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덮친 델타 변이…"가을 前 다시 대유행 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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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확산 비상“코로나19 백신 거부에는 세 가지 요인이 있다. 하나는 잘못된 정보다. 두 번째는 불신이다. 미국 사회에서 더 이상 백신 접근권은 문제가 아니라고 여기는 잘못된 인식이 세 번째다.”
美 신규 확진 한주새 10% 증가
50개주 전역으로 델타변이 확산
1천개 카운티 접종률 30% 미달
백악관 특별대응팀까지 파견
제롬 애덤스 전 미 공중보건국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 사회에서 코로나19가 정치 이슈로 변질돼 많은 사람이 백신을 거부하고 있다는 취지다. 남동부와 중서부 지역이 ‘백신 거부 벨트’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이 밀집한 곳이다.백신 거부는 코로나19 재유행의 불씨가 됐다. 사람 세포에 잘 침투하는 델타(인도) 변이 바이러스까지 확산하면서 기름을 부었다. 미국뿐 아니다. 지난해 말 인도에서 처음 확인된 델타 변이는 반년 만에 지구촌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각국이 백신 접종을 독려하면서 방역 수칙을 재정비하는 이유다.
코로나 악몽 재연되나, 美 긴장
로셸 월렌스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최근 1주일간 코로나19 신규 환진자가 전주보다 1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3~29일 미국의 하루 평균 코로나19 확진자는 1만2609명이었다. 직전 한 주간 1만1428명이던 것에 비해 증가세가 뚜렷하다. 올해 1월 8일 31만2357명으로 정점을 찍은 미국 신규 확진자는 백신이 보급되면서 가파르게 줄었다. 하지만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서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유행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월렌스키 국장은 “백신 접종률이 낮은 남동부와 중서부에서 델타 변이로 인한 코로나19 확진자와 입원·사망자가 늘어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몇 주 내 알파(영국) 변이 감염자 수를 넘어설 것”이라고 했다.미국 50개 주와 워싱턴DC 전역에서 델타 변이 감염자가 나왔다. 인구 대비 확진자가 급증한 곳은 백신 접종률이 전체 평균에 못 미쳤다. 인구 10만 명당 신규 환자가 16명으로 가장 많은 네바다주는 42%가 백신 접종을 마쳤다. 미국 평균(47%)보다 낮다. 코로나19 환자 증가세가 뚜렷한 미주리, 아칸소, 와이오밍, 유타 등도 접종률이 40% 아래다. 남동부와 중서부에 접종률이 30%도 안 되는 카운티가 1000개 이상 몰려 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장은 “백신으로 확진자 급증을 완전히 피하는 것은 물론 예방도 할 수 있다”고 말하며 백신 접종을 독려했다. 백악관은 델타 변이 확산 지역에 특별 대응팀을 파견하기로 했다. 연방정부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대응팀이 검사와 백신 접종 관련 일손을 돕고 항체 치료제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유럽서도 델타 변이 경고음 커져
유럽에서도 델타 변이 유행에 대한 경고 목소리가 커졌다. 한스 클루게 세계보건기구(WHO) 유럽담당 국장은 “다음달이면 유럽 53개 국가에서 델타 변이가 지배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주 유럽 신규 확진자는 10% 늘었다. 10주간 감소하던 확진자 그래프가 반등했다. 클루게 국장은 “방역수칙을 안 지키고 백신을 맞지 않으면 새 코로나19 유행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유럽연합(EU) 회원국 성인 중 코로나19 백신을 한 번 이상 맞은 사람은 60.6%다. 38.9%가 접종을 마쳤다. 변이 확산, 낮은 백신 접종률, 모임 증가가 확산 이유로 꼽혔다. WHO는 지난달 11일부터 열리고 있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도 코로나19 확산 통로가 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델타 변이가 지배종이 된 영국에선 이날 신규 환자가 2만7989명 보고됐다. 1월 29일(2만9079명) 후 최대치다. 다만, 사망자는 1월 29일(1245명)보다 98% 적은 22명이었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10~29세 젊은 감염자가 증가하면서 유행을 이끌었다. 스페인에서도 하루 확진자가 1만2345명 늘었다. 신규 환자가 2500명 가까이 늘어난 포르투갈은 코로나19 통금을 부활하기로 했다. 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리스본 등 45개 지역에서 통행금지 조치를 시행한다.일본 도쿄에선 이날 환자가 679명 나와 긴급사태 선포 기준인 500명을 넘어섰다. 대형 경기장이나 야간에 치러지는 도쿄올림픽 일부 경기를 무관중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 등이 보도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