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성추행 수사결과] 2차피해 심각…재배치 부대서 '수군수군'·17곳 돌며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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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속공문에 '성추행 피해' 노출…대대장, 회의서 "불미스러운 일로 와"
전방위적 2차 가해…가해자와 분리조치 안하고 인사 조치도 늑장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고(故) 이 모 중사가 생전 부대 전속과정에서 성추행 피해 사실이 노출돼 옮긴 부대에서도 2차, 3차 피해를 보는 등 성폭력 피해자 보호 시스템이 먹통 수준에 가까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사는 또 성추행 피해 직후부터 2차 가해를 호소했음에도 두 달간 제대로 된 분리 없이 사실상 방치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 검찰단이 9일 발표한 중간수사결과에 따르면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이던 이 중사는 3월 2일 성추행 피해 후 4일부터 5월 2일까지 청원휴가를 냈다.
이후 2주간 자가격리 뒤 같은 달 18일 제15특수임무비행단으로 소속이 바뀌었다. 검찰단은 이 과정에서 소속 변경을 위한 공문 처리 시 첨부한 인사위원회 결과와 전출승인서, 지휘관 의견서 등 관련 문건에 성추행 피해 사실이 고스란히 노출됐던 사실을 확인했다.
인사 관련 공문은 담당자만 열람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언제든지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해자 신상보호 최우선이라는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이 중사가 전속 신고를 하기 전부터 15비행단에서는 '성추행 피해자'라는 사실이 간부들 사이 공공연하게 퍼져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대 상당수가 피해자의 전속 경위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검찰단은 전했다.
특히 15비행단 정보통신대대장(중령)은 이 중사 전속 전인 5월 14일 대대 주간회의에서 중대장(대위)과 준·부사관들이 듣는 가운데 "새로 오는 피해자가 불미스러운 사고로 전입을 오니, 자세히 알려고 하지 마라"라고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
중대장도 준·부사관들을 모아놓고 "이번에 전입해 오는 피해자에 성 관련된 일로 추측되는 사건이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당수 인원이 '성추행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던 상황에서 이 중사는 부대를 옮긴 직후 이틀간 부단장을 포함해 17곳이나 방문해 '전입 신고'를 했다.
이 중사는 5월 18일 전속 후 불과 사흘 만인 같은 달 21일 극단적 선택을 했고, 이튿날 숨진 채 발견됐다.
'성추행 피해자'라는 주홍글씨로 인한 2차 피해가 가져다준 심리적 고통의 크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검찰단은 다만 15비행단측이 이 중사에게 불필요하게 비행단장에게 직접 전입 신고를 하도록 '통상 수준'을 넘어서는 지시를 했다는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검찰단은 중간 수사 결과 성추행 피해 직후부터 20비행단과 공군본부가 신고를 받고도 가해자와의 분리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했다.
20비행단 정보통신대대장(중령)은 성추행 피해 이튿날인 3월 3일 관련 사실을 보고받은 뒤 4일부터 피해자가 청원휴가를 가도록 조치하긴 했지만, 정작 즉각적인 파견인사 조치 등 실질적 분리조치는 하지 않았다.
20비행단은 사건 엿새 만인 같은 달 8일 성추행 가해자인 장 모 중사(구속기소)와 지역적 분리가 필요하다는 성고충 전문상담관 건의가 있고 난 뒤에야 공군본부 인사담당 부서인 부사관·병인사과에 장 중사 파견을 건의했다.
그러나 이번엔 공군본부의 늑장 처리로 사건 17일만인 3월 19일에야 장 중사는 다른 부대로 파견 조처됐다.
이 중사는 피해자 조사 및 치료·상담 등을 위해 청원휴가 기간 대부분을 20비행단 관사에서 머물렀는데, 17일간 장 중사와 960m 떨어진 영내 관사에서 지내야 했다.
2차 가해자인 노 모 준위(구속기소) 숙소와는 불과 30여m 거리였다.
이 중사는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성추행 피해 신고에도 다른 부대로 옮길 때까지 두 달간 지근거리에서 2차 가해자들까지 마주쳐야 했던 셈이다.
국방부는 증거인멸 등 다른 혐의로 20비행단 정통대대장을 이미 재판에 넘긴 데 이어 고인의 신상을 유포한 15비행단 대대장과 중대장도 명예훼손 혐의로 전날 기소했다.
이들에 대해서는 징계 절차도 진행할 방침이다.
