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미국서 車강자로 진화"…상반기 판매 역대 최다

투싼·K3 활약…
작년보다 48% 늘어난 80만5천대

GM·도요타·혼다 증가율 제쳐
SUV·제네시스 등 고루 인기
판매가 오르며 수익성도 개선
현대자동차·기아가 미국 시장에서 상반기 역대 최다 판매 실적을 올렸다. 미국 시장 수요 회복과 함께 투싼, K3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세단이 고루 선전하며 3월부터 3개월 연속 월간 판매 기록을 갈아치운 결과다.

그러나 6월 들어 판매 증가세가 주춤한 모습이다. 재고가 부족해지면서다. 수요가 폭발함에도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미국 공장마저 가동률을 낮춘 탓이다. 노동조합이 파업까지 벌일 태세여서 하반기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3~5월 연속 기록 경신”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와 기아는 상반기 미국에서 80만4944대를 판매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48.1% 늘어난 규모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현대차는 전년 동기 대비 52.2% 증가한 42만6433대를 판매해 기록을 새로 썼다. 기아는 43.7% 늘어난 37만8511대로 기록을 경신했다.

차종별로 보면 현대차는 투싼(8만3517대), 아반떼(7만3437대), 싼타페(6만3110대) 순으로 많이 팔렸다. 기아는 K3(6만2159대), 스포티지(5만3374대), K5(5만1120)가 1~3위를 차지했다. 미국 포브스는 “신형 투싼은 현대차가 미국 유틸리티차량 시장에서 강자로 계속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가했다.현대차·기아의 상반기 미국 판매 증가율(48.1%)은 현지 경쟁 업체 평균(33.7%)에 비해서도 훨씬 높다. 제너럴모터스(GM·19.7%), 도요타(44.5%), 스텔란티스(17.4%), 혼다(40.7%) 등을 압도한다. “현대차가 다른 자동차 메이커에 비해 마이크로칩 쇼티지 관리를 잘한 덕분”이라는 게 포브스 분석이다. 현지 순위는 여전히 6위지만 격차를 좁혔다는 평가다.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 차량 인기가 높아지면서 현지 딜러에 지급하는 인센티브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현대차와 기아의 인센티브는 대당 각각 1722달러, 2336달러로 전년 대비 31.4%, 38.2% 감소했다. 경쟁 업체 평균 인센티브(2751달러)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차량 판매가격은 상승세다. 현대차의 2분기 평균 대당 판매가격은 2만9740달러, 기아는 2만8237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각각 3.8%, 12.9% 올랐다. SUV와 제네시스가 선전한 덕분이다.

재고 부족에 노조 파업 불안

다만 6월 들어 판매 증가세가 한풀 꺾인 점은 부담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6월 판매량은 5월 대비 각각 18.4%, 14.7% 감소했다. 가장 큰 원인은 재고 부족이다. 현대차·기아는 그동안 재고 보유 물량을 3개월치 정도로 유지해왔지만 최근엔 한 달 안팎으로 줄었다.

인기 차종인 기아 텔루라이드의 재고는 8일치까지 떨어졌다. 텔루라이드는 권장소비자가격(MSRP)에 최대 5000달러 웃돈을 줘야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 대라도 더 생산을 늘려야 하지만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노조의 파업 예고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현대차 노조는 5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연다. 지난달 30일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결렬시킨 데 이어 파업을 결의하기 위한 대회다. 노조는 7일 파업 찬반투표를 벌이고, 8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킬 계획이다.회사는 기본급 월 5만원 인상(호봉 승급분 포함), 성과금 100%+300만원, 품질향상격려금 200만원, 복지포인트 10만원 지급 등 1000만원이 넘는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는 올해 요구안으로 기본급 월 9만9000원 인상,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금 지급, 정년 연장(최장 만 64세) 등을 내걸었다.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2분기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3분기엔 파업 이슈에 따라 생산 및 판매 증가 기대를 낮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일규/김형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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