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남편인데…밤에 한 가지만 '안 맞는다'는 이유로" [OTT 네비]

뭘 볼지 항상 고민인 당신 위한 OTT Navigation
넷플릭스 오리지널 '섹스/라이프'
산후 우울증에 시달리던 주부
'전 남친' 기억하며 쓴 일기, 남편이 읽어
/사진=넷플릭스 '섹스/라이프'
그 놈의 '속궁합'이 문제다.

안정감을 주는 사람과 황홀감을 주는 사람이 동일하지 않은 결혼 생활은 어떨까. 잠자리 빼곤 모든 게 나빴던 일명 '똥차' 남자친구 브래드(애덤 데모스)를 보내고 잘생기고, 친절하고, 능력 있고, 심지어 여자관계까지 완벽한 남편 쿠퍼(마이크 보걸)를 만났다. 하지만 쿠퍼의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바로 잠자리. 8년의 결혼 생활 동안 안정감을 얻었지만, 젊은 시절 화려한 시간을 보냈던 빌리(세라 샤히)는 과거를 그리워했다. 그리고 그 그리움은 둘째 출산 후 극에 달했다.
/사진=넷플릭스 '섹스/라이프'
결국 남편 몰래 과거를 그리워하면서 전 남자친구와의 만남, 그리고 현실을 잊게 만든 잠자리에 대해 세세하게 기록했다. 첫 만남과 브래드 집의 방문, 클럽과 수영장, 지하철까지 장소를 잊은 관계까지 혼자만의 일기이기에 더욱 적나라하게 기록했다. 노트북에 썼던 일기를 남편이 읽기 전까지, 빌리는 그렇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적으며 욕구 불만을 꾹꾹 눌렀다.

'안'맞는 남편의 반란

쿠퍼에게 빌리는 운명의 여신이었다. 대학교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참석하는 길에 마주쳤다가 첫 눈에 반해 결혼까지 골인했다. 잘나가는 금융맨이었고, 모두에게 호감상이라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길을 묻는 척 마음을 드러냈고, 그날 바로 식사 자리까지 가졌다.

식당에서 전 여자친구를 마주쳤지만 거리낌이 없었다. 그야말로 친구였고, 그 친구의 결혼식까지 참석했을 만큼 헤어진 후 아무렇지 않은 사이가 됐다. 빌리에게 쿠퍼는 "헤어졌다고 꼭 모든 관계를 끊어야 하냐"고 물었고, 빌리는 "저도 전 남자친구가 있었다, 브래드라고"라며 처음 그 남자의 이름을 언급했다. 그리고 빌리의 비밀 일기에서 '브래드'라는 이름을 다시 보게 됐다.

잠자리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잠자리가 만족스럽지 않아 '야동'을 보고 '성매매를 한다'는 남편이 고민"이라는 아내, 아내가 잠자리를 거부해 이혼한다는 남편의 사연은 어렵지 않게 보고 들을 수 있다. 결혼 생활에서 성생활과 속궁합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꼽힌다. '섹스/라이프'는 그런 현실적인 부부의 고민을 솔직하게 전하며 몰입도를 끌어 올린다.
/사진=넷플릭스 '섹스/라이프'
남편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아내, 그걸 알아챈 남편의 갈등은 적나라하다. 빌리는 브래드를 떠올리며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더욱 가정에 충실하려 하고, 쿠퍼는 브래드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동시에 이전까지 자신과 다른 선을 넘는 행동을 한다.

부부간 성관계 횟수나 만족도가 부부 금술의 척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가족끼리 그런 거 하는거 아니다", "의리로 산다"는 사람들도 많고, "성관계를 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부부들도 있다. 다만 성관계가 부부 생활의 행복에는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에이미 뮤즈 캐나다 요크대 교수는 "성관계 횟수가 결혼 만족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결과, 성관계 횟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부부 모두가 결혼 생활에 행복을 느낀다"며 "한 달 평균 4회 정도에서 정점을 기록한다"고 발표했다.

진정한 나를 찾아서

/사진=넷플릭스 '섹스/라이프'
부부들의 성생활이 적나라하게 그려지는 만큼 수위 높은 장면도 여럿 등장하지만 단순히 눈요기로만 즐기기엔 '섹스/라이프'는 심오한 메시지를 담으려 노력한 부분이 여럿 눈에 띈다.잠자리에 대한 불만족에서 시작한 갈등은 자신의 자아와 욕망에 대해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메시지로 귀결된다. 특히 빌리의 '절친'이자 심리학을 전공한 작가 샤샤는 자신의 출판 기념 간담회에서 "욕망을 억압하지 말라"면서 "우리 본능을 억압하는 건 불건전 행위"라고 강조했다.

빌리와 쿠퍼가 갈등의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방식도 '사랑'과 '믿음'이었다. 서로가 좋은 반려자라는 애정과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부모 라는 믿음은 위기의 가정을 다시 결합시켰다.

쿠퍼는 말한다. "우린 문제 상황에 있고, 그걸 해결하고 있다"며 "그게 결혼"이라고.

빌리는 프로포즈를 받은 샤샤에게 "결혼 후에도 언제나 더 멋있고 섹시한 사람이 있고, 불꽃이 튈 수 있지만 진정한 반려자와 비교가 안된다"며 "인생의 시련을 같이 겪을 사람이 반려자"라고 조언했다.

물론 시즌2을 염두에 둔 듯 '섹스/라이프'는 호락호락하게 마무리되진 않는다. 잘 나가다 "허무하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 IMDB나 로튼토마토에서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것도 결말에 대한 불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섹스가 자아의 표현방식"이라고 대놓고 말하는 화법에 거부감을 느낄 시청자도 있을 법 하다.

/사진=넷플릭스 '섹스/라이프'
넷플릭스 '섹스/라이프'
출시일 2021년 6월 25일
등급 19세 이상 관람가
별점 IMDB 5.8/10, 로튼토마토 31%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