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아마존 사상 최고가…금리는 도대체, 왜 떨어질까

독립기념일 연휴를 끝내고 개장한 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매우 바빴습니다. △중국의 디디추싱 단속 강화 △OPEC+의 합의 불발로 인한 유가 변동성 확대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확산 △공급관리협회(ISM)의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하락 등 여러 가지 소식을 소화해야 했습니다.

기록적인 7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오던 S&P 500 지수는 한 때 급락하기도 했지만, 장 후반 하락 폭을 만회해 0.2% 내린 채로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은 오후 3시 넘어 플러스로 전환해 0.17%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다우 지수는 0.6% 하락했습니다.
S&P 500 지수가 7거래일째 상승해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운 것은 1928년 이후 다섯 번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이날도 장 초반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는데, 마지막까지 상승세를 유지했다면 그런 종류의 사상 네 번째 기록을 세웠을 겁니다.

중국 정부가 뉴욕에 상장한 디디추싱에 대해 국가안보 심사에 착수하고 신규 이용자 모집을 금지했다는 소식으로 장 전 시간 외 거래에서 디디추싱의 주가가 20% 이상 폭락했습니다. 알리바바 등 중국 기술주가 덩달아 급락하며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보합세로 출발했습니다. 디디추싱이 중국 당국의 "기업공개(IPO)를 멈추라"라는 사실상의 명령까지 어긴 것으로 보도된데다, 미·중 양국이 상장기업과 그 기업이 가진 정보를 둘러싸고 다툼을 빚고 있는 가운데 생긴 일이어서 영향이 커진 것입니다. 결국 디디추싱은 19.6% 폭락했고 바이두와 징둥은 각각 5.0%, 알리바바는 2.8% 떨어졌습니다. 다만 그 영향은 중국 기술주에 한정돼 시장 전반에 찬물을 끼얹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오전 9시30분 개장과 함께 나온 시장정보업체 IHS마킷의 서비스업 PMI는 불길한 징조였습니다. 6월 서비스업 PMI 확정치는 64.6으로 최종 집계됐습니다. 예비치 64.8보다 소폭 낮아진 것이며, 5월 확정치인 70.4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오전 10시 발표된 ISM 6월 서비스업 PMI는 60.1로 집계됐습니다. 예상치 63.3을 훨씬 밑돌면서 전달 64.0(역대 최고)으로부터 크게 하락했습니다. 특히 세부지수 가운데 고용지수는 전월 55.3에서 49.3으로 떨어져 '위축' 국면으로 들어갔습니다. ISM 측은 "서비스업 확장세가 여전히 강하다"면서도 "자재 부족, 인플레이션, 물류, 인력 등에 대한 어려움이 계속 걸림돌이 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서비스업 PMI 하락은 금리 하락세를 촉발했습니다. 이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1.4%대 수준을 지키다 서비스업 PMI 지수들이 나오자 연 1.355%까지 떨어졌습니다. 지난 2월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30년물 수익률도 연 2% 밑으로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보복적 서비스 수요로 인해 상당 기간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봤는데, 6월부터 약간 느려졌다는 점에서 일부에서 일던 경기 회복세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특히 구인난이 여전하며 이게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도 재확인됐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채권 시장에는 코로나 신종 바이러스 확산이 지속해서 경기 확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경우 사망률, 입원율은 낮은 편입니다. 모건스탠리는 "델타 변종의 심각성에 대해 계속 추적하고 있지만, 미국 국내 여행의 증가 추세를 볼 때 실질적으로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하지만 델타 변종이 인도 등 개도국 중심으로 번지고 있고, 여기에 람다 변종도 페루 칠레 등 남미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람다 변이에 대해 "변종이 백신이 만드는 항체를 중화시킬 수 있다"라며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변이가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세계 곳곳에서 부분 봉쇄 등이 이어지고 있어 글로벌 경제가 당초 예상처럼 코로나 이전으로 금세 회복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조금씩 늘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월가 관계자는 "수많은 돈이 풀리면서 시장 곳곳에 거품이 있다. 왜 채권시장에는 거품이 없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금리 하락세에는 유가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난주 감산 연장에 합의하지 못한 OPEC+는 5일 재개할 예정이던 각료회의를 취소했습니다. 아랍에미리트(UAE)가 감산 완화(7월 50만 배럴, 8~12월 매월 40만 배럴 증산) 방안엔 찬성하면서도 감산 만기를 기존 내년 4월에서 내년 말까지 연장하는 안건과 관련해 자국의 감산 기준선을 높여달라(316만 배럴→360만 배럴)라고 고집한 탓입니다. 합의 실패로 인해 기존 감산량이 유지된다는 소식에 전날 브렌트유는 6년 내 최고치인 배럴당 77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유가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고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자 유가는 이날 2%대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이번 합의 실패를 계기로 OPEC+가 깨어지거나 각국이 OPEC 약화를 틈타 증산 경쟁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탓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런 상황이 유가 변동성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골드만은 "협상은 계속될 것이고 몇 주 안에 합의가 이뤄질 것이다. 예상되는 결과는 공급 부족에 따라 향후 몇 개월간 더 높은 유가 상승, OPEC+가 논의하던 것보다 더 많은 증산으로 드러날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올여름 브렌트유가 배럴당 80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연말까지 산유량이 하루 500만 배럴 늘어나지 않으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원유 재고가 연말께 2013년 이후 최저로 떨어질 것이란 예상에 근거한 것입니다. OPEC+가 거의 합의할 뻔했던 방안은 연말까지 하루 300만 배럴 감산 완화(증산)하는 것입니다.

