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80弗 육박…더 커진 인플레 우려

WTI 33개월 만에 75弗 돌파
산유국 증산 합의 불발땐 추가 상승
국제 유가가 배럴당 75달러를 돌파했다. 원유 감산 완화(증산)를 둘러싼 주요 산유국 간 엇박자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유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치솟으면서 원자재 비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욱 커졌다.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8월물은 배럴당 75.2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 대비 약 2.4% 올랐다. 배럴당 75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8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 브렌트유도 배럴당 75.84달러로 마감하며 강세를 이어갔다.원유시장이 들썩인 것은 이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 연합체인 OPEC+가 증산 합의에 실패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통신은 이산 압둘 자바르 이라크 석유장관의 발언을 인용해 “원유 생산량 결정에 대한 OPEC+ 회의가 하루 연기됐다”고 보도했다.

당초 OPEC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오는 12월까지 매달 하루 40만 배럴 증산하는 데 잠정적으로 의견을 모았다. 2022년 4월까지 하루 평균 60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한다는 기존 결정에 대해서도 시한을 내년 12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UAE)가 반대해 최종 합의가 불발됐다.

블룸버그통신은 “UAE는 자체적인 감축 기준이 조정될 때까지 협상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라며 “UAE와 나머지 산유국 간 대치 상황은 궁극적으로 OPEC+가 생산량을 전혀 늘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시장에서는 사우디와 러시아 등이 합의한 하루 40만 배럴 증산도 당초 예상보다 월등히 작은 규모라는 반응이 많다. 에너지 정보업체 S&P글로벌플래츠의 크리스 미드글리 분석책임자는 “사우디는 증산 결정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며 “특히 미국과 이란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으로 이란산 석유가 시장에 대량 공급될 가능성도 여전히 사우디가 고려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느슨한 증산이 이뤄지거나 아예 증산 합의에 실패한다면 유가가 추가 급등할 가능성이 계속 거론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WTI와 브렌트유 모두 내년 여름까지 배럴당 100달러로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