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유망주] ⑩ 태권도 장준

'리우 동메달' 김태훈 제치고 남자 58㎏급서 생애 첫 올림픽 출전
2019 세계선수권 및 월드그랑프리 3개 대회 우승…WT 올해의 선수
'한국 태권도의 미래'로 기대를 받는 남자 58㎏급의 장준(21·한국체대)에게 2020 도쿄 올림픽은 생애 첫 올림픽 무대다. 183㎝로 같은 체급에서는 키가 큰 편이고 하체도 긴 장준은 신체조건을 활용한 머리 공격이 수준급이다.

도쿄 올림픽에서도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하지만 3년 전만 해도 장준이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다. 장준조차 자신의 '첫 올림픽'은 2024년 파리 대회가 되리라 생각하고 있었을 정도다.

2018년 1월 세계태권도연맹(WT) 남자 58㎏급 올림픽 랭킹에서 장준은 34위였다.

당시 1위는 수원시청 소속의 김태훈이었다. 김태훈은 2016년 1월부터 이 체급 1위 자리를 지켜온 세계 최강이었다.

태권도 종목에서는 한 체급에 국가당 한 명만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WT는 우선 체급별 올림픽 랭킹 1∼5위 선수의 국가에 도쿄올림픽 자동출전권을 줬다. 대한민국태권도협회는 출전 쿼터를 따온 선수에게 올림픽 출전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다만, 우리나라 선수가 올림픽 랭킹 5위 안에 두 명 이상 포함되면 해당 체급만 따로 대표 선발전을 치르기로 했다.

남자 58㎏급에서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김태훈이 2회 연속 올림픽 코트를 밟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도쿄행 티켓은 뒤늦게 레이스에 뛰어든 장준 차지가 됐다.
충남 홍성에서 태어난 장준은 일곱 살 때 두 살 위 형을 따라 취미로 태권도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도장 선수로 뛰다가 중학교 3학년이 되던 해 제주평화기에서 전국대회 첫 우승을 경험했다.

이후 중학교 3학년 내내 전국대회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장준은 홍성고에 진학해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68㎏급 동메달리스트인 송명섭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기량이 급성장했다.

홍성고 1학년 때인 2016년 캐나다 버너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는 남자 51㎏급 우승을 차지했다.

장준이 처음 출전한 국제 대회였다.

장준은 고3이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58㎏급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김태훈과 2차 결승전에 연장까지 치른 끝에 감점 수가 많아 아쉽게 태극마크를 놓쳤다.

하지만 그해 5월 성인 국가대표로 처음 출전한 아시아선수권대회(베트남 호찌민)에서 남자 54㎏급 우승을 차지하고, 8월에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2018 월드태권도 그랑프리 시리즈 2차 대회 남자 58㎏급에서 한국 선수로는 역대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리며 주목받았다.

이어 같은 해 11월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준결승에서 김태훈을 꺾고 결승에 올라 대회 첫 우승까지 차지하며 올림픽 태극마크 경쟁에도 불을 지폈다.

불과 1년 만에 장준의 올림픽 랭킹은 5위로 뛰었다.

장준은 "이때부터 도쿄행도 가능하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준은 2019년에는 세계선수권대회(영국 맨체스터) 국가대표 선발 최종대회 때 이미 세계선수권 3연패를 달성한 김태훈을 또 누르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장준은 맨체스터 대회에서는 남자 58㎏급 금메달을 따고 남자부 최우수선수(MVP)에도 선정됐다.

장준은 2019년 열린 세 차례 월드그랑프리 시리즈에서도 줄줄이 우승했다.
그러고는 마침내 2019년 10월 1일자로 그동안 김태훈이 굳게 지켜온 남자 58㎏급 올림픽 랭킹 1위 자리마저 빼앗았다.

비록 그해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결승에서 패해 연승 행진에는 제동이 걸렸지만, WT 올해의 남자선수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결승에서 이탈리아의 복병 비토 델라킬라에게 19-21로 진 것이 2019년 국제대회에서 장준의 유일한 패배였다.

결국 올림픽 랭킹 1위에 장준, 2위에 김태훈이 자리하면서 둘은 지난해 1월 경남 양산에서 3전 2승제로 올림픽 대표 결정전을 치렀다.

장준은 김태훈에게 내리 두 경기를 이기고 도쿄행을 확정 지었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도쿄 올림픽은 1년 연기됐다.

장준의 태권도 인생에 오점으로 남을 일도 있었다.

미성년자였던 2018년 몇몇 선수와 함께 선수촌을 무단으로 이탈해 술을 마시고 복귀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지난해 5월 협회로부터 2개월 출전정지 징계를 받은 것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대회가 열리지 않은 탓에 실질적인 징계 효과는 없었지만 장준에게는 자신을 되돌아보고 태극마크의 무게감을 다시 느끼게 한 시간이었다.

도쿄 올림픽이 장준에게 더욱 의미가 남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도쿄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은 여자 49㎏급과 함께 개회식 이튿날인 7월 24일 치러진다.

태권도는 이날 열릴 양궁, 펜싱과 함께 우리나라 선수단의 1호 금메달이 나올 수도 있는 종목이다. 장준은 지난 4월 공개훈련 때 "큰 대회에 뛰어보는 게 처음이어서 긴장되지만,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면서 "제가 딴다면 한국 선수단의 1호 메달이 될 수도 있다고 들었는데, 꼭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