골드만삭스는 합의가 지연되면 유가가 추가로 배럴당 1~3달러 더 오를 수 있다고 봤습니다. 또 이번 사태가 OPEC 회원국 간의 전면적인 증산 및 가격 전쟁으로 진화할 경우 배럴당 9달러 하락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유가가 급등한다면 미국 경기 회복을 지연시키고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도 우려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날 백악관이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간의 협상에 개입했다는 소식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OPEC+ 협상과 이들이 세계 경제 회복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은 점진적 증산안이 진전을 볼 수 있도록 타협점을 찾으라고 촉구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일부에선 사우디아라비아와 UAE가 '짜고 치는 고스톱'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전통적 우방인 양국이 OPEC을 활용해 자국 이익을 챙겨온 러시아의 증산을 막고, 중동에서 점점 발을 빼고 있는 미국을 괴롭히기 위해 이런 일을 벌이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양국 왕세자들이 최근 경제개발 계획 등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는 걸 고려하면 이건 단순한 음모론일 수 있습니다.

이날 S&P500 지수가 낙폭을 줄이고 나스닥이 장 막판 플러스로 전환한 건 애플(1.47% 상승)과 아마존(4.69% 상승) 덕분입니다. 이 둘이 S&P 500 지수 기준으로 0.5%포인트를 끌어올렸습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이끌어온 앤디 재시가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했다는 소식에 상승하던 아마존의 주가는 미 국방부가 클라우드 프로젝트 JEDI를 취소하고 대신 새로운 프로젝트 JWCC의 사업자를 새로 선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폭등,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웠습니다.
JEDI는 5년간 100억 달러 규모의 국방부 프로젝트로 당초 아마존 수주가 유력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몽니를 부리면서 2019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수주했었습니다. 아마존은 사업 진행을 중단해달라는 소송을 연방법원에 냈고 법원은 받아들였습니다. 이에 따라 국방부가 이날 이런 조처를 한 겁니다.

애플의 경우 JP모간이 "오는 9월 아이폰13 출시를 앞두고 애플의 주가가 모멘텀을 얻을 수 있다"라며 목표주가를 165달러에서 170달러로 높였다는 소식에 올랐습니다. CNB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전날 보고서에서 기술주가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국의 경제성장이 정점에 이르렀거나 곧 정점에 이르면서 4분기부터는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데이비드 코스틴 수석 주식전략가는 "경제 성장의 둔화가 올해 말부터 2022년까지 가치주 대비 성장주의 초과 성과를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성장 둔화는 일반적으로 성장주를 지원하지만, 금리 상승과 인프라딜 및 증세를 포함한 재정 패키지 통과는 가치주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향후 몇 달 동안은 엎치락뒤치락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