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기자 코너] '민식이 법' 악용…누구를 위한 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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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시행된 민식이법의 취지 자체는 좋았다. 하지만 법이 제정된 이후 정상적인 운전자가 억울한 상황을 마주하거나 피해를 입을지도 모르게 됐다.일명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2019년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민식 군(당시 9세) 사건 이후 발의됐다. 스쿨존에서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개정된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로, 2019년 12월 10일 국회를 통과해 2020년 3월 25일부터 시행됐다.
지난해 12월 26일 60대 남성 A씨는 대전 유성구 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을 천천히 운전하고 가던 중 차로로 갑자기 뛰어든 아이와 부딪혔다. 당시 술래잡기를 하던 아이는 전치 10주의 진단을 받았다. 검찰은 A씨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부주의 운전을 했다며 민식이법으로 기소했다. 그러나 결과는 무죄였다. 교통법규를 위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발견해 제동할 만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게 이유였다. 재판부는 블랙박스 등의 영상을 확인한 결과 아이를 인지한 시점과 차량 충돌 시점 간 차이는 약 0.5~0.6초로 계산되며, 이는 물리적으로 가능한 최단 시간에 제동했더라도 사고를 피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의견을 덧붙였다.이 사례는 어쩔 수 없는 사고였기에 이 같은 판결이 나왔지만, 민식이법을 악용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스쿨존에서 사고가 났을 때 민식이법을 언급하며 과도한 합의를 요구하거나 어린이들이 장난삼아 차량에 접근하는 일도 다반사다. 운전자에겐 한 번의 운전사고로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어린이에겐 그저 장난과도 같은 법률일 것이다. 운전자들은 항상 노심초사하며 스쿨존에서 법규를 지키려 하지만 몇몇 비상식적인 어린이들이 민식이법을 악용하는 모순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이를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시행된 민식이법의 취지 자체는 좋았다. 하지만 법이 제정된 이후 정상적인 운전자가 억울한 상황을 마주하거나 피해를 입을지도 모르게 됐다. 많은 네티즌은 이 법으로 스쿨존에서의 운전이 힘들게 됐다며 민식이법 개정을 요구하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에 내비게이션 업체는 주행 시 운전 부담감 해소를 위해 스쿨존 우회 경로인 ‘어린이 보호 경로’를 선택 옵션으로 추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운전자와 아이, 아이의 부모 모두가 서로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박세민 생글기자(경주고 2년)