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구찌, 명품 구매에 재미와 즐거움 접목시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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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MO Insight 「케이스스터디」‘쟈넬 위한 반값’, ‘지갑에 돈이 굳지’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 발란
월간 이용자 및 거래액 ↑↑
교환·반품 쉽게, 고객 밀착케어 서비스 제공
온라인 럭셔리 부티크 발란(대표 최형록)이 올 5월 선보인 광고 카피다. 쟈넬은 샤넬, 굳지는 구찌를 연상시킨다.발란은 명품 브랜드와 유사한 언어유희를 통해 명품 브랜드가 다가가기 어려운 대상이 아니라 ‘재미있고 유쾌한’ 것임을 강조했다.
‘명품 구매=즐거운 경험’라는 인식이 고객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게 유도하는 마케팅을 펼친 것이다.
이런 마케팅은 주목할만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엔 전년 동월 대비 월간 이용자가 159% 늘어나고 거래액이 429% 증가했다. 올해 연간 거래액이 3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원종관 발란 CSO(최고전략책임자)는 “다른 분야에서 6개월 재구매율이 30% 수준인데 발란은 48%에 이르고 1년 재구매율은 65%나 될 정도로 고객들의 로열티가 높다”고 말했다.
2015년 6월 설립된 발란은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유럽 현지의 명품 부티크들과 공식 계약을 맺고 8000여개 브랜드, 100만여개 럭셔리 상품을 국내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상황 1 “명품은 부담스러워”
도전 1 합리적 가격으로 명품 공급
명품 브랜드 제품은 일반 브랜드에 비해 가격이 많게는 수십배 이상 비싸다. 오프라인 매장도 줄을 서서 들어가야 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로선 명품이 부담스럽다.원종관 CSO는 “명품 구매에 재미와 즐거움을 접목시키기 위해 지난해 말 ‘발란 까져가지고’라는 카피의 TV광고에 이어 지난 5월 쟈넬과 굳지 광고를 선보였다”며 “발란을 통한 명품 구매에 대해 친숙한 이미지를 만드는데 효과가 컸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친숙한 이미지가 실제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데는 발란의 차별화된 상품 확보 및 가격 전략이 큰 역할을 했다. 발란은 럭셔리 상품 유통 구조의 최상위 벤더와 직접 거래한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에 있는 명품 부티크 300여개와 계약을 맺었다. 올해말까지 계약 부티크 수를 6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원 CSO는 “지난 6년동안 명품 부티크들과 신뢰를 쌓는데 공을 들였다”며 “그런 신뢰 덕분에 상품 확보가 쉬워지고 합리적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명품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명품 부티크들은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데이터가 부족한데 발란이 고객들의 구매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해주기 때문에 매우 만족스러워한다”며 “명품 부티크들로선 B2B 바잉을 하는 오프라인 명품 판매기업들에선 이런 데이터를 구할 수 없다”고 소개했다.
상황 2 명품은 교환·반품 불가
도전 2 복잡한 유통 구조 단순화
명품은 교환이나 반품이 어렵다. 수백만원짜리 상품을 산 소비자로선 ‘교환·반품 불가’가 너무 불합리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울며 겨자 먹기로 일단 원하는 명품을 손에 넣는데 만족해야 한다.국내 명품 판매처에서 원하는 상품을 구하지 못해 해외 직구를 직접 시도하면 상품가에 관부가세와 배송비가 붙어 소비자 부담은 더 커진다. 발란에선 이런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발란은 교환과 반품은 물론 수선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소비자가 ‘을’인 명품 시장에서 발란이 판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연 15조원으로 전세계 7위다. 백화점 및 브랜드 직영점이 시장의 80%를 차지한다. 나머지 20%는 발란 같은 온라인 업체와 병행사업자다.