늑장 인사처리를 한 공군본부 부사관·병인사과와 20비행단 인사행정처 및 군사경찰대대 등 담당 부서에 대해서도 '기관경고' 조치할 방침이다. 아울러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폭력 피해자 개인희망 전속 시 관련 절차를 간소화하는 한편 신분 노출 방지 방안 등에 대해 국방부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전방위적 2차 가해…가해자와 분리조치 안하고 인사 조치도 늑장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고(故) 이 모 중사가 생전 부대 전속과정에서 성추행 피해 사실이 노출돼 옮긴 부대에서도 2차, 3차 피해를 보는 등 성폭력 피해자 보호 시스템이 먹통 수준에 가까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사는 또 성추행 피해 직후부터 2차 가해를 호소했음에도 두 달간 제대로 된 분리 없이 사실상 방치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 검찰단이 9일 발표한 중간수사결과에 따르면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이던 이 중사는 3월 2일 성추행 피해 후 4일부터 5월 2일까지 청원휴가를 냈다.
이후 2주간 자가격리 뒤 같은 달 18일 제15특수임무비행단으로 소속이 바뀌었다. 검찰단은 이 과정에서 소속 변경을 위한 공문 처리 시 첨부한 인사위원회 결과와 전출승인서, 지휘관 의견서 등 관련 문건에 성추행 피해 사실이 고스란히 노출됐던 사실을 확인했다.
인사 관련 공문은 담당자만 열람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언제든지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해자 신상보호 최우선이라는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이 중사가 전속 신고를 하기 전부터 15비행단에서는 '성추행 피해자'라는 사실이 간부들 사이 공공연하게 퍼져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대 상당수가 피해자의 전속 경위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검찰단은 전했다.
특히 15비행단 정보통신대대장(중령)은 이 중사 전속 전인 5월 14일 대대 주간회의에서 중대장(대위)과 준·부사관들이 듣는 가운데 "새로 오는 피해자가 불미스러운 사고로 전입을 오니, 자세히 알려고 하지 마라"라고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
중대장도 준·부사관들을 모아놓고 "이번에 전입해 오는 피해자에 성 관련된 일로 추측되는 사건이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당수 인원이 '성추행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던 상황에서 이 중사는 부대를 옮긴 직후 이틀간 부단장을 포함해 17곳이나 방문해 '전입 신고'를 했다.
이 중사는 5월 18일 전속 후 불과 사흘 만인 같은 달 21일 극단적 선택을 했고, 이튿날 숨진 채 발견됐다.
'성추행 피해자'라는 주홍글씨로 인한 2차 피해가 가져다준 심리적 고통의 크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검찰단은 다만 15비행단측이 이 중사에게 불필요하게 비행단장에게 직접 전입 신고를 하도록 '통상 수준'을 넘어서는 지시를 했다는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검찰단은 중간 수사 결과 성추행 피해 직후부터 20비행단과 공군본부가 신고를 받고도 가해자와의 분리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했다.
20비행단 정보통신대대장(중령)은 성추행 피해 이튿날인 3월 3일 관련 사실을 보고받은 뒤 4일부터 피해자가 청원휴가를 가도록 조치하긴 했지만, 정작 즉각적인 파견인사 조치 등 실질적 분리조치는 하지 않았다.
20비행단은 사건 엿새 만인 같은 달 8일 성추행 가해자인 장 모 중사(구속기소)와 지역적 분리가 필요하다는 성고충 전문상담관 건의가 있고 난 뒤에야 공군본부 인사담당 부서인 부사관·병인사과에 장 중사 파견을 건의했다.
그러나 이번엔 공군본부의 늑장 처리로 사건 17일만인 3월 19일에야 장 중사는 다른 부대로 파견 조처됐다.
이 중사는 피해자 조사 및 치료·상담 등을 위해 청원휴가 기간 대부분을 20비행단 관사에서 머물렀는데, 17일간 장 중사와 960m 떨어진 영내 관사에서 지내야 했다.
2차 가해자인 노 모 준위(구속기소) 숙소와는 불과 30여m 거리였다.
이 중사는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성추행 피해 신고에도 다른 부대로 옮길 때까지 두 달간 지근거리에서 2차 가해자들까지 마주쳐야 했던 셈이다.
국방부는 증거인멸 등 다른 혐의로 20비행단 정통대대장을 이미 재판에 넘긴 데 이어 고인의 신상을 유포한 15비행단 대대장과 중대장도 명예훼손 혐의로 전날 기소했다.
이들에 대해서는 징계 절차도 진행할 방침이다.
늑장 인사처리를 한 공군본부 부사관·병인사과와 20비행단 인사행정처 및 군사경찰대대 등 담당 부서에 대해서도 '기관경고' 조치할 방침이다. 아울러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폭력 피해자 개인희망 전속 시 관련 절차를 간소화하는 한편 신분 노출 방지 방안 등에 대해 국방부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