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껍질, 해바라기 기름으로 만든 타이어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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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 원료 비율 높여가는 타이어업계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타이어 업계가 고민에 빠졌다. 석유 부산물로 뽑아낸 재료 등 타이어 제조 특성상 유해한 소재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같은 성능을 내면서 환경 오염을 줄이는 재료를 찾는 것이 타이어 업계 연구개발(R&D) 실무자들의 임무다.
2050년에 100% 친환경 타이어 목표
오렌지 껍질의 리모넨, 석유 부산물 대체
인권 고려한 천연고무 사용 비중도 늘린다
가장 먼저 치고 나가는 곳은 프랑스 미쉐린이다. 미쉐린은 지난달 초 지속가능한 원료를 절반에 가까운 46%까지 이용해 만든 친환경 타이어 시제품을 내놨다. 타이어 재료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오렌지·레몬 껍질, 해바라기 기름, 소나무 수지 등 식물성 재료를 이용했다. 원래 석유 부산물에서 추출해 이용하는 리모넨을 오렌지 껍질에서 뽑아내 사용하는 식이다. 여기에 천연 고무 함량을 기존보다 늘리고 고무의 강도를 끌어올리는 카본 블랙을 폐타이어에서 뽑아내 지속가능 원료 비율을 높였다.미쉐린의 친환경 타이어는 모터스포츠용 타이어로 제작됐다. 업계에서는 트랙 주행용 타이어는 일반 타이어보다 내구성이 좋아야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원료로 만든 타이어를 쓰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미쉐린은 레이싱 주행에서 성능 저하가 없는 타이어를 만드는데 성공하면 일반 타이어를 만들기는 훨씬 쉬울 것으로 여겼다. 미쉐린은 현재 30%인 지속가능 원료 비율을 2030년 40%, 2050년 100%로 늘려 타이어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국내 타이어 회사들도 친환경 타이어 시대를 준비 중이다. 한국타이어는 현재 26%인 지속가능 원료 비율을 2025년 55%, 2050년 100%로 늘릴 계획이다. 중간 단계에서는 미쉐린보다 더 빨리 친환경 원료 비율이 더 높인다.
한국타이어도 미쉐린과 유사한 식물성 재료 등을 활용해 타이어 제조에 나선다. 또 원료의 20~30%를 차지하는 천연 고무의 사용도 늘린다. 한국타이어는 이를 위해 글로벌 타이어회사 등과 함께 지속가능한 천연고무를 위한 글로벌 플랫폼인 GPSNR에 가입했다. 천연 고무를 재배하는 소규모 농가의 생활 환경을 개선하고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한국타이어는 인권, 환경 등을 고려해 제작된 천연 고무를 이용하기로 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다양한 식물성 원료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원료 비중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금호타이어는 다음달 발표할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친환경 타이어 제작 관련된 내용을 넣을 것으로 전해졌다. 넥센타이어도 연내 발간할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이같은 내용을 삽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