원 CSO는 “일본은 시장 규모가 28조원으로 전세계 3위인데 병행사업자(멀티브랜드)가 50% 이상일 정도로 도매 유통이 활성화 돼 있다”며 “이에 비해 한국은 백화점과 브랜드 직영점 중심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엔 명품이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지만 유통단계가 단순해지면 더 많은 소비자들이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명품 소비에 접근하기가 쉬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란은 유통 구조 단순화를 위해 해외 1차 벤더와 국내 병행사업자를 발란이 직접 연결하는 ‘B2B 서비스’를 연내에 본격화할 계획이다.
상황 3 대접받고 싶은 고객 니즈
도전 3 명품 고객 위한 밀착케어 서비스
발란은 고객들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입하는 것과 유사한 럭셔리 경험을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명품 구매 고객의 대접받고자 하는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디테일한 밀착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프리미엄 배송 서비스 부릉과 손잡고 선보인 명품 당일 배송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유럽 현지 부티크들의 사정으로 인한 배송지연 같은 고객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고객 수요가 많은 인기 상품은 직매입해 당일 오후 3시 이전 주문건은 당일 배송으로 처리한다.
수년간 누적된 고객 구매 데이터가 있어서 가능한 시기별 수요 예측을 인기 상품 직매입에 활용하고 있다.
명품 검수 영상 공유도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발란에서 구매한 해외 직구 상품은 하나하나 검수 절차를 거쳐 고객에게 배송된다. 모든 검수 과정은 실시간으로 녹화되고 고객이 그 영상을 볼 수 있도록 문자로 링크를 전달한다.
원 CSO는 “검수 영상 공유가 고객들에게 ‘나를 위한 상품’이라는 믿음을 주고 있다”며 “반품 비율을 줄이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시간 1 대 1 채팅 서비스를 통해 편리하게 상품의 재고 및 사이즈 문의가 가능하고, 클릭 한 번으로 교환과 반품이 가능하게 만든 ‘1 대 1 퍼스널 쇼퍼 서비스’도 고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원종관 CSO는 발란의 마케팅에선 ‘VIP 마케팅’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상위 17% 고객의 연간 객단가가 200만원인데, 이들이 거래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VIP라서 이들에게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부티크의 신상품 정보를 제공하고 프로모션도 진행한다는 것이다.
발란 고객의 63%는 3040이라고 한다. 발란은 이들을 겨냥해 명품이라는 패션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앞으로 뷰티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VIP 마케팅, 3040 공략, 사업 영역 확대, 모두가 마케터에겐 만만찮은 이슈들이다. 앞으로 발란이 이 이슈들을 어떻게 마케팅으로 풀어갈지 궁금하다.
장경영 선임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우리가 일상적으로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치약, 칫솔, 과자, 음료수 같은 제품들은 보통 자주 구매하고, 구매를 위해 특별히 계획하거나 노력하지 않는다. 반대로 의류나 전자제품의 경우 구매를 위해 좀 더 노력하며, 특별히 브랜드 간의 가격, 품질, 스타일, 혜택 등을 꼼꼼히 비교하는 특징이 있다.
그렇다면 명품 구매에는 또 다른 어떤 특징이 있을까? 일단 명품은 매우 비싸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소비자들은 명품 브랜드의 가격, 품질을 오히려 잘 비교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의 브랜드 선호가 매우 명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샤넬 매니아라면 아무리 다른 명품 브랜드가 좋은 프로모션을 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또한 명품 구매의 경우, 가격 민감도가 낮은 특징이 있다. 일반적으로 제품의 가격이 올라가면 수요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명품은 오히려 높은 가격이 브랜드의 상징적 가치(symbolic value)를 더욱 높여 주기까지 한다. 요즘 샤테크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가격이 올라도 매장을 찾는 손님들은 더 늘어난다.
