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에 맞서는 UAE…흔들리는 OPEC 우정? [김리안의 중동은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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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산유국들 간 원유 감산 완화(증산) 협의에서 아랍에미리트(UAE)의 어깃장이 중동 정세의 복병으로 떠올랐다. 페르시아만의 걸프 아랍국가 중 핵심 동맹국으로 활약한 사우디아라비아와 UAE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 회의의 교착상태는 UAE가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항해 힘을 과시(flex)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UAE가 사우디 주도의 OPEC+에서 원유 감산완화(증산)에 반대표를 던진 것은 두 국가 간 경쟁과 대결이 격화하는 신호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2019년 UAE는 예멘 내전에 참전한 군부대를 대부분 철수시켰다. 우군을 잃은 사우디만 외롭게 이란과 후티족 반군에 맞서 싸우게 만든 것이다. 급기야 이후 UAE와 동맹을 맺은 예멘 남부 분리주의세력이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군과 충돌하기까지 했다.
두 걸프국은 카타르와 이스라엘에 대한 외교관계에서도 계속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사우디와 UAE, 바레인 등은 2017년 "테러리즘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카타르와 단교했고, 지난해 초 사우디 주도로 카타르에 대한 무역 및 금수 조치를 해제하며 국교를 다시 정상화했다. 이 과정에서 UAE는 사우디에 합심했지만, UAE의 토후국인 아부다비는 "화해 속도가 빠르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반대로 지난해 9월 UAE가 미국의 중재 하에 이스라엘과 국교 정상화(아브라함 협정)에 나선 점은 사우디에 눈엣가시가 됐다. 지난달에는 아브라함 협정 이후 처음으로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UAE를 방문하기도 했다. 반면 사우디는 아직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하지 않았다. UAE 총리실의 고문을 역임한 마르완 알블루시는 "과거 지난 10년간 UAE와 사우디는 전략적 동맹국으로서 협업했지만, 이제 다시 경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짚었다.사우디가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에 대해 중동 사업의 근거지를 리야드로 이전하라고 압박하는 것도 UAE의 심기를 자극했다. 사우디는 현재 대부분 UAE의 또 다른 토후국인 두바이에 거점을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에 "리야드로 본사를 옮겨오지 않으면 정부계약을 끊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에 대한 해법에서도 두 국가는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사우디는 이날부터 UAE에 대한 출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UAE 코로나19 확진자의 3분의1이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이유에서다.
사우디와 러시아 등은 오는 8월부터 오는 12월까지 매달 일평균 40만배럴 가량의 감산완화에 잠정 합의했다. 연말까지 지금보다 하루 200만배럴의 원유를 추가로 증산하기 위해서다. 이와 더불어 내년 4월까지인 감산완화 합의 기한을 8개월 더 연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UAE가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다. UAE는 "감산완화 합의 시한을 연장하려면 감산 규모를 결정하는 생산 기준도 함께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주권적 권리를 강조했다.
에너지 리서치 컨설팅업체인 에너지아스펙트의 암리타 센 컨설턴트는 "리야드와 아부다비 간에 외교, 경제, 안보 정책뿐만 아니라 석유 정책 자체에 대한 의견 차이가 커지는 것은 향후 OPEC 협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면서 UAE의 OPEC 탈퇴 카드를 암시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 회의의 교착상태는 UAE가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항해 힘을 과시(flex)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UAE가 사우디 주도의 OPEC+에서 원유 감산완화(증산)에 반대표를 던진 것은 두 국가 간 경쟁과 대결이 격화하는 신호라는 설명이다.
○예멘·카타르·이스라엘...외교/경제 엇박자
사우디와 UAE의 갈등 조짐은 비단 원유 생산 논의에서만 드러난 게 아니다. 두 걸프국의 균열이 시작된 건 예멘 내전이다. 예멘 내전은 후티족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시아파)과 예멘 정부군을 지지하는 사우디(수니파) 간 대리전 양상으로 진행된 내전이다. UAE는 사우디를 도와 2015년 수니파 9개국과 연합해 예멘 내전에 개입했다.그러나 2019년 UAE는 예멘 내전에 참전한 군부대를 대부분 철수시켰다. 우군을 잃은 사우디만 외롭게 이란과 후티족 반군에 맞서 싸우게 만든 것이다. 급기야 이후 UAE와 동맹을 맺은 예멘 남부 분리주의세력이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군과 충돌하기까지 했다.
두 걸프국은 카타르와 이스라엘에 대한 외교관계에서도 계속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사우디와 UAE, 바레인 등은 2017년 "테러리즘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카타르와 단교했고, 지난해 초 사우디 주도로 카타르에 대한 무역 및 금수 조치를 해제하며 국교를 다시 정상화했다. 이 과정에서 UAE는 사우디에 합심했지만, UAE의 토후국인 아부다비는 "화해 속도가 빠르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반대로 지난해 9월 UAE가 미국의 중재 하에 이스라엘과 국교 정상화(아브라함 협정)에 나선 점은 사우디에 눈엣가시가 됐다. 지난달에는 아브라함 협정 이후 처음으로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UAE를 방문하기도 했다. 반면 사우디는 아직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하지 않았다. UAE 총리실의 고문을 역임한 마르완 알블루시는 "과거 지난 10년간 UAE와 사우디는 전략적 동맹국으로서 협업했지만, 이제 다시 경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짚었다.사우디가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에 대해 중동 사업의 근거지를 리야드로 이전하라고 압박하는 것도 UAE의 심기를 자극했다. 사우디는 현재 대부분 UAE의 또 다른 토후국인 두바이에 거점을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에 "리야드로 본사를 옮겨오지 않으면 정부계약을 끊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에 대한 해법에서도 두 국가는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사우디는 이날부터 UAE에 대한 출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UAE 코로나19 확진자의 3분의1이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이유에서다.
○앙금이 수면 위로 드러난 OPEC갈등
결국 OPEC+에서의 엇박자는 이같은 앙금이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압둘칼레크 압둘라 두바이 정치과학 교수는 "지난 40년간 UAE는 OPEC에서 사우디의 주도를 잘 따라갔다"면서 "그러나 UAE가 이제는 자체 원유 생산 할당량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기 시작했고, 더욱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사우디와 러시아 등은 오는 8월부터 오는 12월까지 매달 일평균 40만배럴 가량의 감산완화에 잠정 합의했다. 연말까지 지금보다 하루 200만배럴의 원유를 추가로 증산하기 위해서다. 이와 더불어 내년 4월까지인 감산완화 합의 기한을 8개월 더 연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UAE가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다. UAE는 "감산완화 합의 시한을 연장하려면 감산 규모를 결정하는 생산 기준도 함께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주권적 권리를 강조했다.
에너지 리서치 컨설팅업체인 에너지아스펙트의 암리타 센 컨설턴트는 "리야드와 아부다비 간에 외교, 경제, 안보 정책뿐만 아니라 석유 정책 자체에 대한 의견 차이가 커지는 것은 향후 OPEC 협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면서 UAE의 OPEC 탈퇴 카드를 암시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