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중일전쟁 도화선' 노구교 사건 기념…"1937년의 중국 아냐"

"공산당 100주년 애국주의 분위기 이어져…일본 비판도"
최근 중국과 일본의 신경전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중일전쟁의 발단이 된 '7·7사변(노구교<盧溝橋> 사건)' 기념일을 맞아 애국주의 강화 기류가 다시 감지되고 있다. 8일 중국신문망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7일 중국 각지에서는 7·7사변 84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7·7사변은 1937년 7월 7일 중일 양국 군대가 베이징(北京)의 노구교에서 충돌한 사건을 가리킨다.

일본군은 이후 노구교 지역을 점령하고 베이징과 톈진(天津) 등을 공격하면서 중국도 전면적인 항전에 돌입했다. 중일전쟁 시기 난징(南京) 대학살이 발생했던 장쑤성 난징의 희생자기념관에서는 이날 '평화의 종'이 울리는 가운데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1931년 만주사변의 발단이 된 류탸오후(柳條湖) 사건이 일어났던 랴오닝성 선양(瀋陽)에서도 기념행사가 열렸고, 당시 주요 전장이었던 허베이성 전역에서는 방공 경보를 울리기도 했다.

또 베이징의 중국 인민항일전쟁 기념관을 비롯한 전국 중국 박물관 60여 곳에서도 특별전시회가 이어졌다.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일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으로 절정에 이른 중국의 애국주의 분위기가 항일전쟁 기념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이날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상에서는 '7·7사변 84주년', '오늘의 중국은 더 이상 1937년의 중국이 아니다' 등의 관련 검색어가 주목받았고, 중국공산당의 지도하에 중국이 이룬 성과를 찬양하는 네티즌 의견이 나왔다고 글로벌타임스는 전했다.

또 노구교의 총탄 흔적을 보면서, 역사를 잊으면 안 되고 더욱 강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게 됐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의 추념 분위기와 달리 일본에서는 노구교사건에 대한 언급이 없었고, 일본식 칠월칠석인 '타나바타' 축제 분위기가 가득했다고 비판했다.

중국주재 일본대사관은 노구교 사건에 대해 침묵을 지켰고, 일본기업 소니는 이날 중국에서 휴대전화 신형모델을 출시하려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과하기도 했다.

중국은 최근까지 미중 경쟁 격화에 대비해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였음에도 일본은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중국이 민감해하는 대만 문제를 언급하고 대중국 견제 협의체인 '쿼드'(Quad)에 가입하는 등 중국과 각을 세우는 상황이다.

군사전문가 쑹중핑(宋忠平)은 최근 일본 정치인들의 대만 관련 발언을 비판하며 "역사를 잊는 것은 배신이며 이 경우 전쟁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하이둥(李海東) 중국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교수도 일부 일본 정치인에 대해 '군국주의적'이라고 비판하며 "중국은 힘이 있어야만 국가 존엄과 핵심 이익을 지킬 수 있음을 치욕스러운 역사로부터 알게 됐다"고 밝혔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오늘의 중국은 이미 당시의 중국이 아니다"라면서 "어떤 국가가 어떤 방식으로 대만 문제에 개입하든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글로벌타임스는 일본 아사히신문의 한 기자가 일본 내 침묵을 깨고 트위터를 통해 노구교 사건을 언급하며 "일본의 전면적인 중국 침략이지만, (일본 내에서는) 7월 7일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글을 올렸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