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교생들 마스크 거부 난동에 항공편 취소…승객들 분통

17~18세로 졸업여행 떠나는 고교생들
소리 지르고 욕하며 승무원 지시 거부
미국에서 고교생들이 집단으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해 항공편이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6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포스트와 뉴스위크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샬럿 더글러스국제공항의 아메리칸항공사 기내에서 보스턴 지역 고등학생 30여 명이 2시간 이상 마스크 착용을 거부한 채 욕설을 퍼붓고 고성을 지르며 난동을 부렸다.

당시 항공기는 오전 9시 30분쯤 서인도제도 바하마의 수도 나소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17~18세로 졸업여행을 가는 것으로 보인 고교생들은 승무원들의 마스크 착용 요구를 듣지 않고 아주 불쾌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일부 승객은 이들의 난동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는데, 영상에는 마스크를 벗은 채 손을 흔드는 학생의 모습도 담겼다.

항공사 대변인은 학생들이 기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으며, 다른 승객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아메리칸항공은 이날 항공편을 취소하고 다시 일정을 잡았다. 항공사는 승객들에게 호텔 쿠폰을 제공했는데, 고고생들은 나이 규정 때문에 호텔에 가지 못하고 공항에서 밤을 새웠다.

미국은 호텔 체크인을 계약서에 서명하는 행위와 동일시해 보통 만 21세 미만 사람은 호텔에 단독으로 숙박할 수 없다.

미국 언론들은 난동을 부린 고교생들이 공항에서 밤을 지샜다며 곱지 않은 시각으로 보도했다. 고교생들은 이후 승무원들의 지시를 잘 따르겠다는 약속과 마스크를 착용하는 조건으로 다시 탑승이 허용됐으며, 이날 오전 9시쯤 다른 승객들과 함께 다시 출발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오랫동안 봉쇄 상태에 있다가 어렵게 시간을 내서 여행을 떠나는 승객들은 고교생들의 난동 때문에 하루를 허비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승객 크리스티나 랜돌프는 "난 간호사여서 휴일을 얻기가 정말, 정말 힘들다"며 "그런데 학생들 때문에 어렵게 얻은 휴일에 가야할 곳을 가지 못하고 있다.

규정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만, 모두가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사람은 어렵게 2~3일 휴가를 냈는데 완전히 망치게 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항공기는 기체 결함이 발생해 다른 기종으로 교체됐다.

한편 이번 난동으로 학생들이 체포되는 일은 없었다. 미국 항공사들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연방 당국의 규정에 따라 승객에게 비행 전 구간 마스크 착용을 요구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