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시선] 적시타 결핍증과 빈과일보 폐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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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역대 좌완 통산 최다승인 363승을 기록한 워런 스판은 "타격은 타이밍이고, 투수의 일은 타이밍을 흐트러뜨리는 것"이라는 정의를 남겼다. 타이밍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야구 용어에서도 드러난다.
'타임리 히트'(Timely Hit)를 번역한 적시타(適時打)라는 단어에는 점수를 내기 위해선 주자가 누상에 나가 있는 상황에서 안타가 터져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이 담겨 있다.
일본 프로야구계에선 '적시타 결핍증'이라는 표현도 있다. 이상하게 누상에 주자가 나가 있는 상황에서만 타선이 침묵을 지키는 경우에 사용한다.
타이밍이 중요한 것은 야구뿐만이 아니다.
개인이나 집단의 결정에서도 타이밍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가르침은 차고 넘친다. 국제사회도 마찬가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홍콩의 빈과일보 폐간에 대해 발표한 성명이 가까운 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지난달 24일(현지시간)은 문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이었다. 플로리다주(州) 아파트 붕괴사고 발생 직후 대책을 마련해야 했고, 1천조 원이 넘는 인프라 투자 예산 확보를 위해 백악관에서 여야 의원들과 회동했다.
그 와중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냈다.
그는 이날 폐간한 홍콩의 빈과일보를 언급하면서 "홍콩과 전 세계 언론 자유에 슬픈 날"이라고 밝혔다.
빈과일보 폐간은 그만큼 중대한 사건이었고, 시기를 놓쳐선 안될 현안이었다는 방증이다.
적시에 입장을 표명한 것은 미국뿐만이 아니었다.
유럽연합(EU)도 성명을 내고 "중국이 국가보안법을 통해 뉴스와 표현의 자유를 말살하고 언론의 자유를 심각히 파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이 "홍콩 언론자유의 퇴보"라는 평가를 내놨다.
미국처럼 국가수반이 나서지는 않았지만, 언론자유라는 민주주의의 원칙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에 대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입장을 밝힌 셈이다. 물론 아무런 의견을 표명하지 않은 국가들도 적지 않다.
도렴동의 한 외교부 간부는 빈과일보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상황을 주시 중"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빈과일보 폐간 후 열흘이 지났다.
이제 와서 입장을 발표할 타이밍은 아니다.
상황을 주시하다가 시기를 놓쳤다기보다는 처음부터 입장을 표명할 생각이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외부를 향해 "만리장성에 머리를 부딪혀 피를 흘릴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중국이란 상대를 생각한다면 굳이 눈 밖에 날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도 합리적인 선택지로 볼 수 있다.
다만 언론의 자유와 같은 민주주의의 원칙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G8'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자부하는 국가가 침묵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해 보인다.
외교부가 미얀마 쿠데타 주도 세력의 폭력을 규탄하는 논평을 신속하게 발표한 것을 생각해본다면 더욱 그렇다.
물론 미얀마와 달리 동북아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는 중국과 정면으로 맞설 필요는 없다.
의견 제시의 주체와 표현 수위 등을 고민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찾지도 않는 채 "상황 주시 중"이라는 변명 뒤에 숨은 것이라면 국민 세금을 월급으로 받는 공무원으로서 책임 결핍증에 걸린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연합뉴스
메이저리그에서 역대 좌완 통산 최다승인 363승을 기록한 워런 스판은 "타격은 타이밍이고, 투수의 일은 타이밍을 흐트러뜨리는 것"이라는 정의를 남겼다. 타이밍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야구 용어에서도 드러난다.
'타임리 히트'(Timely Hit)를 번역한 적시타(適時打)라는 단어에는 점수를 내기 위해선 주자가 누상에 나가 있는 상황에서 안타가 터져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이 담겨 있다.
일본 프로야구계에선 '적시타 결핍증'이라는 표현도 있다. 이상하게 누상에 주자가 나가 있는 상황에서만 타선이 침묵을 지키는 경우에 사용한다.
타이밍이 중요한 것은 야구뿐만이 아니다.
개인이나 집단의 결정에서도 타이밍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가르침은 차고 넘친다. 국제사회도 마찬가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홍콩의 빈과일보 폐간에 대해 발표한 성명이 가까운 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지난달 24일(현지시간)은 문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이었다. 플로리다주(州) 아파트 붕괴사고 발생 직후 대책을 마련해야 했고, 1천조 원이 넘는 인프라 투자 예산 확보를 위해 백악관에서 여야 의원들과 회동했다.
그 와중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냈다.
그는 이날 폐간한 홍콩의 빈과일보를 언급하면서 "홍콩과 전 세계 언론 자유에 슬픈 날"이라고 밝혔다.
빈과일보 폐간은 그만큼 중대한 사건이었고, 시기를 놓쳐선 안될 현안이었다는 방증이다.
적시에 입장을 표명한 것은 미국뿐만이 아니었다.
유럽연합(EU)도 성명을 내고 "중국이 국가보안법을 통해 뉴스와 표현의 자유를 말살하고 언론의 자유를 심각히 파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이 "홍콩 언론자유의 퇴보"라는 평가를 내놨다.
미국처럼 국가수반이 나서지는 않았지만, 언론자유라는 민주주의의 원칙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에 대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입장을 밝힌 셈이다. 물론 아무런 의견을 표명하지 않은 국가들도 적지 않다.
도렴동의 한 외교부 간부는 빈과일보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상황을 주시 중"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빈과일보 폐간 후 열흘이 지났다.
이제 와서 입장을 발표할 타이밍은 아니다.
상황을 주시하다가 시기를 놓쳤다기보다는 처음부터 입장을 표명할 생각이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외부를 향해 "만리장성에 머리를 부딪혀 피를 흘릴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중국이란 상대를 생각한다면 굳이 눈 밖에 날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도 합리적인 선택지로 볼 수 있다.
다만 언론의 자유와 같은 민주주의의 원칙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G8'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자부하는 국가가 침묵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해 보인다.
외교부가 미얀마 쿠데타 주도 세력의 폭력을 규탄하는 논평을 신속하게 발표한 것을 생각해본다면 더욱 그렇다.
물론 미얀마와 달리 동북아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는 중국과 정면으로 맞설 필요는 없다.
의견 제시의 주체와 표현 수위 등을 고민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찾지도 않는 채 "상황 주시 중"이라는 변명 뒤에 숨은 것이라면 국민 세금을 월급으로 받는 공무원으로서 책임 결핍증에 걸린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