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에 디디추싱까지…中 빅테크는 왜 공산당 타깃 됐나 [강현우의 중국주식 분석]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승차호출업체 디디추싱의 주가가 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20% 가까이 폭락했다. 중국이 해외 상장 중국 기업들에 대한 감독 강화 방침을 내놓으면서 미국에 상장돼 있는 중국의 주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다. 빅테크의 영향력 확대가 체제의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보는 중국 공산당의 '빅테크 길들이기'가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인 생활 곳곳에 침투한 빅테크

빅테크는 이제 중국인의 생활과 분리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번에 당국의 타깃이 된 승차호출업체 디디추싱의 시장점유율은 9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시민들이 택시에 비해 청결하고 친절한 디디추싱을 선호한다. 중국의 도로와 중국인의 이동 현황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갖고 있는 기업이 미국에 상장하는 것은 중국 정부에 상당한 부담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텐센트의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 사용자는 12억 명이다. 아이와 노인 빼면 사실상 전 국민이 사용한다. 위챗은 결제(위챗페이), 교통카드, 공과금 납부 같은 등 다양한 기능들도 담고 있다. 웬만한 정부와 기업 공지사항도 위챗에 가장 먼저 뜬다. 위챗 없이는 중국 생활이 어려울 정도다.

중국 온라인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알리바바의 점유율은 60%에 달한다. 2위 징둥도 25% 내외다. 온라인 거래가 전체 소매판매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이들의 시장 지배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중국에서의 결제는 이미 모바일이 대세다. 지갑이나 신용카드를 갖고 다니는 사람을 보기 어려울 정도다. 위챗페이 사용자가 8억 명, 알리페이가 7억 명에 달한다. 이들은 사용자 정보를 기반으로 소액대출, 보험·펀드 판매 등 금융업에서 기존 금융회사들을 압도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디지털 화폐인 디지털위안화 도입을 서두르는 것도 모바일 결제 사업자들의 영향력을 축소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여론의 장인 소셜미디어나 뉴스 유통, 방송 등도 빅테크들이 장악하고 있다.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짧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 더우인(중국판 틱톡) 사용자는 하루 6억명에 이른다. 텐센트가 투자한 콰이서우도 3억명을 확보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공중파 TV 대신 알리바바의 유쿠, 텐센트의 텐센트 비디오, 바이두의 아이치이에서 최신 드라마를 시청한다.

"데이터 다루는 중국 기업 투자 유의"

중국은 그동안 빅테크를 키우기 위해 불간섭 원칙을 지켜 왔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앤트그룹 상장 전격 중단에 이어 반독점 규제 지침을 내놓으면서 빅테크 견제에 본격 착수했다. 주닝 상하이교통대 금융연구원 교수는 "빅테크들이 정부 정책을 거스를 정도로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상황에 대해 당국이 우려해 왔다"고 말했다. 빅터 쉬 미 UC샌디에이고 교수는 "중국 공산당은 앞으로도 당의 지침을 따르지 않는 민간 기업들에 수시로 제한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의 견제는 독점 규제와 금융업 감독 강화로 빅테크의 수익원을 약화시키는 데서 출발했다. 최근에는 '빅데이터'로 중심축을 옮겨가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전세계 정보의 3분의 1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빅테크들에게 국유기업과 함께 정보를 관리하는 합작사를 만들자고 종용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데이터를 다루는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는 당분간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공산당과 국무원은 6일 밤 해외 상장 기업을 통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증권 위법 활동 엄격 단속 지침’을 내놨다. 정부의 지침은 중국에선 사실상 법률적 효력을 갖는다. 지침에는 '해외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대한 감시 시스템을 확립한다'와 '국경을 넘는 정보 이동을 통제하고 해외 상장 기업에 비밀 유지 의무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외국 기업에 대한 직접 회계 감사 방침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작년 말 미 의회를 통과한 외국회사책임법은 미국에 상장한 외국 기업들에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감독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르면 2024년부터 시행된다.

현재는 미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은 중국 증권감독위원회의 회계감독만 받으면 된다. 두 나라가 일정한 합의를 하지 않으면 250여개에 달하는 중국 기업이 일거에 뉴욕증시에서 퇴출될 수 있다. 블룸버그는 "최근 사태를 통해 중국 공산당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국 기업에 대한 인식보다는 체제 유지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줬다"고 보도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