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17년간 정보화 교육 헌신' 진안 시골 마을 IT 전도사 문정숙씨

중증장애인·아동·노인·일반 주민 등 대상 IT 교육…고향에 정보화 씨 파종
"현대 사회에 필수인 정보화 교육 소외계층에 꼭 필요…힘 닿는 데까지 하고 싶어"
"선생님, 배고파요. 밥 먹고 해도 돼요?"
지난 26일 전북 진안군 주천면의 한 시골 마을.
문정숙(52) 씨의 고향 집에는 컴퓨터 모니터를 앞에 두고 마을 아이들 6명이 나란히 앉아 컴퓨터 자격증 공부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문씨 부모님이 생전에 거주하시던 농가 한 쪽에 마련된 '인애당'(隣愛堂)이란 공간은 여느 시골집과 달리 아이들과 컴퓨터의 조화로 낯선 광경이 펼쳐졌다.

17년째 장애인과 노인, 아동 등 소외 계층에게 정보화 교육을 하는 문씨는 그렇게 고향인 진안군 주천면에 정보화 씨앗을 심고 있었다. 문씨는 자택인 전주에서 70여㎞를 달려 주말을 포함해 매주 세 차례씩 주천초등학교 아이들과 주천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정보화 나눔이 봉사와 국가사업인 전 국민 디지털 역량 강화 사업 강사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28년 동안 컴퓨터를 다루면서 장애인, 저소득층 아동, 보육원 원생, 일반 시민들에게 정보화 교육을 해오고 있다"면서 "'정보화 나눔이'라는 봉사 단체를 통해 이웃들에게 IT 교육을 하는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씨는 정부 예산을 지원받기 때문에 지금 하는 일이 '봉사'가 아니라 '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안정적 수익이 보장되는 다른 일을 제쳐 두고 전주에서 진안까지 매주 세 차례 왕복 140㎞가 넘는 거리를 오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문씨는 1993년도부터 하이텔, 천리안과 같은 통신 프로그램을 사용했고, 국내 워드 프로세서, 도스, 쿼트로 프로 등 컴퓨터 프로그램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

문씨는 언제부터 소외 계층 정보화 교육에 관심을 두게 됐느냐는 질문에 "2006년부터 국가에서 중증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애인 정보화 방문 강사로서 교육을 시작했다"며 "당시에는 전북 지역에 중증 장애인에게 컴퓨터 활용법을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돼 있지 않았던 시절이어서 서울에 있는 한국 시각장애인 복지 재단을 오가면서 지도법을 배워 지역에서 활동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관련 공부를 하고 교육에 관심이 있다 보니 소외 계층에 IT 교육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면서 "그때부터 지역 아동센터, 보육원, 시각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정보화 교육 사업과 봉사를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문씨가 현재 진안군에서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은 모두 25명이다.

주천초 1∼6학년 학생 25명을 대상으로 매주 화·금요일 오후 2시간 방과 후 수업을 진행하고, 디지털 정보 역량 강화 사업으로 매주 토요일 인애당에서 추가 수업을 하고 있다.

전주에서 진안까지 거리가 멀기 때문에 보조 교사를 구할 수 없는 문씨는 대학생 딸인 최보선(22)씨와 함께 어렵게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처음부터 부모님 댁에서 수업을 진행할 계획은 없었다"면서 "주천면사무소에 공간이 있지만, 여건상 주말에 수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어 정보화 나눔 사무실에 있던 컴퓨터랑 집기를 가져다가 인애당에 교육 공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문씨가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기는 하지만, 전기세며 교통비며 아이들 간식비까지 감당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학생들 대부분이 생계에 바쁜 부모와 생활하고 있어 문씨는 아침 일찍 시작하는 주말 수업에는 아이들 식사까지 준비해 수업을 진행한다.

문씨는 "제가 하는 일이 봉사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일은 지원금을 받아 가면서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면서 "봉사로 했다면 이 일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지만, 지금처럼 사업이 계속된다면 아이들이 자격증을 따고, 정보화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게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극구 봉사자라는 말에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오빠와 남동생과 함께 아이들을 교육하는 공간의 이름을 '이웃과 함께한다'는 뜻에서 인애당이라고 이름을 붙였다"며 "형제들도 당시에는 이 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칠지 몰랐는데 이제 진짜 이웃을 위한 공간이 됐다며 아이들 간식비를 대주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문씨는 올해 시작된 디지털 정보 역량 강화 사업이 지속해서 현대 사회에 필수적인 정보화 교육의 혜택이 소외 계층에도 돌아가는 게 가장 큰 바람이다. 그는 "제가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힘닿는 데까지는 하고 싶다"면서 "장애인과 아이들이 현대 사회에 꼭 필요한 정보화 스킬을 배우고,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