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꺼낸 이낙연 "토지공개념 명확히 해 불로소득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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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통해 대선출마 선언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중산층 경제를 만들겠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헌법에 생명권·안전권·주거권을 신설하고 토지 공개념을 명확히 해 불평등을 줄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민주당의 세 분 대통령을 모셨다”고 말해 자신이 민주당 적통임을 강조하는 발언도 내놨다. 경선 과정에서 ‘반(反)이재명 연대’의 구심점이 되기 위한 전략인 것으로 해석된다.
"상처받은 공정 다시 세우고
'내 삶 지켜주는 나라' 만들 것
헌법에 생명·안전·주거권 신설
국가가 최저한의 생활 보장
중산층 비율 70%로 늘리겠다"
'미군은 점령군' 이재명 겨냥
"많은 분들 걱정…파장 생각해야"
“국민 한 분 한 분의 삶을 국가가 보호”
이 전 대표는 이날 유튜브 채널 이낙연TV를 통한 비대면 출마 선언 영상에서 “상처받은 공정을 다시 세우고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를 만드는 일, 제가 하겠다”며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여당에서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9명 중 마지막 공식 출마 선언이다.이 전 대표는 슬로건으로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내세웠다. 출마 일성으로는 “국민 한 분 한 분의 삶을 국가가 보호해 드려야 한다. 최저한의 생활을 국가가 보장할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그동안 이 전 대표가 복지·경제 분야 구상으로 밝혀온 ‘신복지’와 ‘중산층 경제’를 제시했다. 이 전 대표는 “10년 전 65%였던 중산층 비중이 지금은 57%로 줄었다”며 “중산층을 70%로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2030년까지는 모든 국민이 지금의 중산층 수준으로 살 수 있도록 지향하겠다”고도 했다.이 전 대표는 출마 선언에서 ‘삶’을 아홉 번 언급했다. 국민 삶을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개헌도 아젠다로 내세웠다. 그는 “생명권, 안전권, 주거권을 헌법에 신설해야 한다”며 “토지 공개념이 명확해져 불로소득을 부자들이 독점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적통’ 강조한 이낙연
이 전 대표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은 제게 학교였다”고 말해 자신이 민주당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듯한 발언도 내놨다. 슬로건인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사람 사는 세상), 문재인 대통령(사람이 먼저인 나라)으로 이어지는 민주당의 가치와 신념을 이어받았다는 것이다. 향후 경선 과정에서 ‘반이재명 연대’의 구심점을 확보해 ‘이재명 대세론’을 꺾겠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출마 영상 공개 뒤 이 전 대표는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그는 “두 전 대통령께는 배우고 싶은 것들이 있다”며 “김영삼 전 대통령 방명록 밑에는 ‘불초(不肖) 이낙연’이라고 새겼다”고 했다. ‘불초’란 자식이 부모에게 스스로를 낮출 때 쓰는 말이다. 동교동계인 이 전 대표가 당내 통합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김 전 대통령 방명록에 ‘불초’란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풀이된다.그는 이날 출마 선언에서 ‘겸손함’을 강조하는 표현도 많이 썼다. 출마 선언 도입부에선 “저를 모르시는 분도 계실 텐데, 소개 말씀 올리겠다”고 했고, 마지막엔 “부족한 사람의 긴 얘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공격적인 이미지의 이재명 경기지사와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도 이 지사의 본선 경쟁력에 대해 “당의 많은 의원이 걱정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 지사가 해방 직후 미군을 ‘점령군’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선 “말이 미칠 파장까지도 생각해보는 게 좋겠다”고 지적했다. 현충원 참배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현재 대한민국은 시행착오를 겪을 겨를이 없다”고 이 지사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단일화로 역전 가능할까
국회의원 5선과 전남지사를 지내고 현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맡으며 몸집을 불려온 이 전 대표는 1년 전까지만 해도 각종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독주했지만 지금은 급부상한 이 지사에게 밀려 여권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정세균 전 총리 등 다른 주자들과의 연대가 이뤄져야 이 지사와의 경쟁에서 역전의 발판을 놓을 수 있다. 이 전 대표는 정 전 총리와의 단일화에 대해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이 비슷하고 민주정부를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할 특별한 책임이 있다”면서도 “협력 방법에 대해선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단일화)로 전제하고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의 출마 선언 영상 공개 자리엔 정 전 총리도 참석했다.이 전 대표는 경선캠프명을 ‘필연 캠프’로 정했다. 친문(친문재인) 의원들과 언론 출신 인사들이 두루 포진했다. 캠프 총괄로 선임된 5선 설훈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 보좌관을 지낸 동교동계다. 총괄본부장인 박광온 의원과 상황본부장 최인호 의원, 정책총괄본부장인 홍익표 의원 등 친문계열 의원들도 이 전 대표를 돕는다.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