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둑 터진 자영업 대출…月 1조씩 빚보증 선 지역신보도 '흔들'
입력
수정
지면A3
지역신용보증재단 보증잔액 40.6兆로 급증서울시는 지난달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생존 기로에 놓인 자영업자를 위해 2조원 규모의 ‘4무(無) 안심금융’ 대출을 시작했다. 대출이자, 보증료, 담보, 종이서류가 없다는 뜻에서 ‘4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최대 1억원을 1년간 무이자로 빌려쓸 수 있는 이 대출이 ‘무담보’로 가능한 것은 서울신용보증재단의 보증서 때문이다. 서울신보재단과 같은 지역 신보재단들은 정부·지방자치단체와 금융회사의 출연금을 재원으로 담보력이 없는 소기업·자영업자들에게 보증을 서준다.
서울신보 보증액 17개월 새 4.4兆 늘어…대구도 1兆↑
4차 대유행에 수요폭증 예상…보증부담 갈수록 더 커져
대출 사고 터지면 수조원 부실…연쇄 유동성 위기 우려
법적으로는 기본재산의 15배까지 보증을 설 수 있지만 통상 지역 신보재단들은 이 운용배수를 5~6배로 유지해왔다. 보증해준 대출이 부실이 나면 대신 갚아주는 대위변제 여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역 신보재단 중 규모가 가장 큰 서울신보재단의 경우 서울시가 매년 출연금 예산집행 계획을 세울 때 서울신보의 적정 운용배수를 5~7배(6.3배)로 책정해왔다. 운용배수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보증 여력이 줄어들고 대위변제 능력이 취약해져 부실을 가속화할 수 있다. 서울 경북 대구 등 상당수 지역 신보재단의 운용배수가 10배를 웃돌아 ‘위험수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신보재단 재무구조 비상
코로나19 이전인 2016~2019년에는 16개 지역 신보재단의 운용배수가 5.27~6.23배였다. 하지만 작년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중소기업·자영업자의 긴급자금 수요가 폭증하고, 정부와 지자체도 신용보증기금·지역 신보재단 등 보증기관을 통한 금융 지원을 대폭 늘리면서 둑이 무너졌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전국 지역 신보재단의 운용배수는 9.16배로 치솟았다. 보증잔액이 1년 만에 23조원에서 39조4222억원으로 16조4000억원(71.3%) 급증한 결과다. 연간 보증공급(신규보증과 기한연장) 건수는 110만2797건, 금액은 28조5069억원으로 1년 새 두 배 늘었다.이 추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연초 지역 신보재단들은 보증잔액을 소폭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지난 5월 말 기준 보증잔액을 보면 40조5962억원으로 더 늘었다.지난 1년5개월간 보증잔액이 4조2000억원에서 8조6267억원으로 급증한 서울신보재단의 운용배수는 10배에 이른다. 1조3800억원에서 2조2940억원으로 늘어난 대구신보재단도 10.7배다. 경북 10.2배, 대전 10.2배 등 운용배수가 10배 수준인 곳도 일곱 곳에 달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결손이 생기면 중앙정부가 보전해줄 의무가 있는 신용보증기금과 달리 지역 신보재단은 지자체에 보전 의무가 없어 연쇄적인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지역신보의 적정 운용배수를 더 보수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부실 리스크 닥칠 것”
정부와 지자체가 16개 지역 신보재단과 이들의 재보증을 담당하는 신보재단중앙회에 출연한 금액은 작년 6256억원에 달했다. 2017~2018년 약 1270억원, 2019년 1698억원에서 4~5배 늘었다. 올해 정부와 지자체 출연금은 4985억원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 지역 신보재단이 5개월 만에 연간 보증공급 계획의 70~80%를 소진한 데다 최근 코로나 4차 대유행 조짐까지 나타나 자영업자의 보증대출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예정된 것보다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급증한 보증은 올 하반기 이후 더 큰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보증사고율은 통상 2~3년째부터 올라가는데, 위기상황에는 꼼꼼한 심사보다 ‘급한 불 끄기’가 우선이기 때문에 부실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했다.최근 거리두기 조치 강화로 이미 빚으로 버티고 있던 자영업자들은 간신히 잡았던 매출 회복 희망의 끈을 다시 놓치고 있다. 안 그래도 상환 여력이 바닥났던 자영업자들의 부실 위험은 또 높아졌다. 부천시에서 카페를 하는 이모씨(39)는 작년 말 폐업을 고민했지만 경기신보재단에서 받은 대출 7000만원에 걸려 이조차 못했다. 폐업하면 대출을 일시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버텨도 뾰족한 수가 없지만 상환 여력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사업자등록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보증잔액 1위 서울신보재단(8조6267억원)은 올해 사고율 관리 목표를 작년(1.6%)보다 두 배 높은 3.3%로, 2위인 경기신보재단(8조1474억원)은 6.3%로 잡았다. 두 곳에서만 8000억원에 가까운 부실이 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윤 의원은 “코로나 국면에서의 보증확대는 응급조치 성격의 한시적 대책으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도 “보증과 대위변제 재원은 결국 국민 세금인 만큼 효율적인 지원을 위해 부채 조정, 폐업 지원 등 다양한 방식을 연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