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공격적 매수 주장해온 UBS가 좀 달라진 이유

2020년 하반기 첫날인 7월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의 S&P 500 지수는 0.52% 올라 엿새째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상반기 14% 상승한 데 이어 오름세를 이어간 것입니다. 다우는 0.38%, 나스닥은 0.13% 상승했습니다.

증시는 소폭이지만 거의 매일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고, 변동성도 매우 낮습니다. 지난 6월 중 하루 1% 이상 지수가 움직인 날은 단 이틀에 그쳤습니다.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15.48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는 1990년 이후 평균인 19.5보다 낮습니다.
월가의 투자자문사 CFRA에 따르면 S&P 500 지수는 5% 이상 조정을 받지 않고 281일째 거래가 이어가고 있습니다. 역대 17번째로 긴 기록입니다.

인플레이션과 테이퍼링, 델타 변이 바이러스 등 걱정이 많지만 어쨌든 경기 회복세는 이어지고 있고 기업들의 이익은 올해 40%나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일 겁니다. IMF는 이날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6.4%에서 7.0%로 높였고, 미 의회예산국(CBO)은 7.4%로 예상했습니다.

이날 시장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자자 관심이 2일 오전 8시30분 발표될 6월 고용보고서에 쏠려있는 가운데 경제 지표들이 줄줄이 괜찮게 나왔습니다.또 2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기업들도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를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 30일 실적을 공개한 마이크론의 3~5월 주당순이익(EPS)는 1.88달러로 시장 예상치 1.71달러보다 높았고, 같은 기간 월그린의 EPS도 주당 1.51달러로 집계돼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인 1.17달러를 웃돌았습니다.

게다가 무엇보다 시장에는 여전히 많은 돈이 넘칩니다.

이날 발표된 경제 지표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26일로 끝난 주간의 실업급여 청구건수는 전주보다 5만1000건 감소한 36만4000건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시장 예상 39만 건 증가를 밑돌았습니다. 지난 5월29일로 끝난 주간에 팬데믹 발생 후 첫 30만 건대를 기록했다가 6월12일 주간부터 2주 연속 다시 40만 건대로 늘었었는데 30만 건대로 떨어진 겁니다.
다만, 지난 19일로 끝난 주간까지 일주일 이상 연속으로 실업급여를 청구한 건수는 346만9000건으로 전주보다 5만6000건 증가했습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그레고리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좋지만 대단하진 않다”라고 평가하면서 “향후 몇 주간 계속 청구건수는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지난달까지 19개 주에서 연방정부 실업급여 지급을 중단했고 이달 중순까지는 26개 주가 중단하기 때문입니다.

공급관리협회(ISM)가 집계한 지난 6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60.6으로 시장 예상(61.0)과 지난 5월(61.2) 수치를 밑돌았습니다. 하지만 워낙 높은 수준인 60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수는 50을 웃돌면 경기가 확장 국면임을, 50을 밑돌면 위축 국면임을 나타냅니다.
잘 지켜볼 건 세부 지수입니다. 생산지수(전월 58.5→60.8), 재고지수(50.8→51.1) 등은 괜찮았지만, 고용지수는 전월 50.9에서 49.9로 떨어져 위축 국면임을 나타냈습니다. 특히 비용을 나타내는 가격지수는 전월 88.0에서 92.1로 크게 올랐습니다. 인플레이션과 고용이 제조업 경기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두드러지고 있는 겁니다.
이런 고용 관련 지표들을 보면 6월 비농업 신규고용이 시장 예상(70만 개)을 훨씬 넘는 ‘서프라이즈’를 기록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골드만삭스는 75만 개, 씨티는 86만 개를 예상합니다.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금리전략가는 "만약 예상과 같은 70만 개 일자리가 창출된다면 미국의 3개월 이동평균 신규고용 수치는 51만2000개"라며 "이 수준이 유지된다면 미국은 2022년 7월에나 팬데믹 이전 수준의 고용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만약 100만 개 등 예상을 훌쩍 넘는 것으로 나온다면 시장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씨티는 신규고용 수치가 100만 개가 넘으면 시장 반응이 격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이 더 빨리 테이퍼링을 결정할 것이란 예상을 강화시키기 때문입니다. 톰 에세이 세븐리포트 설립자도 "Fed가 더 빨리 테이퍼링이 나설 것이기 때문에 시장이 조정에 들어갈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예상 때문에 달러화 가치는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날 ICE 달러인덱스는 92.5까지 올라 석 달 새 최고치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종목별로는 이틀째 가치주가 성장주에 비해 약간 더 나은 수익률을 보였습니다. 옥시덴탈페트롤리엄이 5.1% 폭등하는 등 에너지 주가 1.72%나 급등했습니다. 유가(서부텍사스원유)가 2%나 올라 2018년 이후 처음 배럴당 75달러까지 치솟은 덕분입니다. 이날 열린 OPEC+가 산유국 회의에서 시장 예상(하루 50만~100만 배럴)에 못 미치는 감산량 축소(증산)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입니다.
OPEC+는 격론 끝에 회의를 2일까지 연장하기로 했고 WTI 유가는 한 때 배럴당 76달러를 넘었다가 상승폭을 일부 반납하며 75달러선 초반으로 내려왔습니다. 회의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8~12월 매달 하루 40만 배럴씩 증산키로 의견을 모은 가운데, 아랍에미리트(UAE)가 자국의 증산 기준선을 놓고 이견을 내놓아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최근 시장을 달구는 논쟁 중 하나는 하반기 주도주가 무엇이 될 것이냐는 겁니다. 이 둘 간의 상관관계가 거의 최저로 떨어진 상태거든요. 거꾸로 움직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CNBC는 지난 6월23일부터 30일까지 월가의 전략가와 펀드매니저, 최고투자책임자(CIO) 등 약 10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했습니다.

