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승객 月300만명 넘었는데…'출혈 경쟁' LCC는 줄부도 위기

분기기준 月여객 300만 첫 돌파

항공사 '제주 특가티켓' 후폭풍
좌석 꽉 차는 성수기에도 적자
제주외 지역도 손실 보며 운항
2분기 국내선 여객 수가 월평균 처음으로 300만 명을 돌파했지만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출혈 경쟁 등으로 경영이 악화하고 있다. 2일 서울 김포공항 국내선 계류장에서 LCC 비행기가 대기하고 있다. /김포=김영우 기자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와 관광 수요 회복으로 올 2분기 월평균 국내선 여객 수가 300만 명을 돌파했다. 분기 기준으로 월간 여객 수가 300만 명을 넘어선 건 사상 처음이다. 폭발적인 국내선 여객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보유 현금이 바닥나면서 부도 위기에 몰리고 있다. 당장의 현금 확보를 위해 LCC업계가 ‘출혈 경쟁’을 벌인 데다 ‘돈 안 되는’ 내륙 노선까지도 무차별적으로 항공편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적자 내면서 국내선 운항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선 여객 수는 304만 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 5월 311만 명으로 1년7개월 만에 300만 명대를 회복한 뒤 두 달 연속 300만 명대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6월(216만 명)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이전 최대치인 2019년 6월(281만 명)을 웃돌았다.
분기 기준으로는 월평균 304만 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월평균 300만 명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174만 명) 대비 74.7% 증가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본격적인 해외여행 재개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제주 등 국내 관광지로 떠나는 여객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과 다음달까지 김포~제주 노선 예약률은 평균 90%가 넘는다. 주말과 휴가 극성수기 시즌인 7월 말과 8월 초는 매진 상태다. 이달 말 기준 김포~제주 노선 편도 항공권(금요일 기준) 가격도 8만~9만원가량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보다 높다.

폭발적인 국내선 수요 증가에도 항공업계는 우울한 분위기다. LCC업계의 출혈 경쟁으로 수익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당장 현금이 급한 LCC들은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지난 3~4월 1만원(편도 기준)에도 못 미치는 초특가 항공권을 잇따라 내놨다.여객이 몰리는 제주 노선은 그나마 내륙 노선에 비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문제는 제주 노선 여객슬롯(시간당 항공기 운항횟수)이 포화상태에 달했다는 점이다. 국제선 운항이 사실상 불가능해 항공기를 띄우기 위해선 제주 외 다른 내륙 노선에 투입해야 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김포~내륙 항공편은 4260편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김포~제주항공편은 6542편에서 7933편으로 21%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내륙 노선 역시 LCC 간 경쟁으로 운임이 낮아 좌석을 다 채워도 손실을 보는 구조”라며 “공급 과잉 상태에서 LCC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항공편을 투입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트래블버블 효과는 글쎄…”

LCC들은 보유 현금 자산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 채무를 갚을 여력조차 없는 위기에 처했다.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 등 LCC 상장사 네 곳의 1년 내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자산 규모는 올 1분기 기준 5144억원으로, 전 분기(6546억원) 대비 1402억원(21.4%) 줄었다. 반면 1년 내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과 리스부채는 6734억원에 달한다. 보유 현금보다 갚아야 할 빚이 더 많다는 뜻이다. 대부분 LCC는 자기자본(자본총계)이 자본금보다 적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LCC의 자금난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국제선 노선 재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달 30일 사이판과 자가격리 없이 여행할 수 있는 여행안전권역(트래블버블) 첫 번째 협약을 맺었다. 괌, 대만, 베트남 등과도 협약 체결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항공업계는 트래블버블을 도입하더라도 본격적인 여행 수요는 내년 말에나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행 주 소비층인 40대 및 20~30대 여성들은 아직 백신 접종 순서가 돌아오지 않아 접종률이 낮다. 10대와 10세 미만도 마찬가지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사이판과 괌은 신혼여행이나 가족여행 수요가 많은 여행지”라며 “감염 우려를 감수하고 해외여행에 나설 수요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부분 항공사가 사이판 왕복 항공편을 주 1회만 운영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코로나19 직전엔 한 주에 최대 14회까지 운항했다.

델타 변이가 확산되고 있는 미국과 유럽 노선 재개는 더욱 불투명하다. 업무 관련 수요를 제외하면 여행 수요는 내년 말까지 회복되기 어렵다는 게 항공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