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대유행 주범 몰리자…2030 '부글부글'

현장에서

정부 "젊은층이 대유행 이끌어"
청년들 "백신 보릿고개 참았는데
우리 탓하는 건 책임 떠넘기기"

최한종 지식사회부 기자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에 걸리면 같은 연구실에서 공부하는 친구·교수님들까지 피해를 보게 됩니다. 백신이라도 하루빨리 맞아야 할 텐데….”

대학원생 이모씨(28)는 하루에 몇 번씩 ‘잔여백신 예약’ 창에 들어간다. 최근 며칠 새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주변에 폐를 끼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씨와 같은 20대에게 잔여백신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다. 정부가 일찍 물량을 확보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혈전증 위험 때문에 20대는 맞을 수 없다. 지난 5일부터 화이자 백신만 남는 물량에 한해 예약이 가능하다.코로나19 백신 접종 과정에서 20~30대는 얀센 백신 접종 대상이었던 일부 30대 남성을 제외하고는 젊다는 이유로 후순위로 밀렸다. 확보된 백신은 고령층과 사회필수인력에게 먼저 돌아갔다. 20대의 백신 접종률은 10.5% 수준으로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낮고, 30대도 20%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20~30대는 묵묵히 받아들였다. ‘고령층과 의료진 등 필요한 사람이 먼저 맞는 게 당연하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단히 유지돼 왔던 젊은 층의 인내심이 최근 한계에 이른 분위기다. 정부가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책임을 2030세대에 돌리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게 계기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4차 대유행을 두드러지게 이끌고 있는 집단은 20대”라고 연달아 지적했다. 지난 7일에는 ‘대한민국 정부’ SNS 계정에 “20~30대분들께 요청드립니다. 당분간 모임·회식 자제해주세요”라는 내용의 포스터가 올라오기도 했다. 20~30대는 댓글 등을 통해 “‘세대 갈라치기’로 방역 실패의 책임을 피하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반발했다.방역 메시지는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최근 통계를 보면 20대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모임 자제 호소’도 방역당국이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이들 세대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늘어난 것은 백신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정부 탓이 더 크다. 확진자가 줄어들고 있지 않은데도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를 예고해 방역 긴장감을 떨어뜨린 것도 정부의 실책이다.

이런 와중에 얼마든 자신을 희생할 준비가 돼 있는 2030세대에게 “감염병 확산에 유의하라”고 훈계하듯 하는 것은 이들의 가슴에 생채기를 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부동산 가격 폭등, 조국 사태 등으로 2030에 깊은 실망감을 준 정부가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