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장세 온다더니…'BBIG 시즌2' 열리나

실적보다 금리에 민감해진 증시
가치주 대신 성장주에 돈 몰려

매수 몰리는 바이오·게임·플랫폼株
3분기 주도주로 부상 가능성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작년 여름은 성장주의 시간이었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풀었다. 넘치는 유동성은 주가를 밀어올렸다. 장기간 제로(0) 금리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미국의 대형기술주와 한국의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주가는 급등했다. 자금 수요가 많은 성장주에 저금리는 축복이라는 게 시장의 상식이다.

올해는 달랐다. 코로나19를 극복하고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에 경기민감주가 다수 포진한 가치주가 상반기 빛을 봤다. 경기 회복에 실적도 개선돼 실적주로 불리기도 했다.하반기로 넘어오면서 또 한 번 시장이 색깔을 바꾸고 있다. ‘BBIG 시즌 2’가 전개될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시장은 실적보다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로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정부의 유동성 회수가 늦어질 것이라는 예상에 금리(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떨어지고 성장주로 상승의 축이 넘어가는 분위기다.

○실적 좋아도 주가는 안 올라

코스피지수는 8일 0.99% 내린 3252.68에 거래를 마쳤다. 코로나19 확산세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순매도했지만 개인이 1조원어치 이상 순매수하며 지수를 방어했다. 종목별로 보면 카카오(1.24%) 네이버(1.08%) 카카오게임즈(6.36%) 등 언택트주와 삼성바이오로직스(2.13%) 등 바이오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BBIG 시즌 2’의 징후들이다.당초 전문가들은 7월 증시를 실적 장세로 예상했다. 2분기 실적이 속속 발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랐다.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삼성전자는 8만원 밑으로 내려왔다. LG전자는 3% 넘게 하락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가장 큰 이유를 전문가들은 금리라고 분석했다. 최근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미국 중앙은행(Fed)이 “긴축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자 7일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1.32%까지 하락했다. 실적이 받쳐주는 가치주보다는 성장주에 유리한 환경이 되자 미국 나스닥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실적주가 힘을 못 쓰는 또 다른 이유는 1분기에 이미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업종과 종목들이기 때문이다. 기저효과로 많이 올라 어닝 서프라이즈가 새롭지 않게 느껴져서다. 7월 초 기준 한 달 전보다 영업이익 추정치 컨센서스가 오른 업종은 철강 에너지 디스플레이 비철금속 반도체 자동차 해운 등이다. 대부분 업종이 1분기와 겹친다. 추정치 상승폭은 1분기보다 작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실적 모멘텀이 1분기보다 낮아진 상황에서 이들 종목에 새롭게 베팅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다”고 설명했다.펀드 매니저들이 알려진 실적 변수는 배제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7월에는 하반기 수익률을 위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종목이 아니라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1분기 실적주와 2분기 실적주가 비슷한 상황에서 이들 업종 실적이 주가에 새롭게 반영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회색지대 돌파 위한 바벨 전략 필요

‘실적 개선’과 ‘금리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자 다양한 투자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시장 내 가치주와 성장주 간 ‘국지적 동거’가 지속될 것”이라며 “‘회색지대’ 돌파를 위해선 바벨 전략에 기반한 포트폴리오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3분기 주도주로는 ‘화이바(정유화학·EV(전기차 및 배터리)·바이오)’를 꼽았다. 지난해 시장을 주도한 BBIG 중 카카오 네이버 등 인터넷 업종과 카카오게임즈 등 게임 업종이 우상향하는 가운데 배터리와 바이오 업종은 여전히 주춤한 상태다. 김용구 연구원은 “3분기 국내외 금리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동안 수세로 몰렸던 바이오 업종이 치고 올라올 수 있다”며 “미국에서는 바이오 업종이 최근 저점을 찍고 반등하고 있다”고 말했다.시황을 타는 시클리컬 업종 중에서는 자동차와 정유화학을 꼽았다. 미국 완성차 수요가 고점을 찍었다고 하더라도 아직 경기 회복이 덜 된 신흥국 수요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가 추가적으로 상승할 것에 대비해 국제 유가 흐름과 주가가 연동되는 경향이 있는 정유화학 업종도 주목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