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디지털세 매출기준 200억→100억유로…과세대상 확 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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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부터 '디지털세' 도입…세계 100여개社 대상삼성전자는 지난해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 정부에 11조1000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했다. 이 중 73%는 한국에 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매출 중 한국 비중은 16%에 불과했지만 세금 대부분은 본사 소재지인 한국이 가져가는 구조다. 하지만 2023년 디지털세가 도입되면 이 같은 조세 배분에 변화가 생긴다. 삼성전자가 국내에 내던 세금 중 일부를 매출이 발생한 해외로 나눠줘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지금보다 법인세를 더 내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매출 발생국가에 초과이익 규모 따라 법인세 추가 납부
삼성전자, 2년 뒤 국내에 내던 세금 4000억 외국에 내야
현대차·LG 등은 일단 제외…2030년 전세계 수백곳 대상
글로벌 기업 세금 어떻게 변하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디지털세 부과 방식은 다소 복잡하다. 우선 대상은 글로벌 연결매출 200억유로(약 27조원)와 이익률 10%를 모두 넘는 기업이다. 기업의 글로벌 매출을 모두 합산한 뒤 이익률 10%에 해당하는 이익을 통상이익으로, 나머지 이익을 초과이익으로 분류한다. 통상이익 전체와 초과이익 중 70~80%는 기존과 같이 본사 또는 사업장 소재지에 납부한다. 초과이익 중 나머지 20~30%는 매출이 발생한 시장 소재국에 과세권한을 배분해준다. 이 비율을 20%로 할지 30%로 할지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삼성전자의 경우 어떤 영향을 받을까. 삼성전자는 지난해 236조80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상 기준 27조원의 아홉 배에 가까운 수치다. 영업이익은 35조9939억원, 순이익은 26조4078억원 등으로 이익률 10% 이상 기준도 충족한다.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을 토대로 계산하면 디지털세 체계에서 삼성전자의 통상이익은 23조6807억원(매출의 10%)이다. 초과이익은 12조3132억원이다. 배분율이 20%로 정해졌다고 가정하면 초과이익의 80%인 9조8505억원과 통상이익을 합친 33조5312억원에 대해선 기존 방식대로 세금이 부과된다. 나머지 2조4626억원은 매출 비중에 따라 세계 각국에 배분된다. 한국 매출 비중이 16%인 것을 고려하면 초과이익 중 3940억원에 대해 국내에서 세금을 내게 된다.
삼성전자가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작년의 조세공과금 총액 11조1000억원이 계속 유지되고, 국가별 세금 납부 비중 등이 같을 경우를 가정하면 삼성전자가 한국 정부에 내는 세금은 기존 8조1000억원에서 디지털세 도입 후 7조7000억원 선으로 줄어들게 된다. 약 4000억원의 세금이 한국에서 외국으로 넘어가게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중복과세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들이 논의되고 있어 기업들의 세 부담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전국경제인연합회는 앞서 디지털세가 부과되면 연간 국내 법인세수의 8.5%인 4조7000억원이 영향권에 들어 해외로 일부 유출될 수 있다고 추산한 바 있다.
이익률 10% 이하 기업은 제외
삼성전자 외에는 SK하이닉스가 디지털세 과세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31조9004억원, 영업이익 5조126억원을 기록했다. 정정훈 기재부 소득법인세정책관도 “세계적으로 100개 기업에 디지털세가 부과되는데 그중 한국 기업은 한두 곳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거론했다.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기업인 현대자동차는 당분간 계속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매출은 103조9976억원으로 기준을 충족하지만 이익률이 낮아서다. LG전자와 LG화학 등도 마찬가지 상황이다.하지만 향후 디지털세 과세 대상 기업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 130개국은 이번 합의문에서 디지털세 운영 결과를 참고해 2030년 매출 기준을 100억유로(약 13조5000억원)로 낮추는 것을 검토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경우 과세 대상 기업은 100곳에서 수백 곳으로 늘어날 수 있다. 이 중엔 한국 기업도 다수 포함될 수 있다.
디지털세는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에 유리한 제도로 평가된다. 제도 설계상 산업 기반이 강한 선진국이 자국에 내던 세금을 해외에 배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도 도입으로 인해 국가 세수 증감 여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강진규/박신영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