다음 분기 주도주로 응답자의 거의 70%가 성장주보다 가치주를 꼽았습니다.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응답자의 절반 가량은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말까지 2%를 넘어설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업종별로는 67%가 금융주가 유망하다고 꼽았습니다.
시장에 가장 큰 위험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40% 이상이 인플레이션을 지적했고 27%는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21%는 테이퍼링을 꼽았습니다. 또 인플레이션에 대비할 수 있는 거래로 원유 매수 등을 꼽았습니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은 월가의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입니다.



월가에서는 하반기 증시도 괜찮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LPL리서치에 따르면 2차대전 이후 상반기에 S&P 500 지수가 12.5% 이상 올랐을 경우가 열여섯 차례 있었는데, 하반기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때는 네 차례뿐 이라는 분석자료를 내놓았습니다. 하반기 상승세로 끝날 확률이 75%이고, 평균 수익률은 7.1%였습니다.

UBS는 이날 데일리에서 "시장 변동성이 현재는 낮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라며 변동성을 높일 수 있는 잠재적 촉매로 인플레이션과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그리고 지정학적 위험(미·중 갈등) 등 세 가지를 지적했습니다.
가장 먼저 인플레 우려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예고했습니다. 지금은 '일시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믿지만, 더 확산되고 끈질기게 이어질 위험이 있다는 겁니다. 이러면 Fed의 완화정책을 유지하려는 의지는 시험대에 오를 것이란 에상입니다. 마크 헤펠 CIO는 "인플레이션이 기조효과가 사라지는 가을께 떨어질지, 아니면 주기적으로 치솟아 시장을 겁먹게 할지는 올해 내내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는 코로나 변종 바이러스 우려입니다. UBS는 아직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치명적이거나 백신에 내성을 가지지는 않아 주요국 경제 재개를 방해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백신 접종률이 낮은 국가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은 새로운 불확실성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세 번째는 지정학적 긴장입니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1일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중국 인민은 어떤 외세의 괴롭힘이나 압박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런 망상을 한다면 반드시 14억 중국 인민이 피와 살로 쌓아 올린 강철의 (만리)장성 벽에 머리가 부딪쳐 피를 흘릴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의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시 주석의 기념사를 바이든 대통령이 눈여겨 봤다고 밝혔습니다. 또 중국이 서부 사막지대에 100여개의 미사일 격납고를 건설하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 "중국의 핵무장 확대를 우려한다"고 말했습니다. UBS는 기본 시나리오에서 미·중의 대대적 갈등을 예상하지는 않지만 양국 간 근본적인 긴장 관계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그동안 UBS는 매우 공격적인 주식 매수를 권고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날 보고서에서는 약간 어조가 달라졌습니다. 마크 헤펠 CIO는 "우리는 위험자산 선호가 여전히 타당하다고 믿지만, 투자자들은 변동성이 낮은 기간을 활용해 앞으로 닥칠 난기류를 대비하고 하락 위험 노출도를 줄일 수 있다"라고 권고했습니다. 일부 주식을 차익실현하고 VIX 지수 하락으로 가격이 낮아진 옵션 등을 활용하라는 것입니다. 또 인플레이션 위험과 관련해서는 가격결정력이 높은 기업의 주식,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 등을 매수하는 방안도 고려할 것을 추천했습니다.

김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