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보수 경쟁, 주택 수요자들은 뭘 원할까?[심형석의 부동산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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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중개수수료 대비 낮은 서비스가 불만
수수료만 경쟁하기보다…서비스 향상에도 고민해야

이렇든 저렇든 중개보수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습니다. 정률제를 적용하는 우리의 경우 집값이 급격히 오르면서 중개보수 또한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주택수요자들의 부담이 늘어나면서 이 점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회사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중개보수를 여타 개업공인중개사들보다 획기적으로 낮춰주는 회사들입니다. W중개법인이 대표적인데 '반값 중개 수수료'란 슬로건으로 시장을 급속히 확장하는 중입니다.최근에는 매도자(집주인)에게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는 업체들까지 생겨나는 중입니다. 이는 집주인을 통한 매물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허위매물 문제가 법적 처벌을 받게 되면서 생겨난 틈새시장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틈새시장이 이제는 대세가 되어가는 모양새입니다. “W중개법인에서는 반값만 받는데 당신들은 왜 보수가 이렇게 높으냐?”고 언급하는 순간 예전에 받던 보수는 과거의 일이 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의 편익이 증가하는 일이므로 주택수요자들 입장에서는 일견 반가운 현상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중개보수를 마케팅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는 개업공인중개사들의 생각입니다. 이들은 주택수요자들이 생각하는 불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주택수요자들은 중개보수 보다는 본인들이 받는 중개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큽니다. 10년전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 없는 중개서비스는 고사하고 가두리, 시세 개입 등 불법을 자행하는 개업공인중개사로 인해 누가 고객인지 헷갈릴 정도의 불편함 때문입니다. 요즘 젊은 분들이 즐겨 사용하는 가성비라는 말도 가격대비 성능을 줄인 말로 수요자가 지급한 가격(중개보수)에 비해 제품이나 서비스(중개)의 질이 얼마만큼의 만족(효용)을 주는지로 나타납니다. 특히나 전재산에 해당할 수도 있는 주택을 거래하는데 가성비를 따지는 건 당연하다고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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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수요자들이 느끼는 불편 사항은 궁극적으로는 중개 서비스입니다. 중개보수도 문제이지만 주택을 거래한 분들이 느끼는 또다른 불편 사항은 단편적인 서비스 제공입니다. 정부가 만들어 놓은 복잡한 규제로 인해 주택 거래에 있어 세금, 대출, 법률 등의 서비스는 필수적이 되었습니다. 이사, 인테리어 등 부수 서비스도 필요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내부화해서 제공하는 개업공인중개사는 거의 없습니다. 주택 수요자들은 주택 한 채 만을 거래하더라도 도대체 몇 개의 회사를 거쳐야 하는지 난감할 따름입니다. 부동산시장을 선진화하기 위해 종합부동산서비스회사를 만들겠다는 국토부의 계획은 공염불에 그치고 있습니다.
개업공인중개사들이 중개보수로만 경쟁하는 것은 일견 타당한듯이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주택수요자들의 선택을 받기는 어려울 겁니다. 주택수요자들이 원하는 것은 중개사고 없이 빠른 시간 내에 다양한 전문 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받는 겁니다. 10억원, 20억원하는 본인들의 집을 중개보수를 할인해준다고 맡길 집주인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중개보수 경쟁이 또 하나의 유행으로 끝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섭니다.<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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