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박스 앞 영아 유기해 숨지게 한 20대 친모 '집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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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서 홀로 출산, 베이비박스 찾았지만…지난해 늦가을 베이비박스 인근 드럼통 위에 갓난아기를 유기해 숨지게 한 20대 친모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부 "출산 직후 정신·육체적 고통 충격 감안"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창형 부장판사)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23·여)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1년의 보호관찰과 80시간의 사회봉사, 아동관련 기관 취업제한 2년을 함께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2일 밤 10시10분께 양육 포기 영아 임시보호 시설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 교회 베이비박스 맞은편 드럼통 위에 아기를 유기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영아는 이튿날 오전 5시30분께 사망한 채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CCTV를 확인한 뒤 A씨를 용의자로 특정했고, 경찰에 붙잡힌 A씨는 순순히 혐의를 인정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부친과의 불화로 집을 나온 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다 뜻하지 않게 임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시원에서 생활하던 A씨는 홀로 아이를 출산한 뒤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교회를 찾았고, 아이가 더 나은 보호자를 만나길 바라며 베이비박스 앞까지 갔다가 근처에 아이를 놓고 자리를 떠났다.
A씨는 경찰에 붙잡히고 나서야 아이가 사망한 사실을 알게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무엇보다 소중하고, 갓 태어난 아기의 생명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면서 "범행 내용과 경과에 비춰볼 때 피고인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은 어린 나이에 집을 나와 홀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받은 급여로 생계를 유지하다 의도치 않게 임신했고, 출산 직후 정신적·육체적 고통과 충격으로 경황이 없어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홀로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던 중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직업훈련에 임하는 등 건강한 사회일원으로 적응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피고인의 모친도 선처를 탄원하며 향후 피고인을 보살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런 모든 사정을 종합해 판결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