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첫 논의부터 빗나간 종부세·재난지원금…결국 누더기 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해 발의한 ‘2% 종합부동산세법’의 과세 기준이 황당하다. 종부세를 매길 때 ‘반올림’을 적용해 ‘억 단위’로 끊기로 한 것이다. 당장 세금을 사사오입(四捨五入)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는 비판이 거세다.

법안에 따르면 상위 2%에 해당하는 주택 공시 가격이 11억 6000만원이라면 부과 기준은 12억원이 된다. 이렇게 되면 상위 2%에 해당하는 11억6000만~12억원 사이 집 주인들은 종부세를 안 내도 된다. 문제는 상위 2%에 해당 안 되는데도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상위 2% 공시가격이 11억4000만원이라면 부과 기준은 11억원이다. 이 경우 상위 2%에 미치지 못하는 11억~11억4000만원 사이 집 주인들은 종부세를 내야 한다. 조세정책의 기본은 투명·공평·안정·명확성인데, 이런 원칙을 내팽개친다면 어떤 납세자가 수긍하겠나. 법정 분쟁은 물론 거센 조세 저항이 일어날 판이다.이렇게 된 것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기 때문이다. 당초 종부세 부과 대상을 상위 2%로 잡은 것부터 그렇다. 특정 비율을 과세 기준으로 삼는 나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집값 변동에 따라 해마다 과세 대상이 달라질 수 있고, 집값이 떨어져도 과세 대상이 되는 등 예상되는 혼란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상위 2%로 가격을 끊어 과세하면 단 몇만원 차이로 수백만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오자 이번엔 사사오입이라는 해괴한 발상을 허겁지겁 들고나왔다. 정치적 목적에 의한 ‘2 대 98’ 갈라치기가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여당이 코로나 재난지원금 대상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전 국민 지원과 하위 70% 주장이 부딪친 끝에 하위 80%로 절충됐다. 이 역시 몇백원, 몇천원 차이로 지급 대상 여부가 결정돼 소득 역전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비판이 일자 여당에선 전 국민 지급 카드를 다시 꺼낸 것은 물론 하위 90% 지급안도 등장했다. 재난지원금은 애초부터 실제 피해가 큰 계층에 집중되도록 짜는 게 맞다. 나라 재정 상태와 인플레이션 우려로 보나, 코로나 확산세로 보나 80%든, 전 국민 지원이든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 역시 내년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고려를 하다보니 이런 혼선이 빚어지는 것이다.

나라의 주요 정책들이 정치에 휩쓸려 임기응변식의 땜질에 땜질을 거듭한 끝에 누더기가 돼 가는 코미디 같은 상황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국민은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