제품을 유통하는 방식도 다르다. 치약, 칫솔, 과자 등을 판매하는 편의점은 동네 골목마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반면, 명품은 일반적으로 매우 배타적인 유통 방식을 선호한다. 특정 지역, 특정 백화점, 특정 매장에 가야만 살 수 있는 방식이다. 이러한 배타성이 명품의 차별적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그런데, 모든 고객들이 이러한 유통 방식을 선호하지는 않을 것이다. 명품을 좋아하지만 매장과 거리가 먼 곳에 살거나, 언택트 시대에 사람들이 붐비는 매장에 가는 것 자체를 즐기지 않는 사람도 있다. 특히 요즘처럼 명품을 사기 위해 오픈런(open run) 해야 하거나, 대기표까지 받아 기다려야하는 것을 즐겁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발란은 이와 같이 전통적인 명품 구매 방식에 불편함을 느낀 소비자를 타깃팅했다고 해석된다. 이 과정에서 오프라인 명품 매장의 단점인 교환과 반품의 어려움을 해결했고, 제품 검수 동영상을 통해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명품을 구매할 때 가장 걱정할 수 있는 부분을 해결하려고 노력하였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이 명품 오프라인 매장에 가는 것을 선호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이 명품을 구매할 때는 제품 자체의 품질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명품을 구매하는 과정, 특히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하면서 느끼는 ‘심리적, 사회적 만족감’ 역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발란과 같은 온라인 명품 매장은 소비자의 온라인 구매 과정에서 제품 외적인 만족감을 얼마나 실감 나게 경험시켜줄 수 있느냐가 중요한 과제이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필자는 이번에 발란을 알게 됐다. Case Study 내용을 읽어본 뒤 코멘트 작성에 참고할 내용이 있을까 싶어 검색창에 ‘발란’을 입력했다. 그랬더니 연관 검색어로 ‘발란 정품’이 가장 먼저 등장했다.
고가의 명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물을 보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으로 구매하려다 보니 ‘정품’ 여부가 신경쓰인다는 방증으로 읽혔다.
한때 우리나라도 가짜명품이 ‘S급’이라는 명칭을 얹어 시장에서 암암리에 거래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이를 기억하는 소비자라면 누구나 ‘진품일까?’라는 걱정이 생겼을 법 하다.
가격 또한 한달 월급을 훌쩍 넘는 것들이 부지기수니 더욱 진품여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것일거다.
이런 소비자의 생각을 읽었는지 발란측은 공을 들여 유럽 명품 부티크들과 계약을 체결해 믿을 수 있는 진품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가품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발란측의 설명은 일단 신뢰가 간다.
다만 발란의 비즈니스 모델은 소비자가 유럽에 있는 수백개 명품 부티크들의 상품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게 한 온라인 장터에 가깝다.
발란이 물건을 직접 생산해 판매하는 게 아닌 만큼 소비자들의 가품 걱정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신뢰를 얻으려는 마케팅 노력이 필요하다.
발란이 다른 명품 유통채널과 달리 교환 및 반품을 쉽게 만든 점과, 소비자를 위한 다양한 밀착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전자는 고가의 명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를 보장해줬다는 점에서, 후자는 비싼 가격에 어울리도록 구매 과정에서 럭셔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좋은 전략이라고 평가한다.
이런 강점과 좋은 전략에 더해 소비자의 니즈에 대한 보다 철저한 분석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 등 오프라인 업체들과 발란의 VIP 고객은 같을까, 다를까. 겹치는 고객이 있다면 그들은 왜 명품매장이 문을 열기 전부터 줄지어 기다리다 명품을 구매하는 오픈런의 수고를 마다않고 오프라인 매장을 찾을까.
이런 점들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이뤄져야 현재의 고객을 지킬 수 있고, 새로운 고객을 확보할 수도 있다.이 같은 분석으로 무장한 발란이 명품 시장의 절대강자인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에 제대로 맞선다면, 명품 시장에서 소비자를 위한 긍정적 경쟁을 촉발시키는 ‘메기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쟈넬위한 반값, 지갑에 돈이 굳지’라고 얘기하는 ‘발란’에 한번 들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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