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것 빼면 시체지"…여심 잡은 SUV '지프 레니게이드' [신차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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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아의 신차털기 13회
지프 레니게이드 80주년 에디션 시승기
"예쁜 것 빼면 시체지. 감성으로 타는 차야."
지프 레니게이드 차주의 얘기다. 며칠간 레니게이드를 몰아보니 그 말이 이해가 됐다. 4000만원대 차량이지만 비슷한 가격대 차량과 비교해 부족한 점이 분명 보였다. 그러나 아기자기한 감성 디자인만으로도 그 단점들이 상쇄되는 차다. 지난달 26일 지프 레니게이드를 타고 서울 잠실동에서 청량리동을 찍고 경기 남양주 카페까지 왕복 64km 구간을 달려봤다. 시승은 올해 80주년을 맞아 지프가 내놓은 80주년 에디션 4륜구동 모델로 진행했다.레니게이드는 지프의 막내다. 다소 진입장벽이 높았던 지프 브랜드의 대중화를 이끈 모델이다. 특히 여성 고객 비중이 높다. 올해 1~5월 레니게이드 누적 판매량은 1411대로 지프 전체 판매(4793대)의 약 30%를 레니게이드가 차지하고 있다.
깜찍한 디자인에 홀린다. 둥근 헤드램프가 마치 호기심 많은 아이 눈 같다. 'X자' 후면 램프 디자인은 개구쟁이 느낌도 난다. 그러면서도 대체적으로 선이 굵은 탓에 지프 고유의 투박한 분위기도 풍긴다. 투박함과 귀여움이 조화를 이뤘다. 크기도 앙증맞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속하는 이 차는 국산차로는 기아 셀토스, 르노삼성 XM3 등과 크기가 비슷하다. 전장·전폭·전고 각각 4255mm·1805mm·1695mm로 셀토스(4375mm·1800mm·1600~1620mm)와 비교해 전장이 짧다. 축간거리(휠베이스)는 2570mm에 달하지만 생각보다 2열이 여유롭지 않다. 다만 전고가 높아서 헤드룸 여유는 물론 개방감이 상당하다. 차가 높이 솟아 있는 영향도 있다. 선루프까지 있어 좀 더 탁 트인 느낌이다.
SUV임에도 좁은 트렁크 공간은 다소 아쉽다. 웬만한 세단의 적재공간에도 못 미칠 정도다. 다만 2열 풀플랫이 가능해 넓게 쓸 수는 있다. 주행에 나서면 '뿌리는 못 속인다'는 생각부터 든다. 오프로드 감성이 마구 뿜어져 나온다. 투박하지만 경쾌함도 느껴진다. 힘은 충분하다. 이 차는 2.4L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과 9단 변속기가 들어갔다. 최대 출력은 175마력, 최고 토크 23.5kg·m다. 초반 가속은 굼뜬 경향이 있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한 템포 늦게 변속돼 가속이 느리게 전달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 때문에 가속될 때 몸이 뒤로 쏠린다. 특히 오르막 구간에서 심하다. 차선을 변경하려고 속도를 올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엔진 소음은 저속에서도 있다. 신경이 거슬릴 정도까진 아니지만 가속 시에는 더 커진다.
브레이크는 도심에서 타기 어렵지 않을 정도로 설계됐다. 무겁지 않고 원하는 만큼 잘 밟힌다. 다만 앞 차 직전에 급제동될 때가 있어 이는 익숙해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가속 때와 반대로 제동 시에는 몸이 앞으로 기우는 경향도 있다.
승차감은 단단하다. 노면이 고르지 않은 구간에서 몸에 오는 충격은 없는 편이나 '텅텅' 거리는 느낌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지프'를 타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오히려 만족했던 부분이었다.실내 구성은 아쉽다. 2010년대 차를 보는 듯하다. 투박함 역시 지프만의 감성이라 할 수 있지만 최근 차량들의 실내 인테리어 및 구성과 비교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8.4인치 디스플레이도 추세를 고려하면 작은 편이다. 심지어 아래쪽에 배치돼 있어 운전 중 시선 분산 정도가 크다. 컵홀더도 지나치게 아래 쪽에 있어 불편하다.
옵션 역시 가격 대비 부족한 편이다. 통풍 시트, 헤드업디스플레이(HUD), 무선충전기를 비롯해 2열 송풍구·열선 시트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다만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등 블루투스 기능은 들어가 있다.
연비는 당초 예상치를 웃돌았다. L당 5km까지 떨어진다는 얘기를 들어서인지 평균 7~9km/L 수준은 양호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객관적으로는 효율이 좋지 않은 수치다.그러나 레니게이드의 매력적 외관이라면 이 정도 단점은 감수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니게이드 일반 모델 가격은 3610만~4360만원이며 80주년 모델 가격은 개별소비세 인하분 적용 기준 4360만원이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