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거지 쏟아낸 부동산값 폭등…새로운 불평등이 시작됐다

'이 모든 것은 자산에서 시작되었다' 번역 출간

한국 사회에서 가장 첨예한 이슈 중 하나는 부동산 문제다. 최근 7~8년간 집값이 크게 치솟으면서 다양한 갈등이 불거지고 있어서다.

같은 직장에 다녀도 전세를 살았느냐 자기 집을 보유했느냐에 따라 재산 차이는 크게 벌어졌다.

부의 양극화는 점점 커졌다. 청년층은 앙등하는 집값에 울분만 쌓여갔다.

정규직으로 취업해도 대도시에서 집을 살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 게 한 원인이었다.

리사 앳킨스 시드니대 교수와 같은 대학의 마르티즈 코닝스 교수, 멀린다 쿠퍼 호주국립대 교수가 공저한 '이 모든 것은 자산에서 시작되었다'(사이)는 이런 부동산 가격 폭등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저자들에 따르면 1980년대 신자유주의가 시작되면서 자산 가격이 요동치기 시작했고, 2007~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자산 인플레이션은 급증했다.

특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은 부의 양극화를 부채질했다.

원래 양적완화 정책은 중앙은행이 금융권에 다량의 유동성을 공급하면, 은행을 비롯한 각종 금융기관이 좀 더 쉽게 대출해주게 되고, 그 결과 투자와 성장 및 고용이 증가하게 된다는 게 핵심 논리다. 그러나 연준의 예상과는 달리 "양적 완화는 고용률과 성장률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오히려 금융 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데만 도움이 됐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경기 침체에 대비해 각국 중앙은행이 푼 엄청난 돈과 금리 인하 조치는 결국 부동산 시장에 막대한 자금이 흘러 들어가는 실마리를 제공했고, 이는 부동산 앙등이라는 결과로 귀결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산화된 주택에 대한 접근성이 일부 계급에만 집중되면서 주택 자체가 자산의 불평등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이처럼 부동산값이 급등하면서 "젊은 사람들은 부동산 시장에 발을 들일 수 없게" 되자 엄마·아빠들이 자녀들의 부동산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저자들은 설명한다.

부모들이 부를 직접적으로 양도할 뿐 아니라 자녀들이 '부동산 사다리'에 올라탈 수 있도록 빚을 내고, 대출에 대한 보증을 서고, 기존 자산을 이용해 역모기지를 받는다는 증거 또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호주의 경우, '엄마 아빠 은행'(Bank of Mum and Dad)의 규모가 중간 규모 정도의 은행과 맞먹는다고 저자들은 설명한다.

저자들은 '금융화'라는 초자본주의 논리와 상속이라는 봉건적 논리가 뒤섞이면서 사회 계급 구조 전체가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한다.

책은 미래에 대해 낙관하진 않는다.

"자산 경제의 기틀이 되어온 제도적 논리에는 손쉬운 탈출구가 없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이런 제도적인 변수들을 근본적으로 수정하지 않으면 자산 경제의 양극화가 지속될 뿐 아니라 정치적 정당성과 사회적 통합을 가능케 하는 기존 메커니즘까지 위협하는 사회적 반응이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현정 옮김. 208쪽. 1만4천5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