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투표 바꾸지 않으면…" 브라질 대통령 대선결과 불복 시사

정치권·법조계, 내년 대선 패배 예상한 불복 명분 쌓기 지적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현재의 전자투표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내년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8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전날 라디오 방송 인터뷰를 통해 "내년 대선에서 투표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어떤 후보 측에서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으며, 그것이 우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표 방식 변경에 부정적인 루이스 호베르투 바호주 연방선거법원장을 겨냥, 의회와 공모해 이 문제를 다루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브라질에서는 1996년부터 전자투표가 시행되고 있다. 보우소나루는 1998년, 2002년, 2006년, 2010년, 2014년 선거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2018년 대선을 합치면 전자투표 방식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6차례 당선됐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보우소나루 자신이 전자투표 방식으로 여러 차례 당선됐으면서 부정선거 가능성을 주장한다며 내년 대선 패배를 예상하고 불복 명분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전직 대통령들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불복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셰우 테메르 전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패배하면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혼란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패배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올해 1월 초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을 사실상 유도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테메르는 부통령 시절 좌파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고 자신이 대통령이 돼 2016년 우파 정부를 구성했으며, 결과적으로 보우소나루에게 집권 기회를 제공한 인사다.

'중도 진영의 멘토'로 불리는 페르난두 엔히키 카르도주 전 대통령과 '좌파의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한편,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지지율은 추락했고 룰라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유력해졌다. 룰라 전 대통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일제히 압도적 우세를 보였으며, 일부 조사에서는 1차 투표에서 승리를 확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