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모범생' SPC…"플라스틱 포장재 줄이고, 농가와 상생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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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SPC그룹올해 식품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다. 맛 이상의 것을 소비의 기준으로 삼는 가치 소비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다. SPC그룹은 식품업계의 ESG 경영 모범생이란 평가를 받는다. ‘나눔은 기업의 사명’이라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상생 경영 철학에 따라 일찌감치 ESG 경영에 앞장서 온 결과다.
SPC팩, 첫 녹색전문기업 인증
평창감자·무안양파로 만든 빵 '히트'
친환경 포장재 직접 개발
SPC그룹은 “제품뿐만 아니라 제품을 감싸는 포장재도 안전하고 친환경적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친환경 포장재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친환경 포장재 개발은 SPC그룹의 포장재 생산 계열사인 SPC팩이 담당한다.SPC팩은 메틸에틸케톤(MEK), 톨루엔 등의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도 색감의 선명도를 유지하는 친환경 포장재 제조 기술을 개발해 모든 인쇄포장재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이 제품을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 SPC삼립 등 SPC그룹 계열 브랜드 등에 공급한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5월 식품포장재업계 최초로 녹색전문기업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SPC그룹은 매장에서 배출되는 일회용품을 줄이거나, 손쉽게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꾸준히 고민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플라스틱 컵에 잉크를 사용하면 재활용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잉크 로고를 사용하지 않고, 양각 로고로 대체했다. 던킨과 배스킨라빈스는 플라스틱 빨대가 필요 없는 친환경 테이크아웃 용기를 사용한다.
던킨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음료 배달 주문이 늘어남에 따라 지난 4월부터 딜리버리 전용 패키지인 ‘던캔’을 도입하기도 했다. 던캔은 재활용 공정이 복잡한 종이나 플라스틱보다 간단한 과정을 거쳐 산업 전반에 재활용할 수 있는 알루미늄 재질로 제작했다. 재활용 시 원료 손실이 적어 자원 순환 가치가 높다는 설명이다. 배스킨라빈스는 옥수수 전분 등을 활용해 생분해되는 친환경 핑크 스푼을 개발하고 있다.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던킨은 지속가능한 팜유 생산을 위한 협의회 인증을 받은 팜유를 사용해 ‘착한 도넛’을 생산한다. 팜유 생산으로 인한 열대우림 파괴 등을 막기 위해서다.
RA 인증을 받은 농장의 원두 사용 비중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RA는 환경을 생각하는 농법을 실천하면서 근로 환경과 근로자의 주거환경까지 엄격한 규정으로 관리하는 농장에만 부여되는 인증 마크다. 던킨의 던킨 에스프레소, 첼시바이브, 롱비치블루는 물론 최근 선보인 디카페인 커피도 모두 RA 인증을 받은 원두를 사용한다. 파리바게뜨의 프리미엄 카페 브랜드 ‘카페 아다지오 시그니처’도 RA 인증 커피 원두를 쓰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매장에서 사용하는 원두 중 68% 가량을 RA 인증 원두로 대체했다.
감자·딸기·양파 구매로 농가 도와
SPC그룹은 상생 경영을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도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시작한 ‘행복상생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활동이다. 코로나19와 기상 피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농가를 돕는 사업이다.지난 달에는 과잉 생산에 따른 가격 폭락으로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무안 양파 농가를 돕기 위해 무안군과 업무협약을 맺고 양파 600t을 구매하기로 했다. 양파 가격이 평년 대비 10% 이상 떨어졌지만 농민들의 사정을 고려해 평년 가격으로 양파를 사들였다. SPC그룹은 이 양파를 이용해 ‘무안양파빵’을 만들어 전국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수입 일부는 무안 지역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부할 계획이다. 행복상생 프로젝트는 평창 감자, 제주 구좌당근, 논산 딸기에 이어 네 번째다.SPC그룹은 2011년 사회복지법인 ‘SPC 행복한 재단’을 설립하고, 제과제빵업의 특성에 맞는 사회공헌 활동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서울시·푸르메재단과 함께 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행복한 베이커리&카페’ 사업, 전국 가맹점과 지역아동센터가 1 대 1 결연을 맺고 매월 생일파티 케이크를 지원하는‘SPC해피버스데이파티’, 전국 사회복지시설을 찾아가 신선한 빵을 나누는 ‘SPC 행복한빵나눔차’ 운영 등이 대표적이다.
파리바게뜨, SPC삼립, 비알코리아 등 계열사에서 생산한 빵과 식품 등을 전국 사회복지시설에게 기부하는 푸드뱅크 사업도 펼치고 있다. 이 사업의 누적 실적은 본사 기준 910억원, 가맹점 포함 시 약 2150억원이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전국푸드뱅크가 설립된 이래 단일 기업 기준으로 가장 많은 기부를 했다.
가맹점과 상생으로 경쟁력 강화
SPC그룹은 가맹점과의 상생협약 등 공정거래 확립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와 가맹점의 안정적인 운영을 지원하는 ‘장기점포 상생협약 선포식’을 진행했다. 또 가맹점주협의회와 정기적인 회의를 열고, 자율분쟁조정시스템인 상생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가맹점과의 소통에 힘쓰고 있다.파리바게뜨는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2020년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에서 4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획득했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으로부터 ‘착한 프랜차이즈’ 인증을 받기도 했다. 2019년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공정거래협약 이행 모범 사례’로 선정됐다. SPC그룹 관계자는 “식품기업으로서 업의 특성에 맞는 ESG 활동을 체계적으로 펼쳐 사회와 환경에 기여하고, 소비자들에게 신뢰받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