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봉준호가 열었다 [영상]

봉준호, 칸 영화제 개막 선언
"시네마, 단 한번도 멈춘 적이 없다"
송강호, 심사위원으로 레드카펫 밟아
개막 선언을 하고 있는 봉준호와 이를 지켜보고 있는 송강호. /영상=유튜브 CANAL+ Cinéma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개막을 선언합니다"라는 한국어가 외쳐졌다. 봉준호 감독이 칸 국제 영화제에 깜짝 등장해 개막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6일(현지시간) 봉 감독은 미국 배우 조디 포스터, 스페인 영화감독 알모도바르, 미국 영화감독이자 첫 흑인 심사위원장 스파이크 리와 함께 칸 영화제의 개막을 알렸다. 봉준호 감독은 "집에서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의 연락을 받았다"며 "지난해 안타깝게 코로나19로 인해 모이지 못했기에 영화제에 한 번의 끊어짐이 있었는데 그 끊어짐을 연결해달라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보니 영화제가 끊어졌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라며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에서 기차가 달린 이후 수백년동안 이 지구상에서 영화는, 시네마는 단 한번도 멈춘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위대한 필름 메이커, 아티스트 여러분들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봉 감독은 2019년 영화 '기생충'으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2020년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테믹으로 영화제가 열리지 않았고, 수상자도 발표하지 않았다.

이날 조디 포스터는 무대에 올라 알보도바르 감독으로부터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개막식 무대에는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선정된 배우 송강호가 먼저 등장해, 봉 감독을 맞이했다. 두 사람이 칸 영화제에 함께한 것은 2년 2개월만이다. 봉 감독은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어떻게 지냈냐는 질문에 "기쁘면서도 정신이 없어 어떻게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며 "이번엔 훨씬 여유로운 마음으로 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영화 관람에 어려움은 없었냐는 질문에 "영화 보는 것은 일상이라 집에서 스트리밍, 블루레이로 많이 봤다"고 했다.

봉 감독은 7일 관객과의 대화인 '랑데부 아베크'(rendez-vous avec) 게스트로 참여한다. 송강호는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공식 일정을 수행하며 16일엔 영화 '비상선언'(한재림 감독)이 비경쟁 부문에 초청됨에 따라 이병헌, 임시완과 함께 프리미어 행사에도 참여한다. 이병헌은 올해 폐막식 시상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송강호는 "팬데믹이 너무나 위협적이어서 올해도 (영화제 개최를) 못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기적과 같이 이렇게 모여 인사드리게 돼 영광스럽고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칸 국제영화제는 통상 5월에 개최됐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두 달 미뤄진 6일(현지시간) 극적으로 막을 올리게 됐다.

경쟁 부문에는 레오 카락스 감독의 '아네트', 숀 펜 감독·주연의 '플래그 데이',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원작인 '드라이브 마이 카', 이란의 거장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영웅', 폴 버호벤 감독의 '베네데타' 등 24편이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놓고 겨룬다.

이번 영화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프랑스에서 열리는 첫 대규모 행사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나라로, 전체 인구 절반 이상이 1차 백신을 맞았으나 안심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