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쿠폰 뿌리자마자 코로나 대유행…정부의 3연속 헛발질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사진=한경DB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된 경기를 회복하기 위해 다양한 소비 진작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코로나19 대유행만 다시 불러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직접 소비를 해야 혜택이 주어지는 소비쿠폰 사업의 경우 발표가 나오거나 지급이 시작되자마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모습이 작년부터 3번째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는 이제 괜찮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주면서 이같은 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복되는 소비쿠폰 잔혹사 때문에 아직 예산이 집행조차 되지 않은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1차 : 하루 만에 전면 중단 사태

정부가 소비쿠폰 형태의 할인권 지급 사업을 처음 시작한 것은 지난 2020년 6월이다. 정부는 당시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숙박, 관광, 공연, 영화, 전시, 체육, 외식, 농수산물 등 8개 업종에서 쓸 수 있는 1684억언 규모의 소비쿠폰 지급 계획을 발표했다.

예를 들어 온라인사이트를 통해 예약하면 공연은 1인당 8000원, 영화는 6000원 할인받는 쿠폰이 제공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9000억원가량의 소비진작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발표 당시만해도 신규 확진자가 50명 안팎으로 줄어들며 경기 회복의 시점이 다가온 것으로 여겨졌다.

3차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8월 중순부터 소비쿠폰 지급이 시작됐다. 외식 할인권과 공연 할인권이 시작이었다. 하지만 지급을 시작한 13일 확진자 수가 100명대로 올라서더니 15일 279명을 기록했다. 작년 8월중순 2차 대유행의 시작이었다. 정부는 곧바로 소비쿠폰 지급을 중단했다. 정부가 소비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정책이 코로나 경각심을 낮추는 계기가 됐다는 비판이 일었다.3차 추경 사업이었던 소비쿠폰 중에선 온라인 사용을 허용한 농수산물, 외식 쿠폰만 이후에 사용을 재개했다. 공연 등은 거리두기 단계 조정이 진행된 이후에 순차적으로 재개됐다.

2차 : 시작도 못한 2차 쿠폰

정부는 이같은 상황을 겪고도 소비쿠폰 확대를 추진했다. 정부는 지난해 9월1일 발표한 본예산안에서 '4+4 소비쿠폰·바우처' 사업을 포함시켰다. 2020년 예산 1893억원의 2.6배 수준인 4906억원을 올해 예산으로 잡았다. 내용은 유사했다. 외식이나 여행을 유도하기 위해 할인을 해주는 데 쓰일 예산이었다.

300명까지 치솟았던 확진자가 100명대로 내려온 시점이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별다른 문제는 지적되지 않았다. 10~11월초까지만해도 코로나 확진자 수가 잘 관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이 내용을 담은 본 예산이 통과할 12월초 확진자는 다시 치솟기 시작했다. 3차 대유행이 시작된 것이다. 결국 본예산에 담았던 소비쿠폰 사업은 대부분이 시작조차 못한 채 멈춰져 있다. 정부는 하반기에 이 예산을 본격 집행하려 했지만 그마저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3차 : 발표하자마자 '사실상 통금'

9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체채취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가 세번째 소비쿠폰 사업을 발표한 것은 올해 7월1일이었다. 올해 2차 추경 예산안에 484억원의 소비쿠폰 예산을 추가했다. 축구·야구·배구·농구 등 프로스포츠 입장료 50% 할인 쿠폰, 영화 관람권 6000원 할인 쿠폰, 철도·버스 요금 50% 할인 쿠폰 등 세 종류를 신규 발행하기로 했다. 농수산물 할인권 예산 1100억원을 더하면 1584억원 규모의 소비쿠폰 예산이 담겼다. 정부는 백신 접종 상황을 고려해 8월께 접종률 50%가 되면 1차적으로 소비쿠폰을 지급하고, 70%까지 오르면 숙박·관광쿠폰을 재개하고 철도·버스 쿠폰도 신규 발행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발표 직후 코로나 확진자는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1일 826명이던 확진자는 8일 역대 최대인 1316명까지 치솟았다. 서울 등 수도권은 사상 초유의 거리두기 4단계를 발동했다. 저녁 6시 이후 3인 이상 모임이 금지되며 사실상의 '통행금지'로 여겨진다.

정부도 또 소비쿠폰 계획을 수정할 방침이다. 이억원 기재부 제1차관은 "접종률 진도에 따라서 소비쿠폰 재개 시기를 맞추는 부분은 방역당국과 충분히 협의를 거쳐 마련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코로나19 전개 상황을 주시하면서 방역당국과 상황별로 정책 추진 시기 등을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