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가 명품 아닌 탈모샴푸 모델이라고?…"이유 있었네"

MZ세대 탈모 염려 소비자 겨냥해
기업들 탈모방지 브랜드·상품 줄이어
'강자' TS샴푸 빅모델 전략…손흥민 이어 지드래곤 기용
GD / 사진=TS샴푸 영상 캡쳐
# 직장인 A(29) 씨는 본인을 '샴푸 유목민'으로 부른다. 1년 전 이직과 함께 스트레스가 늘어난 탓인지 부쩍 머리카락이 가늘어진 후 다양한 샴푸 브랜드를 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올여름 사용하는 샴푸를 탈모방지 제품으로 바꿨다.

A 씨는 "다이어트를 하며 머리카락이 더 많이 빠져 탈모샴푸를 새로 샀다. 여름이 되자 두피 피지량이 늘어난 게 느껴져 스케일링 제품을 추가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A 씨처럼 탈모가 걱정인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를 겨냥한 탈모 방지용 샴푸가 줄줄이 나오고 있다. 기존에는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했지만 트렌드가 바뀌면서 업계에선 젊은층 소비자를 위해 고급스런 향을 더하거나 기능을 세분화한 제품 및 브랜드를 선보이고 나섰다.4일 생활용품·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자체 화장품 브랜드 '로이비(LOiViE)'를 통해 MZ세대 탈모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로이비의 모발 관리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탈모 증상 완화 기능성 제품으로 인증받은 점과 고급스러운 향을 내세웠다. 아로마 에센셜 오일로 기존 한방 향이나 멘톨 향 제품들과 차별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지난해 상반기 20~30대 임직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기존 탈모 방지 제품에 대한 불만 1위가 '평범한 향'으로 꼽힌 점을 감안한 것이다. 당시 설문에서 제품 구입 시 최우선 고려 사항은 '기능성과 성분'으로 집계됐다.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젊은 탈모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MZ세대 취향에 맞춰 성분과 향을 고급화한 탈모 샴푸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도 지난해 '두피 스킨케어'를 내세운 모발 관리 브랜드 '라보에이치'를 론칭하며 공세에 나섰다. 대표 제품도 '탈모증상 완화 두피강화 샴푸'로 6주 사용시 빠지는 모발 수가 67.6% 감소하는 것을 실제 인체 적용 실험으로 증명했다고 아모레퍼시픽은 소개했다.

LG생활건강은 론칭 3년 만에 누적 판매 1100만개를 달성한 탈모 관리 브랜드 '닥터그루트'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올 4월 기존 탈모샴푸 대비 두피 유분 개선 효과를 강화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앞서 48시간 동안 샴푸 향기가 지속되는 '애틱트' 라인으로 상품을 세분화한 바 있다.애경산업의 모발관리 브랜드 '동의홍삼'은 탈모 증상 완화 기능성 화장품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한 '영지 홍삼'을 선보였다. 영지버섯 추출물과 홍삼 에센스를 담았지만 MZ세대 소비자 공략을 위해 석류향을 담은 점이 특징이다.

기존 강자들도 허투루 대응하지 않고 있다. TV홈쇼핑 기반으로 탈모샴푸 점유율 1위(2019년 칸타월드패널 집계 기준)에 오른 'TS샴푸'는 고급제품 '골드플러스TS샴푸'의 광고모델로 축구스타 손흥민, 배우 이장우에 이어 가수 지드래곤(GD·권지용)을 기용해 수성에 나섰다.
사진=TS트릴리온 유튜브 캡쳐
이는 MZ세대 탈모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스트레스와 미세먼지 등 내·외부 자극으로 탈모를 염려하는 인구가 늘어난 데다 자기 관리에 적극적으로 지갑을 여는 MZ세대가 탈모 방지용 샴푸 사용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 올리브영 관계자는 "지난해 소비자 구매 경향을 분석한 결과 '예방'과 '미래 투자' 개념으로 탄력 케어나 안티에이징 화장품을 접하는 2030 세대가 늘어났다. 기존 중장년층 위주의 탈모 시장에서도 20대 여성이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료=TS트릴리온
지난해 탈모로 인해 진료받은 환자는 23만4800명(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집계)으로 역대 최다였다. 업계에선 잠재적으로 탈모를 염려하는 소비자들까지 감안하면 모발 관리 제품과 의약품 등 관련 시장이 약 4조원 내외(MSD 마켓리서치)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탈모를 걱정하는 소비자로선 가장 손쉬운 선택이 탈모 방지용 샴푸를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두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탈모 관련 시장 규모는 연평균 25% 증가하는 추세"며 "특히 과거 모발이식 등의 시술에서 벗어나 홈케어 제품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진=LG생활건강
국내 MZ세대뿐 아니라 한류를 기반으로 중국의 탈모 인구도 노리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인구 6분의 1에 달하는 2억5000만명이 탈모 고민을 할 정도다. 탈모 인구 중 가장 비중이 큰 연령은 1980년대생 '바링허우'(38.5%)와 1990년대생 '지우링허우'(36.1%)로 MZ세대와 정확히 겹친다.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중국 탈모 방지용 샴푸 시장 규모는 2013년부터 연평균 13.4%씩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 16억위안(약 2802억원)에 달할 전망"이라며 "중국 소비자 취향을 겨냥한다면 다양한 제품으로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