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2공항 운명 쥔 환경부 "시간 갖고 검토"…반대사례 드물어

2차례 보완 거친 전략환경영향평가 검토…기한은 정해지지 않아
새만금 신공항은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보완' 요청
제주도 내부에서도 찬반 여론이 갈렸던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의 운명을 가를 정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사실상 사업의 향배를 결정할 키를 쥔 환경부는 시간에 쫓기지 않고 면밀하게 사업의 적정성을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간 국가적 사업을 두고 환경부가 계획안에 관한 평가서를 반려 내지 부동의한 사례가 드물다는 점에 비춰 제주 2공항 사업도 예상 못한 변수가 나오지 않는 한 환경부의 반대에 부딪히지는 않을 거라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5일 환경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환경부에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의 재보완서를 제출했다. 2019년 9월에 환경부에 평가서 본안이 접수된 이후 국토부가 2차례의 보완을 거친 것이다.

국토부가 공개한 재보완서에는 "제주 2공항 등은 공항 인프라 확충을 통한 경제 성장을 도모했기에 국토의 경쟁력 강화에 매우 부합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제주 2공항 건설은 추진 초기부터 논란이 일었던 사안이다. 환경단체 등에서는 이 건설 사업이 제주도의 환경 수용성을 넘어선다며 반대하고 있고, 제주도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공항이 지어질 성산읍과 그 외 지역의 찬반 여론이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기관들은 서로 공을 넘기는 모습이었다.

제주도는 "국토부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며 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그대로 국토부에 넘겼고, 국토부는 환경부의 입장을 물어 판단하겠다고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환경부는 제주 2공항 사업의 판정자 역할을 맡게 됐다.

국토부가 낸 전략환경영향평가서는 이미 두 차례 보완을 거쳤기 때문에 환경부는 이제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

환경부는 이 사업의 중요성이 크고 갈등이 첨예한 만큼 시간을 충분히 갖고 이번 사업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의 검토 가능 기간은 최대 40일이다.

본안과 보완서, 재보완서를 검토하는 데 시일이 소요된 터라 검토 기간 40일은 지난달 15일에 이미 다 찼다.

그러나 40일을 초과할 경우에 대한 별다른 법적 제재 조항은 없어 사실상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환경부는 법에 지정된 전문검토기관의 의견을 받아 동의·조건부 동의·부동의(재검토)·반려 등 4개 협의 의견 중 하나를 제시하게 된다.

이중 부동의나 반려가 나올 시 현 계획안 상의 사업은 사실상 무산된다.

다만 그간의 통계에 비춰 부동의나 반려가 나올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2011∼2021년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현황에 따르면 3일 기준 접수된 전략환경영향평가 총 6천99건 중 동의 혹은 조건부 동의 의견을 받은 사업은 5천798건으로 95%에 달한다.

부동의 및 반려는 124건에 불과하다.

이에 더해 국토교통부가 같은 사업의 계획서를 수정하거나 보완해 다시 제출할 경우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받을 수 있고,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등 법적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다만 이 정도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 행정력 등을 고려하면 사업 계획서를 다시 제출하는 것은 쉽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많다.

한편 2028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새만금 신공항에 대해서도 환경부는 최근 초안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라는 의견을 국토교통부에 보냈다.

새만금 신공항 또한 이를 둘러싼 지역 사회의 갈등이 첨예한 상황이다.

전북 209개 단체로 구성된 '새만금 국제공항 조기 건설 추진 연합'은 조기 건설을 촉구하는 반면, 환경단체는 '관변단체를 앞세운 전북도의 여론몰이'라면서 사업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아직 본안 보고서가 접수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보완서를 제출해야 할 기한 등은 따로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