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인 사임하자 "재판할 수 있겠나" 언성 높인 재판부

재판부 "이런 재판 처음이다"…이상직 "퇴정 허가해 달라" 신경전
'이스타항공 횡령·배임' 사건으로 재판에 회부된 무소속 이상직(전북 전주을) 의원의 변호인이 사임하자 재판부가 법정에서 언성을 높였다. 재판을 하루 앞두고 이 의원 변호인이 사임서를 내자 재판부가 불쾌감을 드러낸 것인데, 여기에 이 의원이 "변호인 선임을 위해 재판 연기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법정 신경전도 벌어졌다.

2일 전주지법 제11형사부(강동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스타항공 횡령·배임 사건 1회 공판에 이 의원 변호사로 국선변호인이 참석했다.

전날 이 의원 사선변호인이 사임하자 재판을 여는 데 문제가 없도록 재판부가 국선변호인을 지정한 것이다. 강 부장판사는 "과거 (정식 재판을 위한) 공판준비기일 직전에도 (이상직) 변호인이 모두 사임했다"며 "그런데 이번에 다시 변호인이 사임서를 내 매우 당혹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건 기록이 방대한데 이런 식으로 변호사 사임, 선임을 반복하면 (변호사가 사건 기록을 보는 데만 많은 시간 걸려) 재판을 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의원 국선변호인은 "(볼 사건 기록이 많아) 사선변호인이 기일 변경 신청서를 냈는데도 기일이 강행되자 이에 대한 조치로 사임한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고 답변했다.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이 의원도 자리에서 일어나 발언을 이어갔다.

이 의원은 사선변호인의 사임 이유를 재차 설명한 뒤 "사임을 만류했는데 여의치 않았다"며 "현재 구속돼 있어 검찰이 어떻게 수사했는지 모르는 상황이다.

국선변호인도 오늘 처음 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변론권과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변호인을 재선임해 재판에 임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길 정중하게 요청한다"고 재판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강 부장판사는 "그럼 내가 정중하게 묻겠다"면서 "재판부가 피고인의 변론권과 방어권을 침해했느냐"고 날을 세웠다.

이어 "계속해서 새로운 변호사가 선임되면 한 달, 두 달, (피고인 구속 가능 기간인) 6개월 더 갈 것 아니냐"며 "이런 식으로 재판이 지연, 정지되면 안 된다.

나중에 피고인이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해 이 의원의 요청을 거절했다.

이 의원은 함께 기소된 이스타항공 재무팀장의 증인 신문이 시작되기 직전, "변호인을 재선임하겠다.

퇴정을 허락해 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깊은 한숨을 내 쉰 강 부장판사는 10분 미만의 짧은 휴정을 거친 뒤 이 의원의 퇴정을 불허했다.

재무팀장의 증인 신문은 이 의원에게도 중요한 절차라는 이유에서다.

다시 국선변호인이 "그렇다면 재무팀장 증인 신문도 미뤄 한 주만 말미를 달라"고 하자 강 부장판사는 "이런 재판은 처음"이라며 재판을 예정대로 이어갔다.

이날 재판은 재무팀장에 대한 증인 신문이 끝나면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 의원은 2015∼2018년 수백억원 상당의 이스타항공 주식을 이스타홀딩스 등 계열사에 저가 매도하는 수법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히고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으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이 밝힌 이 의원과 그 일가의 횡령·배임 금액은 555억원에 이른다. 검찰은 최종구 이스타항공 전 대표, 박성귀 전 재무실장 등 6명을 공범으로 지목하고 이 의원과 함께 기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