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美 한인의 주택 보유율이 낮은 이유

"대만·필리핀계보다 소득 적어
2가구 중 1가구만 주택 구입
한인 2세들은 빠르게 주류 편입"

조재길 뉴욕 특파원
미국 내 한인은 총 190만여 명에 달한다. 이민자와 2·3세 등을 포함한 숫자다. 중국 필리핀 인도 베트남에 이어 아시아계 중에선 다섯 번째로 많다. 뉴욕 로스앤젤레스(LA) 애틀랜타 등 대도시마다 빠짐없이 코리아타운이 형성돼 있을 정도로 지역 내 영향력도 작지 않다. 하지만 경제적 지위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위상이나 한인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과는 상반된 결과다.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인 질로가 인구조사국의 2019년 통계를 바탕으로 ‘아시아계 가구의 경제 정보’를 분석한 결과 미국 내 한인들의 중위소득은 가구당 7만1220달러에 그쳤다. 아시아·태평양계 25개 이민자그룹 중에서 12번째다.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그룹은 인도계로, 11만9120달러에 달했다. 대만계(10만149달러), 필리핀계(9만4961달러), 스리랑카계(8만5000달러), 피지계(8만2511달러), 일본계(8만1406달러), 중국계(8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이와 관련,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모든 인종그룹 중에서 소상공업이나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는 비중은 한인들이 가장 높다”고 소개했다. 인도인이 많이 종사하는 정보기술(IT) 업종 등에 비해 수입이 적을 뿐만 아니라 세금 신고액 자체도 적을 수 있다는 얘기다. 민병갑 뉴욕시립대 퀸스칼리지 석좌교수(재외한인연구소장)는 “한인들의 대졸자 비중이 인도 등 다른 민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게 직업 선택 및 소득으로 연결됐을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한인 소득 역시 평균에 수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한인들의 주택 보유율도 낮은 편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인의 자가 보유율은 50.7%로 아·태계 중에서 16위에 그쳤다. 한인 중에선 두 가구 중 한 가구만이 집을 소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LA 뉴욕 등 집값이 비싼 대도시에 거주하는 비중이 높은 것이 주택 보유율을 떨어뜨린 배경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 보유율이 가장 높은 그룹은 대만계였다. 인구조사에 응한 가구의 69.2%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베트남계(66.9%), 일본계(65.9%), 중국계(63.0%), 필리핀계(62.2%), 라오스계(61.0%) 등의 순이었다. 한인의 자가 보유율은 아시아계는 물론 전국 평균(65.6%)을 크게 밑돌았다.

질로는 보고서에서 “1970년대만 해도 이민자그룹에 따른 소득·자산 차이가 별로 없었지만 지금은 불평등이 더 심해졌다”면서 “백인 히스패닉 등 다른 인종과 달리 아시아계 내부에서 출신국별 격차가 커지는 게 새로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다만 아시아계 전체의 주택 보유율은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2019년 기준 자가 보유율이 58.1%로 2000년 조사 때보다 6%포인트 상승했다. 백인(71.3%)보다는 낮지만 히스패닉(45.6%)이나 흑인(41.0%)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주택 보유율은 주(州)별로도 적지 않은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지아주에서 아시아계의 자가 보유율이 67.0%까지 치솟았지만 뉴욕주에선 48.6%에 그쳤기 때문이다. 뉴욕의 비싼 집값이 보유율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아시아계는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가 늘고 있는 인종이기도 하다. 19년 동안 아시아계 가구 증가율은 83%를 기록, 히스패닉(74%)은 물론 흑인 가구 증가율(23%)을 상회했다.아시아계 입지는 비례적으로 넓어지고 있다. 경제력뿐만 아니라 유권자 수도 많아진다는 의미다. 작년 말 상·하원 선거에선 아시아계 의원이 16명 배출됐다. 중요한 건 한인들의 위상 제고다. 경제적 측면에선 아직 인도나 중국 필리핀 베트남 등에 밀리고 있다는 게 확인돼서다.

그나마 한인 2세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같은 조사에서 한인 2세의 중위소득은 연급여 기준 8만8100달러로, 아시아계 평균(8만5800달러)보다 2300달러 많았다. 주류 사회로 진입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한인 2세는 총 45만3989명으로 아시아계 2세 전체(670만 명)의 6.8%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인 특유의 교육열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해답은 항상 교육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한인 영세 사업장 비중 66%…아시아계 '최고'

미국에서 세탁소 네일숍 슈퍼마켓 등 영세 사업장을 운영하는 한인 비중이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 인구조사국 분석 결과 미국 내 한인 사업장 22만4891곳 중에서 직원 수가 4명 이하인 곳이 전체의 66%에 달했다. 미국 평균(57%)보다 9%포인트 높은 수치다. 아시아계 평균(61%)보다도 소상공업 비중이 크게 높았다.한인들의 개별 사업장 수는 계속 늘고 있다. 2007~2012년 한인 가게 수가 16.8% 증가했는데, 미 전체 증가율(2.0%) 대비 8배나 빠른 속도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한인 사업주들이 비용을 줄이려고 가족을 동원하거나 초과 근무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이 때문에 코로나19 사태 등 위기 때 정부 지원을 받기가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 독특한 한인의 입지는 입양 통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1955년 이후 2015년까지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인이 11만2000여 명에 달했다. ‘입양 비자’로 알려져 있는 IR-4 및 IH-4 비자로 미국 가정에 입양된 한국 출신 아동은 1999년부터 2018년까지 총 1만9222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비자로 미국에 들어온 전체 입양아의 26.1%를 차지했다. 과테말라(22.1%) 에티오피아(11.9%) 중국(8.5%) 인도(6.2%) 등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