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신이 되면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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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프롤로그>
삶은 자신의 의도대로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늘 누군가에게 불만을 토로하고 억울함에 화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막강한 힘을 갖게 될 때의 의무와 책임은 엄청나게 무서운 결과를 가져온다. 영화<브루스 올마이티(Bruce Almighty), 2003>에서 일상이 제대로 풀리지 않던 주인공은 신에게 욕을 하며 탓을 돌리자 신기하게도 그의 불만을 들은 신이 전지전능한 힘을 발휘할 기회를 준다. 하지만 그는 큰 힘에 숨겨진 위험을 경험하면서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삶이 기적 같은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영화 줄거리 요약>
뉴욕주 버팔로의 지방 방송국 뉴스 리포터 브루스 놀란(짐 캐리 분)은 재미있고 소박한 이웃들의 얘기를 단골로 맡아 사람들을 즐겁게 하지만 정작 자신은 별 볼일 없는 취재거리가 늘 불만이다. 곧 은퇴할 메인 뉴스의 앵커 자리를 기대했으나 경쟁자인 에반 백스터가 선정되자 기대는 실망으로 실망은 분노로 이어지면서 생방송 중 욕설을 하고 길거리 불량배와 싸우면서 일과 사랑하는 연인 그레이스(제니퍼 애니스톤 분)까지 잃고 만다. 한편 저주에 가까운 기도를 들은 신(모건 프리먼 분)은 그에게 전지전능한 권능을 부여하자 처음에는 신의 흉내를 내며 우월감을 즐기지만 곧 그 힘이 엄청난 재앙을 불러일으키게 되면서 그는 일상의 평범한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큰 힘에는 반드시 큰 책임이 따른다는 진리를 깨닫게 된다.<관전 포인트>
A. 브루스가 신의 권능을 부여받고 시도한 것은?
신은 두 가지를 당부하며 브루스에게 전지전능한 권한을 준다. 첫째: 자신이 신이라는 걸 말하지 말라, 둘째: 인간의 자유 의지에 간섭하지 말라였다.
@초기: 식당에서 토마토 수프를 모세가 홍해를 가른 기적처럼 갈라 보이고 길거리 소방용 수도관을 파열시키고 교통체증 길에서 자신의 차가 달릴 수 있게 다른 차들을 길 옆에 도열시키고 지나가는 여성의 옷을 들추기도 하고 떠나간 여자친구의 환심을 사기 위해 달을 그녀의 창가로 당기고 작은 가슴도 크게 만들어주는 등 개인적 욕구를 충족시킨다.
@중기: 자신이 방송국의 뉴스 메인 앵커가 되기 위해 인위적으로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 유성 충돌 등 특종을 수시로 만들어 '미스터 특종(Mr. Exclusive)'이라는 별명이 붙게 된다.
@말기: 자신이 부린 권능이 지구상에 큰 기후변화를 가져오고 기도를 구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무성의하게 답변하여 큰 재앙이 닥쳐오자 결국 교만해진 브루스의 모습에 여자친구도 떠나가게 된다.
B. 브루스가 일으킨 큰 재앙은?
수시로 사람들의 간절한 기도로 환청에 시달리던 브루스는 포스트잇과 캐비닛을 통해 정리해보려고 했지만 너무나도 양이 많아 결국 포기하고 컴퓨터 야후를 통해 기도를 접수하지만 일일이 답변할 수 없어 모두 'YES'라고 대답한다. 그 대가로 전역에서는 폭동이 일어나고 갈등이 증폭되는 재앙이 닥친다. 또한 자신이 탐내던 앵커 자리를 되찾기 위해 기존의 에번 백스터가 생방송 중 실수를 하게 하는 등 몰염치한 행동을 하게 된다. 그는 결국 자신으로 인해 불어닥친 불행을 수습하지 못한 죄책감으로 신을 부르며 트럭에 치여 죽게 된다.
C. 브루스의 마지막 기도는?
브루스는 평소 자신에게 "사람들을 웃기는 건 굉장한 재능이에요"라며 진심으로 격려하고 걱정해 주던 여인 그레이스를 위해 "저에게 받지 못했던 그 이상의 사랑까지 해줄 사람을 만나게 해 주세요. 그녀가 행복하길 바라요"라고 신께 기도하자 그의 진정한 기도를 믿고 다시 환생시켜 소원을 이루게 해준다.
D. 다시 환생한 브루스의 달라진 모습은?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은 브루스는 경쟁자 에반 벡스터에게 메인 앵커 자리를 돌려주고 자신은 다시 소소하지만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상의 소재를 다루는 리포터로 돌아가게 된다. 신이 얘기한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제대로 알고서나 소원을 비는 걸까? 자신들이 기적의 능력을 갖고서도 그것을 까먹고 나한테 소원을 빈다"처럼 스스로 현실에서 기적을 찾은 것이다.<에필로그>
선거철만 되면 자신이 국민들을 위해 최고의 행복을 줄 수 있다고 마치 권능을 가진 신처럼 행세하는 권력자들은 과연 그들이 권력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면 어마어마한 재앙이 온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 같다. 국민들의 피땀어린 노력으로 만들어진 선진국 수준의 경제, 문화적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권력자들은 겸허히 자신을 돌아보면서 신의 흉내를 내기 보다 사람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인간적인 노력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희망적인 미래를 보여주실 기대해 본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서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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