다시 ‘이상 급등’한 겁니다.
지난달 초부터 Fed 내 매파(통화 긴축 선호) 기조가 강화되면서 기준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이 제기됐던 게 가장 큰 배경으로 거론됩니다. 델타 변이가 100여 개 국가로 확산한 뒤 달러와 같은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원인 중 하나입니다.
한국시간으로 오늘밤 미국의 6월 고용 지표(비농업 신규 취업자 수 및 실업률)가 나오는데,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면 달러 상승 기조가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Fed에 대한 조기 긴축 압박이 세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달러뿐만이 아닙니다.
글로벌 자산시장의 벤치마크로 쓰이는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도 당초 예상과 딴판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10년짜리 금리는 이날 연 1.48%로 마감했는데, 지난달 초부터 연 1.5% 안팎에 고정되다시피 머물러 있습니다. 연말까지 연 2%대로 치솟을 것이란 시장 전망과 다른 움직임을 보인 겁니다.
Fed가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장기간에 걸쳐 시행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입니다.
▶향후 투자자들이 체크해봐야 할 이벤트와 이슈도 종합해서 전해 주시죠.
6월의 고용 지표는 통화 정책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비농업 신규 채용 및 실업률이 시장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면 경기 회복세가 속도를 내고 있다는 신호이지만 동시에 Fed의 조기 긴축 우려가 불거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고용이 부진한 것으로 나오면 Fed의 긴축 결정이 미뤄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시장에선 Fed가 내년 초부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나서고, 2023년엔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해 왔습니다.
로이터통신이 경제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지난달 비농업 신규 취업자 수는 69만 명 늘었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같은 달 실업률은 5.7%로, 전달보다 0.1%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봤습니다.
다음주엔 뉴욕증시가 4일만 열립니다. 월요일은 독립기념일 대체 휴일이어서 증시가 휴장합니다.
다음주 예정된 이벤트 중 주목할 만한 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입니다. 현지 시간으로 7일 오후 2시에 공개됩니다. 지난달 15~16일 열렸던 FOMC 회의에서 참석자(11명)들이 물가 및 고용 지표에 대해 어떻게 평가했는지, 테이퍼링 등 긴축 전환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의견을 나눴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ISM 등의 서비스업 지표도 다음주에 나옵니다. 지난달 서비스업 역시 제조업에 이어 호조를 이어갔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음주에도 일부 기업이 분기 실적을 발표하지만 많지는 않습니다. 본격적인 2분기 성적표는 이달 중순부터 공개됩니다.
<다음주 예정된 주요 경제 지표 일정>
5일(월) 독립기념일 대체 휴일(기념일은 4일)
6일(화) 마킷 서비스업 PMI(6월, 전달엔 64.8) / ISM 서비스업 지수(6월, 전달엔 64.0%)
7일(수) FOMC 의사록(오후 2시)8일(목) 신규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