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금리 年 1.3%대로 뚝…회복세 둔화, 인플레 우려 줄어

시장 예상 깨고 5개월 만에 최저
소비·고용 등 경제지표 부진 영향
글로벌 자산시장의 벤치마크로 활용되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대규모 재정 부양과 경기 회복세로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란 시장 예상과는 정반대 움직임이다.

6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1.37%로 전날(연 1.44%)보다 0.07%포인트 하락했다. 10년짜리 금리가 연 1.3%대로 주저앉은 것은 지난 2월 24일(연 1.38%) 이후 4개월여 만이다.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연 2.0%까지 떨어져 올 2월 11일(연 1.94%) 이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월가에선 물가가 뛰고 있다는 점에서 10년짜리 금리가 연내 2%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게 불거진 3월 31일엔 연 1.74%로 올해 최고점을 찍기도 했다. 투자은행 BMO캐피털마켓의 이언 링겐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국채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한 분석가들이 항복 선언을 했다”고 말했다.

장기 금리가 추락하는 것은 그동안의 물가 급등세가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조기 긴축 우려가 줄면서 금리 상승 동력이 약해졌다는 분석이다.이날 공개된 지표들은 경기 회복세가 더뎌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공급관리협회(ISM)의 지난달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60.1로, 전달 기록한 역대 최고치인 64.0에서 낮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63.3)도 밑돌았다. 기업들이 여전히 심각한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다는 게 ISM의 설명이다. IHS마킷이 발표한 6월 서비스업 PMI도 64.6으로, 전달(70.4)보다 하락했다. 증권사인 찰스슈와브의 캐시 존스 채권담당 전략가는 CNBC 인터뷰에서 “채권 금리는 경기 회복세와 물가 압력이 일시적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의 지출 확대 전망 역시 금리 하락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다. 재무부의 현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8519억달러다. 부채한도 협상 종료일인 이달 말까지 4500억달러로 낮춰야 한다. 매달 800억달러어치 국채를 매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간 내 대규모 자금을 추가로 쏟아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7일 발간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마이클 하웰 크로스보더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Fed가 통화정책에 어떤 입장인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